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책 - 중부유럽편 여행 그림책 1
안노 미츠마사 그림 / 한림출판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글 없는 그림책의 세 번째 부류 안노 미쯔마사

 

 

글 없는 그림책의 세 번째 부류 안노 미쯔마사

 

글이 없다는 것은 그림으로 충분히 목적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글이 없어도 그림으로 전달하고 싶은 무엇이 있을 수도 있고 글 없이 그림으로 아름다운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안노 미쓰바사의 여행 그림책은 어떤책일까?

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샀고 흥미로웠던 하루가 있었다.

빼곡하게 촘촘히 그린 스타일이 괜찮았다.

프레임없이 양면을 전체 펼쳐 보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색채와 펜선? 과 같은 선으로 그려가고 있다. 선으로 대부분을 그려서 인지 양면이 꽉 채운 그림들이지만 답답한 느낌보다는 자잘한 여백이 있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나무와 같은 풍성함을 나타낼 때는 선보다는 수채화 같은 연한 물빛을 많이 넣은 색이 들어가 담백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멀리에서 바라보는 거리감을 두어 그리고 있다.

뭔가 돋보기나 자세히 확대하면 뭔가 더 세부적으로 이야기를 알 수 있거나 보일거 같지만 섬세함은 배제한 그림들이다.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으려니 또는 뭔가를 연상할 수 있도록 특징만 잡아서 그렸다.

여기에 모자를 쓰고 말을 탄 어떤 사내가 여행하는 모습을 찾아가면서 시작과 마지막장을 넘기면 된다. 그렇게 말탄 사내의 여행을 들여다보면서 같이 어디론가 떠나게 한다.

바다에 배를 타고 어떤 사내가 나타나는 장면. 바다를 표현한 작은 파도와 같은 너른 공간을 표현하는 부분이 꽤 좋다.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부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고 곳곳에 이야기들이 진행하고 있거나 살아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지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결혼식은 어떤지..수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을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봤다. 뭔가 빽빽하게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들어맞는 거 같았다. 그러다가 뭔가 갸우뚱거려지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시계를 들여다보는 토끼를 보니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돈키호테가 나오고 빨간두건이 나오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숨은 그림 찾기라는 것을 알았다. 와우..재미있는걸. 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다른 친구랑 같이 머리 맞대고 어떤 그림이거나 이야기인지 찾는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보냈던 오후를 보냈다. 잠시. 그리고 한권을 더 샀다. 그때가 10년도 전이다.

지금 다시 안노의 그림책을 손에 들었다.

그림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때와 많이 다르지 않지만 도대체 이 책의 목적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이 책을 좋아할까? 어떻게 다가갈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형태와 똑 같은 그림책이 그 이후로 여러 권 나왔다. 모두 같은 패턴으로  나라가 다르고 그 나라와 연관된? 동화나 인물 그림들을 숨겨놓고 말 탄 사내를 따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거까지 똑 같다.

작가가 자신의 모든 그림책을 한권 한권에 어떤 서사나 이야기를 꼭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라를 바꿔가며 숨은 그림을 찾도록 만드는 기획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이 그냥 장소만 바꾼 책이다.

숨은 그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해도 이 책이 그림만으로도 즐길만하게 충분히 좋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이런 기획쯤.. 하지만 느긋하게 말탄 사내를 따라가며 같이 여행을 즐길 만 하지 않다. 말탄 사내가 지나가는 길에 자잘하게 에피소드같은 빵가루 같은 이야기 하나 없이 그냥 간다. 뭔가 지식적인 면에서 해독하지 못하는 지적능력부족으로 헐뜯고 있는 건 아니다. 그림책이 다수의 많은 이에게가 아닌 몇몇의 누군가들에게 수수께끼 그림책으로의 자리를 매김하고 싶어서 이런 책을 줄줄이 사탕처럼 만들었다면 괜찮다. 쉬는 시간에 고급스도쿠를 순식간에 풀어헤치우는 재미가 있다면야 괜찮다.

하지만 안노 미쯔바사는 이 책들을 그림책으로 내었다. 그리고 그 후에 수학그림책이라던가 여러권의 책을 냈다. 멘사에 가입할만한 뛰어난 눈썰미와 박학다식한 이들만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쉰내나는 이야기한조각이라도 만들어주는 성의를 깔아주었더라면 하고 바랜다. 이렇게까지 각 나라별 자료 조사하고 오랫동안 그림에 끼워맞추는 열성이 있으니 자잘한 이야기하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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