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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ㅣ 위픽
송경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무지개나래반려동물납골당
#아이를 조금더불쌍히여겨줘
#송경아
반려동물 납골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엄마는 나를 입양했다. 나를 키우며 박세희 엄마는 열성적으로 운동을 했고, 김연우 어머니는 나머지를 담당했다. 반정부 시위를 가담했던 박세희 엄마가 진압봉으로 맞아 죽었고 이후로 김연우 엄마는 홀로 나를 키우고, 납골당을 운영하며 엄마의 죽음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납골당 아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없었던 나는 홀로 집에서 놀다가 늘 닫혀있던 장롱문이 열려 있기에 들여다 봤다. 그곳에선 이상한 소리들이 들렸고, 화가 난 나는 그것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야단맞을 짖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확히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후의 일이지만, 당시 엄마는 혼내지 않고 나를 달래주고, 예쁘게 내 방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차원난민. 나와 생김새가 다른 생명체들이었다. 아주 작은 공간에서 생명만 유지하던 차원 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생명을 빼앗는 일을 한 것이었다. 그 일로 자꾸 엄마에게서 거리를 두던 나는 결국 그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사회와 완전히 등을 지고 살 수는 없었다. 사회는 정의롭지 않아도 우리의 교육과정은 정의를 가르쳤기에 더욱 그랬다. 학년에 올라가면서 우리는 자유를 배웠고, 인류가 역사상 저지른 수많은 과오들을 배웠다. 그때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입가가 비뚤어졌다. ‘옳은 건 알지만 그래서 내가 뭘 어떡해?’와 ‘내가 뭘 할 수는 없지만 옳은 건 안다’의 모순이 늘 마음속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고 세계에는 늘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기후 위기는 여전했고, 전쟁은 우리나라에만 아직 운 좋게 일어나지 않았을 뿐 어디에선가 늘 일어났고, 환경 파괴는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었고, 빈곤과 불평등은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했다. 나라고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 산 것은 아니지만, 엄마 덕택에 누릴 수 있었던 비교적 안온한 환경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보이는 문제들, 문제들. 그런 문제들을 생각하면 뭍 위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이고 싶어졌다. 28-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