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동화는 내 친구 52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에드워드 고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그럴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트리혼이 줄어든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누구도 알지 못했던 거처럼 연두색으로 변한 트리혼을 알 사람은 없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책이다.
왜? 다르니까.
분명 다르다.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쉽게 말하기 어렵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럴싸한 해몽 달고 싶다. 근데 그림의 분위기가 드라큐라 백작한테 끌려갔는데 목덜미에 이빨 박아 넣어 피를 빨아먹는게 아니라 콕콕 구멍내어서 빨대 꽂아서 입가에 묻지 않게 얌전하게 먹고 있는 장면을 보는 거 같은..기분이다. 눈이 마주치면 그럴거 같다. " 목에 때가 껴서 그런거야.." 하면서 새침한 표정한 드라규라를 보는 기분이다.
뭔가 걸리는데 상대는 옆구리 찌르면서 '웃기지? 이건 웃긴거야. 웃지 못하는 건 너가 상상력이 부족한거야. 아니면 넌 이미 어른이야. 아이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거야' 하는 그런 기분이다.

그가 쓴 책 중에서 가장 무난하다. 다른 책은 더 기괴하다. 기괴해서 기억에 남는 걸까 . 아니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면서 막연한 두려움같은 것일까. 한가지 정확한 건. 이 내용을 어렴풋이나마라도 이해하는 척 하고 싶은거다. 잘난척이 하고 싶은거.
그래서 남다른 이해심이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척 하고 싶은거. 그거 하난 정확히 맞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얻어지는 것도 아닌데 애써 이해하는 척 하고 싶다.  
 

그렇게 척 하는 와중에 주장한다. 이런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르다' 라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기 위해서 그렇다. 일반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지면 내가 세웠던 인생에 대한 틀이 조금씩 벌어지기 쉽다.  정말 유별나고 싶은 트리혼이었을까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어른들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기억에 아주 오래 남는다.

그리고 제일 위에 말.
그건 좀 아프다.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이건 좀 아프다.
그러면서도 한편 안심이다.
트리혼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죽죽 잡아 늘려서 줄어들지 않게 버티는 기계속에 당장 처 넣어졌을 것이다.
연두색으로 변한 트리혼을 살색으로 굽는 가마에 붙여놓을 것이다.

나는 남들이 보는 일반 형상에 가까이 가야 제대로 살고 있다고 어깨 두드려주는 곳에서 산다. 어깨 두드려주는 그게 점점 무겁게 다가온다.

줄어드는 트리혼이 커지지 않고 아주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어디든 다녔으면 좋겠다. 결국 그 날수 있던 세상이 아빠 콧구멍이나 엄마 발가락 사이라고 밝혀지더라도 잠시 날아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