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상자 베틀북 그림책 86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 베틀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는 시간대에 산다

 

시간상자. 데이비드 위즈너.

2017.3.3. 정기화

 

모래사장같은 이면지를 지나고 지나서

해변가에 삽을 들고 있는 어떤 소년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새가 세 마리. 멀리 배경으로 사람들이 있다. 한적하지만 여유가 묻어나는 외롭지 않은 바닷가 풍경이다.

시간상자의 제목. 어디선가 본 듯한 물건들이 늘어져 있다. 쓸모를 알지 못하지만멋져보이거나, 손때가 묻었거나, 세월이 지나간 흔적들이 있거는 자잘한 물건들.

그 사이로 멀리 동그란 동전이 있다. 저거 우리나라 대전통보 그런 엽전들인가?

다들 사연들을 담고 돌고 돌아 여기에 모아놓은 물건들. 그렇다면 작가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어느 구석에 있는 물건들을 그려놓은건가?

 

..이건 뭐야? 하고 보니 뭔 생명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눈동자가 뒤에 있다.

서로 이 생명체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그림책에 눈동자와 내가.

그럼 이 생명체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거야? 발이 몇 개야?

그렇게 잠시 놀란 장면을 지나가면 어떤 소년이 돋보기를 들고 아까 그 벌레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모래에서 놀기에 적당한 삽들과 양동이들이 있다. 친숙한 자세로 엎드려 있어서인지 눈높이가 나와 같아 편안하다

 

해변가에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을 배경으로 여러컷의 긴 그림들이 폭이 다르게 그려져 있다.

멀지만 걸어오는 모습, 조금 두껍게 엎드려 땅파는 역동적인 컷..그리고 길지만 아주 가깝게 들여다보는 옆얼굴. 그리고 파도에 덮쳐지는 두컷의 그림. 해변가에 가깝게 다가가는 듯하다.

으으....미역줄거리같은 것들이라니..실타.

그 사이로 낯선 물건하나. 수중카메라?? 신기한데.

아이는 필름을 현상한다.

여러컷으로 아이의 조급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서두르면서 뛰어가고..현상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그리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는 장면은 전체에 프레임없이 깔려있다. 이 모든 것이 사진을 보기위한 작은 과정이라는 듯이..이런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프레임이 없이 배경을 깔고 그 안에 작은 컷으로 프레임으로 그려넣은 그림들.

..로봇물고기다. 짙은 파란색의 바다로 보이는 곳에 붉은 빛의 물고기들이 떼지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로봇물고기가 나란히 물고기처럼 나아가고 있다.

도대체 저건 뭐지?

그리고 다른 사진. 바다의 대왕오징어들이 새끼오징어를 앞에 두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어주고 있다. 저 밝은 빛의 물고기는 아귀? 크크크..

검정 프레임을 두른 그림들은 모두 현상된 사진인가보다.

세 번째 검정프레임안에는 가시복 기구를 탄 물고기들? 납치되는 건가? 왠지 기구를 탄 물고기들 표정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비명을 지르나? 놀란 기운이다.

장면을 넘어갈수록 점점 더 상상이 넘어서는 사진들이 나온다.

카메라가 떨어지는 외계인들의 수중도시 사진을 지나가면서 다른 장면에도 사진기가 있는지 찾아보지만 별로 없다

그리고 사진을 한 장 들고 있는 어느 동양인소녀. 그리고 소년 소녀들..

다들 사진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배율을 높여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시대를 거슬러 흑백의 사진들이 남겨져있다

아이는 자신도 사진을 들고 찍고는 다시 그 카메라를 바다로 던진다.

현상했던 사진들은 바다로 흘러가고..아이는 그 카메라가 던져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 카메라는 바다 멀리멀리 다양한 생명체들을 지나 건네지고 건네져서

어느 바닷가에 아이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모래사장의 면지가 남겨져있다.

 

시간상자. 원제는 뭘까?

찾아보니 해변에 밀려온 표류물. ..제목을 시간상자로 하니 더 포장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단순히 영어의 원뜻도 저 의미만 있는 단어일지 의문이 든다.

카메라의 기능을 생각해보았다.

기록하고 추억할 수 있는 지금 현재를 고스란히 종이에 옮기는 물건.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여기가 아닌 먼 나라의 사람이나 생활도 알 수 있는.

연결지을 수도 있고 전달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 시간을 저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

하지만 아이가 현상한 다른 사진들을 바다로 흘러가도록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진들도 신기할텐데..간직하고 싶지 않았을까?

다른 아이들과 같은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거 같다.

시간은 소유할 수 없이 흘러가는 거라는 의미일까?

그렇지만 사진을 찍음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어떤 의미를 남겨놓기?

난 무엇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즐겼는지 곰곰 자면서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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