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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지 위의 시간
홍지윤 지음 / 정글프레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잘 들여다봐야 했다.
작년에 쓰던 수첩에 꽃들의 화려함 선물포장지같은 따뜻함이 아니라 화선지의 단어를 골랐다는 것을 잘 보아야 했다.
수묵그림과 시라는 작은 소제목을 보아야 했을까
수묵그림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 그려왔던 것과 너무 다른 책이다.
중고로 샀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무척 기다렸는데 두 세 페이지 읽고 나서 휘리릭 뒤에서부터 휘리릭 넘겼다. 5분 정도 지난후에 책을 완전히 덮고 .. 싫어라.
혹시 그녀의 나이가 몇일까 하면서 뒤적거렸다. 이십대이거나 삼십대초반이면 절반은 접어주려고 . 그랬는데 나와 같은 나이대. 92년에 졸업했다하니 나와 같다. 그럼 그녀는 어디에서 살다 뚝 떨어졌나? 어떻게 이십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십대의 감정폭탄같은 오버된 감수성으로 글을 쓰고 있다. 신선하다기 보다는 약간 식상한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비와 작은 새 나 마른 꽃..
단어와 단어 사이에 느낌들
행간에 얽혀 있는 예민하고 섬세하다 추측되는 일상들
자잘한 일들을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그런 그녀의 감정선들이 느껴진다. 그래서 싫다. 나와 같은 나이대이지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에 바이올린 선처런 팽팽할거 같은 신경선이 '가정'이라는 복잡하고 구질구질하고 끈질긴 생활을 꾸릴거 같지도 않다
물론 그녀가 포장을 아주 능숙하게 해 나가는 일과 가정을 별개로 보는 프로라면 또 모르긴 하다만.
한 밤에 멍하니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세상의 불빛으로도 무언가 생각을 끄집어 내는 인간일거 같다. 아무 이유 없이도 그냥 잠 안자고. 보편적인 일상사에는 게으른 인간일것 같다.
뭐 아니면 말고의 정신이니까 그렇게 추측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궁상 떨어지는 내 과거의 시간을 보여주는 책이 지금은 안 끌린다. 십몇년전 일기. 딱 그거.
그녀가 쓰고 싶었던 편지와 일기같다는 책으로는 완벽하다.
-지나간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나의 수묵그림과 시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꿈과 희망들을
기억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에는 진실한 책이다.
단지 그녀가 지금 걸어가는 진실함을 내가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가벼운 일상과 생동감을 내가 원한다는 것.
진지한 시간 말고 지식을 주거나 봄바람 같은 발랄함을 원한다는 것이다.
제임스딘의 절절한 눈빛이 아니라 어떤 시간대이든 무엇을 하든 "괜찮아" 하고 미소짓는 정우성의 세련됨으로 위장할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림과 글이 주는 느낌이 따로 따로 논다. 그림을 전공한 이가 자신이 잘하는 분야와 글로 통합시키려는 작업이 욕심으로 느껴지는 책이다.
그림은 마음에 드는데..설명해주는 듯한 덧붙임 글이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