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9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1년생인 작가가 6 25를 전후한 시기까지의 삶에 대한 자전적 요소를 녹여 써 낸 소설이다. 책은 주인공 나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 나는 개성에서 남서쪽으로 20리가량 떨어진 20호가 채 안 되는 벽촌에서 사는 여아다. 양반집의 자부심이 있는 집에서 태어나 조부의 사랑을 가득 받고 지내는 아이다. 아버지는 3살에 상실했기에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기에 할아버지가 동풍으로 무력해지신 후에 두 번째 아버지의 상실을 느낀다.
엄마는 꽤 고지식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아비 없는 자식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갈망 때문이었는지 맏며느리의 도리라 여겨지는 것을 벗어던지고 오빠의 교육을 위해 집을 떠났다. 당시 시골에서는 소학교 4년만으로도 교육받았다~ 하던 시기이기에 그 정도 배웠으면 이젠 집을 돌보기를 어른들을 바랐지만, 엄마의 교육열은 이미 한참의 미래까지 펼쳐져 있었다.

시골에선 큰 숙부, 작은 숙부네까지 대가족이 함께 너른 자연에서 할아버지의 각별한 자애를 한몸에 받았지만, 서울은 달랐다. 엄마는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나마저 서울의 학교에 진학을 시켰다. 버글버글하고 휘둥 구레 눈 돌아가는 지역이 아닌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동네에 오빠와 세 식구의 터전을 마련했지만, 엄마는 문안에 있는 학교까지 나를 통학하게 했다. 꽤 먼 거리의 통학을 하며 오가는 길에 늘 혼자였고 심심이란 느낌을 느껴볼 틈이 없이 자연의 싱그러움 속에 살아가던 아이는 서울에서 외롭고, 심심함을 느끼며 메말라간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작은 숙부네도 서울에서 터를 잡으며 딸처럼 예뻐했지만, 시골에서 대식구의 삶에서 누리던 맛을 얻을 수는 없었다. 방학이나 요양차 시골에 보내질 때면 메마른 영혼이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서울에선 시골을 시골에서는 서울 아이로 어정쩡한 위치가 점점 되어갔지만 자연이 주는 풍성함은 갈증을 해소해 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과부라는 자격지심과 당시의 시선 때문이었는지 엄마는 나에게 하는 행동과 말과 밖에서 하는 말과 행동에 차이가 있었고, 늘 마음이 미래 자신의 계획에 가닿아서인지 교만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만들었다.
오빠는 문안에 있는 곳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줄 집안의 치트키처럼 여겨지는 것에 보답을 하듯 총독부에 취직을 했지만, 이내 그만두어 엄마를 근심케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금융 마사지💰는 근심을 해소하는데 최고의 약! 💊철공소 취직으로 실망했던 엄마는 월급봉투로 그 마음을 날려버린다.

내 집도 사고, 이제 엄마도 한숨을 돌리며 사는 시기가 왔구나~ 했겠지만 할아버지의 사망과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며 살기가 어려워졌다. 징병제가 시작되며 오빠에 대한 엄마의 걱정이 시작됐다. 징용은 피했지만, 결국 철공소에서 사직했고, 병원에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소개한다.
오빠의 결혼 후 일본은 결국 망했다. 시골집에선 친일파 집안으로 찍힌 양반네는 한바탕 난리가 나고, 그쯤 새언니는 병은 좋다 나쁘다를 반복하다 결국 세상을 떠난다. 새언니가 떠난 후 부쩍 말이 없어진 오빠는 빨갱이가 되어 활동하는데…
엄마의 끊이지 않는 이사 등의 노력 덕분인지 다시 마음잡고 가정을 꾸리고 살며 평온한 삶이 이어지는 와중에 포격 소리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 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 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한다. 29p

감수성과 기억력이 함께 옹성할 때 입력된 것들이 개인의 정신사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듯 결정적이라는 걸 생각할 때, 나의 그런 시기의 문화적 환경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나 척박했었다는 게 여간 억울하지가 않다. 191p

+ 뒷간의 일화는 동네마다 다 있어~
+ 인분을 팔고 사던 시절 💩
+ 싱아가 어쩐지 열매의 이름같지만 풀에 가까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