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에서 하는 이야기
곰 세마리. 폴 갤돈
숲속 오드막집에 곰 세 마리가 살았어.
작은 곰이 그네에 앉아 있고 밀어주고 있는 곰과 지켜보는 곰이 있다.
은근 깊어 보이는 숲이고 제일 가깝게 서 있는 나무 둥치에 올빼미? 한 마리가
정면으로 보고 있다. 저 올빼미는 무엇을 보고 있지. 이야기에 전혀 상관없는 ‘무엇’들이 난 재미있다. 거기에서 긴장감이라고 해야하나? 숲속이라는 생동감을 주기 위해 그려넣었을까? 곰들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 시선의 다름도 있지만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싶어서 긴장감이 든다. 즐거운 긴장감.
한 마리는 조그맣고 조그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커다랗고 커다란 곰들이다.
추측컨대 아기곰 엄마곰 아빠곰이다. 그런데 그렇게 쓰지 않은 이유가 뭘까? 혈연으로 쉽게 쓰지 않고 크기로 표현한다. 크기만 느껴지는 건가?
글씨도 실제 작다. 작고 연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페이지에서만이 아니라 끝까지.
털의 방향을 보아 조그많고 조그만은 어린 아기남자곰일거 같다. 아빠곰과 털의 방향이 비슷하다. 뒤에 꽃을 배경으로. 인간들처럼 집을 짓고 두발로 걷고 곰인형을 가지고 논다. 그렇다면 인간들의 성향으로 보아 아기곰이 중앙으로 배치하고 엄마곰 아빠곰이 양편으로 갈려 아기곰을 보호하듯이 그려지는데 여기는 크기 순으로 배치했다. 크기가..또 나온다
넘어가면 죽 그릇이 있는 장면과 의자에 앉아 곰들이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조그많고 조그만 그릇,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릇, 커다랗고 커다란 그릇..
조그많고 조그만 의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의자, 커다랗고 커다란 의자..
반복되어진다. 그릇과 의자의 크기가.
그리고 곰들은 책을 보고 있다. 책의 크기는 반대다. 곰인형은 바닥으로..곰인형을 안고 책을 보지는 않는군. 곰인형을 그리지 않아도 되었을텐데..그리면서 바닥에 있다.
조그만곰은 의자에서 바닥에 발이 닿지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은 발을 꼬고 앉아 있고 커다란 곰은 안경을 걸치고 책을 본다.
죽그릇 뒤에서 작은 생쥐 한 마리.
그리고 다음장에는 침대.
조그많고 조그만 침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침대. 커다랗고 커다란 침대..
작은곰은 곰인형과 자고 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은 귀를 막고 잠을 못들어하고 커다랗고 커다란 곰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지..코를 골고 있는지..
옆에 누웠는 곰의 태도라면 코를 골고 있는 모양새인데..침대를 이루고 있는 나무결 모양새가 제각각 멋지다. 커다란 곰의 머리맡에 끊어진 모양새는 더..코고는
소리에 벌어진건 아니겠지?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그림들.
곰 세 마리는 죽이 너무 뜨거워 산책을 나간다. 작은 곰을 커다란 곰이 무등을 태워서 나간다. 곰인형은 작은 곰이 여전히 안고 있다. 가족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금발머리가 곰 세 마리네 집에 왔어. 이상한다. 금발머리는 이 집을 원래 알고 있던걸까?
지나가다 들어올만큼 얕은 숲은 아닐거 같은데 지나가다 들어왔다거나 그런 부분은 없고 그냥 집에 왔어로 글은 시작한다. 그리고 금발머리의 표정은 드디어~!라는 의미가 살짝 묻어 있는 호기심이 들어있다. 슬쩍 들여다보고 살짝 안으로 엿보고 문고리를 돌렸다. 치밀하다.
바로 들어가지 않고 정탐? 하는 치밀한 작전이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곰들이 다른 곰들을 믿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 다른 곰을 믿은 신뢰는 깨지지 않았지만 금발머리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른부류..에 대한 준비는 없다.
이 부분이 군더더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이 부분을 넣고 싶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넉줄의 설명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였을까?
글자의 크기나 색의 굵기와 같은 모든 것에서도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다. 죽그릇 주변에 날아다니는 파리한마리도 그려 넣는다. 넣지 않아도 되지만 죽이 맛있을거라는 무언의 전달.그렇다면 넉줄에 의미는 무엇일까?....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고 싶은 부분이다.
금발머리는 차례대로 죽을 먹어보고 작은 곰 죽을 홀랑 먹는다.
의자에 차례대로 앉아보고 작은 곰 의자를 앉아 흔들다가 부서뜨린다.
침대에 차례대로 누워보더니 조그만 곰 침대가 마음에 쏙 들어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곰 세 마리가 돌아온다.
조그만 곰은 곰인형을 가지고 있고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곰은 꽃을 한아름 안고서 조그만 곰을 웃음을 띠고 올려다보고 있다.
커다란 곰과 조그만 곰이 정면으로 바로보고 있다.
설마 재네들이 책을 보고 있는 나한테 자기네들 집을 잘 지키고 있었는지..그 사이 무슨일이 생긴건지 물어보는 건가? 조금 어이없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다. 꼭 그런거처럼 우린 당신을 믿고 있어요 라는 거처럼 보인다는..
커다란 곰이 ‘누가 내 죽을 먹었바 봐!’ 라고 한 장면 가득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도 ‘누가 내 죽을 먹었나 보네!’ 파리 한 마리 오른쪽 끝에서 날아간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라고?
조그많고 조그만 곰이 ‘누가 내 죽을 다 먹어 버렸어요!’
커다란 곰이 ‘누가 내 의자에 앉았나 봐!’ 의자가 오른쪽 끝에 그려져 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라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이 ‘누가 내 의자에 앉았나 보네!’
조그만 곰이 ‘누가 내 의자에 앉았다가, 의자를 망가뜨렸어요!’ 울먹인다
곰 세 마리는 방으로 들어가 보았지
커다란 곰이 ‘누가 내 침대에 누웠나 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이 ‘누가 내 침대에 누웠나 보네!’
조그만 곰이 ‘누가 내 침대에 누워 자고 있어요!’
금발머리가 잠에서 깼다. 한쪽 눈만 번쩍 떳다.
난 이 장면이 마음에 든다. 처음 이 이야기에 몰입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놀래거나 뭔가 으스스 할 때 두 눈을 한꺼번에 뜨지 않을거 같다는 머릿속에서 만들어 놓은 광경을 보고 있는 듯하다.
꽃과 동물들과 자연물들을 퀼팅한거 같은 이불이 가깝게 보이고 그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있던 금발머리. 한쪽눈만 번쩍 뜨고 있고 그 모습을 호기심반 놀라움 반으로 곰 세 마리가 들여다보고 있다. 어떻게 될까? 이 다음은..얼른 넘겨 보고 싶다.
금발머리는 조그만 침대 곁에 있던 창문으로 달려가 훌쩍 뛰어 내렸다.
다행이다. 그 침대 곁에 창문이 있었구나. 저렇게 곰 세 마리가 지켜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헤치고 도망나올까가 항상 긴장되고 궁금했는데 ..침대 옆에 창문이 있다는 것은 이제야 안다. 세 마리 곰은 뒤에서 멀거니 ‘뭐니? 이건 ’ 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그러면서 어떤 새도 같이 날아간다. 저 새는 어디서 뛰어 나온걸까?
마지막 장면 곰 세 마리가 금발머리가 뛰쳐 달아난 그 창문으로 얼굴을 내다보며 참 이상한 일일세라는 표정을 보이며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창문을 위에 창문틀에 있다.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창문틀이 뭔가들이 앉아 있을만하게 보인다. 주변에 포도넝쿨들이 그려져 있다는..저 넝쿨은 무엇을 지지대로 타고 올라가는 거지? 벽틈에 작은 부스러기 들이 있나? 그러면 나무로 된 창문틀보다 유리로 된 창문틀이 더 나을텐데..
그림에 공간이 느껴지고 글에서 말하지 않은 섬세한 부분들을 그려놓고 있다.
조그맣고 커다란 등등 크기로 곰을 말하고 있지만 그림은 가족형태라고 소개하고 있다.
곰인형을 가지고 노는 조그만 곰이라던가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들이 살이 붙어가는 그림이다. 글만으로 보기에는 아쉬운. 그런데 공간이 그려지는 그림들이라면 이 책을 보고 즐길수 있는 연령대가 10대로 들어가는 초입? 초등 중학년 정도 이면 좋을텐데..
글이 반복되어지는 부분들은 조금 더 어린 연령이어야 재미있어하며 따라할 것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고 싶은 4줄은 어떤 아이들에게 작가가 하고 싶었던 걸까?
유치원? 집문단속? 어느 연령일지 조금 헷갈리는 곰세마리.
하지만 그림을 들여다보는 글과의 관계를 보기에 참 재미있게 본다.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런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