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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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고 많은 분들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이상하게 나랑 인연이 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에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그중의 하나였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독서모임이 예정되고,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책의 띠지에 떡!하니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스토너>를 이을 모던 클래식이라 적혀 있으니.. (부족한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고 싶은 호스트랄까…)

인종 문제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탁월함이 더해진 한 여인의 슬픈 개인사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과 일치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모두 비슷한 시기의 거의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이다. 다만,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이들이 함께이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책의 반을 넘기면 누군가와 함께라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책의 전반이 여성 혼자의 삶이라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함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재가 읽기 가장 힘들었다.

6살 카야는 늪지에 홀로 산다. 부모와 5남매라 꽤 북적이고 시끄럽던 집이었지만 이젠 혼자다. 아빠는 급격하게 몰락한 집의 아들이었고, 전쟁 후 참호의 고통 속까지 겹치며 술에 잠식되었다. 엄마네 근처에서 결국 이 늪지로 새 출발을 하러 왔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그 잠깐 사이 카야가 태어났지만 아빠는 곧 다시 술로 돌아갔고 거기에 폭력까지 더해졌다. 엄마는 아끼는 악어 가죽 신발과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났고, 이후로 언니 오빠들도 떠났다. 조디 오빠만 카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매일 엄마가 돌아오는 것을 상상하며 아빠와 지내는 카야. 서툴지만 집안일을 해야만 했다. 아빠도 그런 카야의 노력 덕분인지 친절해지기 시작했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도 많아졌다. 엄마의 편지가 오기 전까지…
카야가 글을 읽지 못해 아빠에게 먼저 보여줬건만 결국 잿더미가 되어버린 엄마의 편지. 그리고 얼마 후 아빠마저 늪을 떠났다. 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도 모르는 카야는 늪에서 혼자가 됐다. 하지만 카야는 사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살아냈다. 훗날 아버지라 여기는 점핑과 글을 가르쳐 주는 테이트의 도움으로 혼자의 삶을 살아냈다. 하지만 테이트도 결국 세상에 발을 딛은 후 늪을 떠날 수 없는 카야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도 역시 이별의 말을 건네지 않고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그 빈자리를 소문이 좋지 못한 체이스가 채우려 드는데…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49p

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품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 155p

카야는 생물학의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어미가 새끼를 떠나는 이유에 답이 될 만한 설명을 찾아 헤맸다. 165p 😭😭😭😭😭

어미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식 곁에 가지도 못하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히고,
너무도 어린 나이에 늪에 홀로 남겨진 자식 또한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둔다.
어미와 자식의 삶이 모두 힘겨워 읽으면서도 읽은 후에도 마음이 무척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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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여서 다행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주란 지음, 임수연 그림 / 마음산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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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하지만 당연한 것은 당연한 사람들에게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34p

눈을 감고 있으면 이모는 나와 닮은 얼굴이 된다. 나는 젖은 외투를 벗어놓고 이모 옆에 앉는다. 적막하다. 이 적막함은 누구의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벽에 스며 있었거나 우리의 것이거나 하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지만 먼지들은 공기 중을 떠돈다. 나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너무 많다. 68p

공연을 보는 내내 그저 무대 위의 소미와 어린 시절의 나만을 떠올리고 있었다는 것, 나도 모르게 아주 오랫동안 버려진 것만 같던 그 마음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정답처럼 굳혀놓은 그 시절의 문제라면 그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힌 일을 풀 당사자는 어쩌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도. 110p

처음엔 널 너무 많이 좋아했지만 끄내 너를 인정하는 마음과는 별개였다는 걸. 그게 나 자신을 너무 많이 괴롭혀왔다는 걸. 118p

경수가 자신의 불행을 인지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부러웠다. 문영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해야만 했던 결정 때문에 삶이 불행한 거라고 생각하던 때. 그 결정만이 잘못된 거니까 다른 결정을 하면 다시 삶이 제자리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때. 137p

세심하다. 당연하다. 오버하다. 섬세하다. 운이 좋다.
정말, 너무, 진짜라는 단어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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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진심 - 언어의 마음을 알려주는 40가지 심리학
최정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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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진심
#최정우
#밀리언서제

나의 오랜 기도가 있다. 나의 이 세치혀로 내가 아닌 사람(특히 가족)에게 상처주지 않게 하소서. 그렇지만 늘 회개가 먼저다. 너무 모자란 인간이라 늘 반성할 일이 산더미다.
말. 말. 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귀한 시간에 귀한 사람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건내도 모자란데 왜 이 입은 그러지 못할까 ㅠ

같은 말의 취지라도 최대한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법을 익히고 싶은 마음에 말에 관한 책을 종종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총 5파트로 구분되어 있고, 심리학을 기반으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구분하고 대처하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에도 어떤 말로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가? 또는 기분 나쁘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법 등에 대한 팁이 있다.
개인적으론 내용이 좀 부실하다 느껴지고 여러가지 책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북스타그램 #말의중요성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현재 남보다 더 낫다 하더라도 과거의 나보다는 후퇴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28p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을 잘 알지 못하는 전투를 하고 있다. 항상 친절하게 대하라.“ 52p

‘자기노출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기를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고민 있냐?‘고 물어보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나와 좀 더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은지도 모른다.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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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도시 모이는 도시 - 왜 세계도시는 위기에 빠지는가, 이동학의 세계도시기행
이동학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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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저자의 작품.
저자는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그저 그 도시의 여행에서 그치는 것이 아이라 다양한 시각을 갖고 관찰하고 고민하고 기록한다. 전작에서 환경에 관한 주제로 쓴 책인데 직접 저자의 눈으로 관찰하고 기록했기에 관련 책들과 좀 다르다 느껴졌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저자의 발품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지금도 온전히 횡단 열차를 타고 쭉 달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한다. 예전 이주를 목적으로 강제로 꽉꽉 인원을 넘겨 태우고 이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부터 점점 몰리는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 난민 정책, 출산율, 노령화 등에 관해 알려준다. 도시의 흥망이 생각보다 빠른 시일내 전환된다는 점에 오싹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조급함도 생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정책이 가장 좋은 아이슬란드도 출산율이 점차 줄고 있다. 즉, 이젠 복지 정책으로 출산율이 +로 변화되는 도시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성장 곡선에서 저성장의 곡선으로 세계가 변화한 것. 다만 그 곡선이 얼마나 가파르냐? 완만하냐? 그리고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우리와 미래 세대가 그래도 여전히 살만한 곳으로 인식하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에서는 지참금이 결혼을 허락한 신부의 집안에 감사의 표시와 신부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보편적으로 소와 염소 등을 주지만, 최근엔 결혼식장에서 소 울음소리를 스피커로 틀어놓고 돈으로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

대리모를 합법화한 나라 : 아일랜드, 덴마크, 러시아, 영국,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이 그렇고 미국, 케나다, 멕시코의 일부 주.
그러나 이런 나라 중에도 모자 관계를 인정하는 법이 제각각인데 우크라이나는 친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고 대리모 가격이 현저히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기에 대리모 시장으로 매력도가 높다고 함. 😢 대리모의 성지라고…..

이민자들에게 지원 해택이 많은 도시 : 드레스덴
이민자들이 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나라 : 노르웨이
난민에 대한 포용을 인구 대비 많이 하는 나라 : 스웨덴. 그런데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함.

저자는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좋은지 조심스럽게 그 의견도 제시한다. 결혼식의 축소, 가정 중심의 사회로 지지 기반 시스템 확대(남성 육아휴직 의무제, 아이 중심으로 부모 일정이 설계되는 사회 등), 실버주택, 다문화 사회의 인식 변화, 지방 활성화를 위한 인력 수용 방안 정책 등
어떤 정책을 실시하고 그 긍정 부정의 효과를 전부 다 예측할 수는 없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곳의 현상을 잘 분석하고 우리나라 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하여 적용하는 것이 아마도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 이미 좋은 효과가 나는 정책을 잘 관찰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다.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그런 법안 말고 꾸준히 발전하고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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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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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920~ 50년대의 휘슬스톱의 이야기와 현재인 1985년 버밍햄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과거 휘슬스톱에서 발간되던 주간지 <윔스 통신>과 이젠 요양원에 생활 중인 스래드굿(니니) 부인이 시어머니를 방문하러 온 에벌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일단, 빈 둥지 증후군에 갱년기 증상이 겹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기혐오에 빠진 48세 여인 에벌린은 그 허전함을 먹는 것으로 풀고 있기에 점차 체중이 증가하고 있다. 어딘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그런 그녀는 86세의 스레드굿 부인을 요양원에서 만나며 친구가 되어가고, 잃어버린 자신도 찾는다.

경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힘든 시절의 그곳엔 스레드굿 집안의 막내이자 천방지축인 이지와 그녀가 사랑한 루스가 운영하는 휘슬스톱 카페가 있었다. 스레드굿 집안의 멋쟁이 버디가 죽고 이지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며 지냈는데, 루스로 인해 오빠의 죽음에서 조금 헤어 나온다. 하지만 루스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기에 결혼을 위해 자신의 고장으로 돌아갔는데… 어떻게 둘이 카페를 하고 있는 걸까?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경제공황으로 다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가난한 자들은 굶주림에서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던 시절. 당연히 그 가난한 자들의 파이에 유색인종들이 더 많았는데 그들까지 포용했던 이지의 대담함. 사랑하던 사람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서 그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추진력. 덕분에 종종 위기에 닥치는데 …

1. 루스를 괴롭히는 최대의 빌런을 살해한 인물은 누구인가?
2. 경제공황 시기에 기차에서 의로운 도적을 한 인물은?
이 두 의문에 답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와 스레드굿 가의 형제들과 휘슬스톱을 운영하는 두 여인과 십시 가족 등으로 퍼져나가는 다양한 인문들의 이야기가 책을 풍성하게 한다.
+ 위로의 글이 가득해 책을 읽으며 나도 함께 위로받았다.

에벌린에게 시어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들리는 요양원 방문을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스레드굿 부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하나님이 한쪽 문을 닫으실 때는 반드시 다른 쪽 문을 열어 두신답니다. 57p

사람들은 머리는 두었다 어디에 쓰는지 당최 모르겠어요. 저 사람들을 봐요. 저들은 흑인 옆에 앉아서 식사하는 걸 무서워해요. 그러면서 암탉 엉덩이에서 갓 나온 계란은 잘도 먹을걸요. 79p

‘애벌린, 미워해 봤자 소용없어요. 자신만 다칠 뿐이죠. 스컹크는 아무리 해도 스컹크인 것처럼,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그 자신일 뿐이에요. 그들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다른 무엇이 되고 시지 않겠어요? 틀림없이 그러고 싶을 거예요. 인간은 그저 약한 존재랍니다.’ 334p

순결을 지키는 것을 강요받던 여인이 딸에게 피임 기구 시술을 해주는 차이까지 그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결하는 혼란스러움도 함께 따라가며 여러가지로 우리 세대의 겹치는 이야기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책이다.

‘난 별 가치도 없이 인생을 출발했지만 이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아주 귀중한 골동품이 됐잖아. 시장에 내놓으면 아마 한 재산 될 거야.’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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