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고 많은 분들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이상하게 나랑 인연이 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에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그중의 하나였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독서모임이 예정되고,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책의 띠지에 떡!하니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스토너>를 이을 모던 클래식이라 적혀 있으니.. (부족한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고 싶은 호스트랄까…) 인종 문제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탁월함이 더해진 한 여인의 슬픈 개인사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과 일치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모두 비슷한 시기의 거의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이다. 다만,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이들이 함께이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책의 반을 넘기면 누군가와 함께라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책의 전반이 여성 혼자의 삶이라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함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재가 읽기 가장 힘들었다. 6살 카야는 늪지에 홀로 산다. 부모와 5남매라 꽤 북적이고 시끄럽던 집이었지만 이젠 혼자다. 아빠는 급격하게 몰락한 집의 아들이었고, 전쟁 후 참호의 고통 속까지 겹치며 술에 잠식되었다. 엄마네 근처에서 결국 이 늪지로 새 출발을 하러 왔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그 잠깐 사이 카야가 태어났지만 아빠는 곧 다시 술로 돌아갔고 거기에 폭력까지 더해졌다. 엄마는 아끼는 악어 가죽 신발과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났고, 이후로 언니 오빠들도 떠났다. 조디 오빠만 카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매일 엄마가 돌아오는 것을 상상하며 아빠와 지내는 카야. 서툴지만 집안일을 해야만 했다. 아빠도 그런 카야의 노력 덕분인지 친절해지기 시작했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도 많아졌다. 엄마의 편지가 오기 전까지… 카야가 글을 읽지 못해 아빠에게 먼저 보여줬건만 결국 잿더미가 되어버린 엄마의 편지. 그리고 얼마 후 아빠마저 늪을 떠났다. 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도 모르는 카야는 늪에서 혼자가 됐다. 하지만 카야는 사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살아냈다. 훗날 아버지라 여기는 점핑과 글을 가르쳐 주는 테이트의 도움으로 혼자의 삶을 살아냈다. 하지만 테이트도 결국 세상에 발을 딛은 후 늪을 떠날 수 없는 카야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도 역시 이별의 말을 건네지 않고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그 빈자리를 소문이 좋지 못한 체이스가 채우려 드는데…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49p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품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 155p카야는 생물학의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어미가 새끼를 떠나는 이유에 답이 될 만한 설명을 찾아 헤맸다. 165p 😭😭😭😭😭어미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식 곁에 가지도 못하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히고,너무도 어린 나이에 늪에 홀로 남겨진 자식 또한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자신을 가둔다.어미와 자식의 삶이 모두 힘겨워 읽으면서도 읽은 후에도 마음이 무척 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