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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작은 제목 -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주위 사람들과 관계 유지하는 비결. 이라는 나뭇잎들이 표지그림 달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밝은 하늘아래 나뭇잎들을 아래서 올려다보는 사진이다.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 . .) 한자로 경우록이라는 말을 풀면? 모른다. 찾아보기 귀찮다. 아마 자기 삶의 지혜를 모은 글 그런뜻일거다
살면서 보탬이 될만한 글. 많다. 아..나를 이렇게 위로해주는 구나 그늘진 곳에 웅크리고 있는 내 맘 한구석이 글 안에 있다. 능구렁이같다는 나의 이런 어둑어둑한면들이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
- 자기 안에 있는 추한 열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면 마음놓고 그 사람을 경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들은 매우 기뻐한다.
-'적당한 악'과 공생하며 살아간다는 인식은 내게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만약 내 의식에 '적당한 악'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나는 바로 인간성을 잃는다. 자신이 대단한 인도주이자라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누구든지 악취를 뿜어내게 된다.
-나는 평생 적당하게 나쁜 일을 해왔기에, 적당하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 외에는 달리 살아갈 뾰족한 방법이 없으므로.
-나는 타인으로부터 강요받지 않는 한, 사회와 타인을 위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나의 교활함음 내가 결코 희생하려 들지 않음에 있다.
-" 나는 네 존재만으로도 불쾌해." 라고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한 이 말만큼 솔직한 말은 없다. ( 난 앞으로 20년 후에나 생길 며느리가 벌써부터 약 오른다. 그래서 백프로 동감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정확히 인과응보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판매기와 같다. 좋은 일을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상행위와도 같다. 그것을 노리며 좋은 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넘쳐나고 만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는 이유는 대가가 없더라도 한다는 그런 순수성 때문이리라.
-자신의 책임도 아닌 일에 일본인은 잘도 사과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구슬려놓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무례한 태도이며, 나쁘게 평가받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행위이다.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에 구태여 사과할 필요는 없다. (아..깔끔하게 정리할수 있는 언변이라니. 괜히 미안해서. 나쁜상황에서도 나만은 착하고 인정있고 이해심있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나도 사과하는 일 많았는데..바로 이거네. 계산된 행위..--+)
밑줄 그어지는 대목 많고 공감되는 부분 많다.
대체적으로 적당히 나쁜일 하면서 상대에게 바라지 말고 자기 자신 앞가림 하면서 살아보자다. 그러니까 감옥에서 출소되어 나오는 이영애가 목사에게 하는 말 -- 너나 잘 하세요- 다.
착한척 양심있는 척 하며 숨기고 싶었던 교활함이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 교활하니까 햇볕에 말려보자고 한다. 우리 모두 이만큼씩 교활한 주머니들 있으니까 오랫만에 먼지 털어내고 뽀독뽀독 말리면서 살아보자 한다.
오랫만에 필~ 이 오면서 책이 도착하기를 무지 기다렸었다. 책소개글을 읽으면서. 그 기대감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분위기에 쓸려 다닐거 같다.
삭막한 느낌의 모래바람도 느껴지기도 한다. 옷자락 사이에 발걸음 사이에 실려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여 아..하고 바람맛을 보고 싶었다. 이를 지나 혀를 지나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 저 안으로 깊숙이 시원함을 가져다 줄줄 알았는데 입을 벌려보니 그 안으로 모래가 사그락 사그락 씹히는 삭막함.
난 한자리에 오래 앉아 뭉개지면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 찹살한웅큼 팥한줄 쑥한줌 하며 끈적끈적하게 젓가락으로는 어떻게 안되는 내 손가락을 사용해서 뜯어내야 하는 그런 쫀득거리는 맛으로 살고 싶다. 밥과 겨자와 회가 분리되어 떨어져 나올수 있는 초밥같은 삶은 가끔만 하고 싶다. 찹살떡처럼 미우나고우나 얽혀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기를 바란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건 조금 서운하다. 당장에 뒤통수 치듯이 확 뚫어주는 개운함은 좋으나 내 사는 길의 목적지와 살짝 다르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이 나를 싸고 있는 어느 한 틀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참 고맙다. 그리고 그녀를 알게 되서 다행이다.
이 책도 내 손 가까운곳에 나두고 가끔씩 두고 두고 꺼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