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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치고 - 살아온 자잘한 흔적
박주영 지음 / 모로 / 2024년 3월
평점 :
#괄호치고
#박주영
#모로 #서평도서
<304p><별점 : 4.3>
사심 담에 5점 이상!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시
따스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
자기계발서 보다 더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닮고 싶은 에세이
타인의 목소리를 간결하게 쓴 르포
좋은 음악과 영화를 거름망에 걸러 최고만 건져낸
그런 글들이다.
나를 울고 웃게 그리고 따스하게 만들어준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단숨에 따스함에 물들이는 책이다.
전작 <어떤 양형의 이유>와 <법정의 얼굴들>에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판사라는 직업군의 색을 가득 담아 쓰셨다면, 이 책은 박주영 개인을 만나는 시간이다. 전작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작가의 다양한 문학적 소양과 선함이 개인적인 글들로 한껏 드러난다.
접고 줄치고 싶은 부분이 거의 전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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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사랑의 잔열이다. 30p
인생의 버킷리스트는 ’to do’가 아니라 ‘to feel’ 리스트다. 이별을 목전에 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감각하는 일 외에 바라는 게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보고, 더 껴안고, 더 곁에 있고 싶다. 15초가 아니라 단 1초라도 고통과 슬픔 없는 일상을 만끽하고 싶다. 92p
매년 9월 13일은 법원의 날이다. 이날 헌신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법원의 위상을 드높인 분들에게 대법원장이 표창을 수여하는데, 최근 5년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2019년 이승윤 판사, 2020년 박주영 판사, 2021년 이대연 부장판사, 2022 윤희찬 부장판사, 2023 정의철 판사. 물론 상을 받고 돌아가신 게 아니라 돌아가신 분들께 드린 것인긴 하지만, 이 다섯 명 중 생존자는 나 혼자다. 나 역시 수상하고 석 달 보름 뒤에 쓰러졌다. 😭😭😭
좋은 책을 읽으면, 사랑, 평화, 자애, 즐거움, 행복, 지적 충만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된다. 늘 이런 내용을 접하는 사람이 어떻게 폭력과 전쟁을 일삼을 수 있겠는가. 책은 인간이 절멸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156p
수백만 건의 판례로 딥러닝을 한 AI 판사가 사람 판사와 달리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 기존 판례의 변경이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판단할 순 있어도, 데이터 자체를 바꿀 순 없다. 바꾸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타인의 불행을 너무 많이 봐버렸다. 그걸 전부 담고 있을 수가 없어 이런저런 말을 하고 글을 썼지만, 솔직히 국면이 나아지리라는 것에 대한 전망은 없다. 아니, 자주 절망스럽다.
그럼에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가만히 있어도 죽고, 움직여도 죽는다면, 나는 한 발짝 앞에서 죽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잠시나마 이 매혹적인 별에서, 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존재했던 의미를 어디서 찾겠는가. 한 걸음만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죽고 싶다. 나는 적어도 희망을 껴안은 채 죽을 것이다. 231p
어떤 산이 명산인가. 가까운 산이다. 어떤 사랑이 최고인가. 지금 당장 하는 사랑이다. 구휼도 같다. 도울 일이 눈앞에 있고, 도울 능력이 되면 즉시 도와라. 구할 사람이 보이고 구할 수 있으면 즉시 구하라.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는 건 결국 돕거나 구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건초 같은 남자에게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동무이 절실하다. 사회복지는 공적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사적 사랑이 끝나면 고적 사랑이 신속하게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산다. 256p
@morobooks 도서 지원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전작들도 좋았지만 이 책도 너무너무너무 좋네요!
판사님 건강이 완벽하게 회복되셔서
오래도록 따스한 판결문을 기록하는 판사로 남아주세요.
과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