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를 여자 네명이서 본 후유증이다.
우리 오래전 영화들중에서 모여서 보기 좋은거 같이 한번 보자
가장 나이 지긋한 언니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같이 보고 싶어
해서 모였다. 

한때 그 책을 보았거나 영화를 보았거나. 그 둘에서 벗어난 여자들이 별로 없을때였다. 누구나 거의다 보았던 대세였다.
책을 읽고 몇년 후에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밑줄 그은 대목을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 거기 말고 다른 부분도 밑줄 그어진게 몇줄 더 있긴 하다.

'나비가 날개짓할때'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흰 나방이 날개짓할때' 라는 시작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시각을 말해주는 방법이 부드럽고 로맨틱하다는 느낌. (아..로맨틱. 닭살스럽기 그지없지만 그 단어밖에 안 떠오른다.)이 이 만큼 많이 드는 문장을 못봤다. 아니..사랑이야기 나오는 책을 읽은 적이 없는건가..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네
하긴 사랑타령하는 드라마도 별로 본적이 없군.

암튼 여자 네명이서(멤버가 조금 바꼈다) 모였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유치원에 보내고 포도와 고구마와 빵과 커피(먹을게 빠지면 안된다. 편한 소파나 쿠션은 필수다 퍼질러지고 드러누워서 봐야한다. 앞에 먹을거 나두구) 그렇게 모였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이나 내용들이라 지루할거 같았다. 솔직히 사랑영화들 두번 세번 보는거 난 못한다했다.

근데 말이다. 사랑영환데 .. 결혼하고 아이엄마가 되어서 그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해지니까 안 보이던게 보이고 그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아지는게 ..가슴이 조금 뻐근하다.

냉장고 문을 닫을때 뒷발로 툭 쳐서 닫고 있는 메릴스트립이 보인다. 그래 나두 문을 저렇게 잘 닫는데. 양손에 무언가 들고 있을때 자연스럽게 저렇게 닫는데..담배를 권할때 순간 무언가 휙 지나가면서 그녀의 과거가 지나가는 그런 장면들. 결혼해서 알수 있는 그녀의 어깨짓.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나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나이들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쿡쿡 들어와 박혔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누군가를 봤을때 가슴이 떨리면 안되고 떨려도 떨린다 해서는 안되고 떨리는 나의 모습이 행복하면 안되는 결혼한 사람이라는게.
처음 그 영화를 보았을때 보지 못했던 느낌들이었다.
그냥 막연히 사랑영화를 보러가서 사랑을 찾아 떠나지 않아 슬프겠다로만 보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그 안에 앉아 움직이고 한숨쉬고 슬퍼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었다. 반해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 까지 1주일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담배를 잡던 기다란 손가락 . 손가락으로 책상의 끝트머리를 툭툭 내리치던 동작들 . 고개숙인 앞머리카락. 옆으로 돌아앉던 자세들.
별 말도 없던 만남인데 거의 대화라고 할것도 없었는데 그 사람이 약속있다고 일어서는데  " 따라가도 되요? " 가슴이 쿵쾅쿵쾅치면서 그 답을 기다리던 몇초의 몇초들.
문을 나서면서 아주 유치하지만 " 저 사람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갈거야. 지옥에라도 갈거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말들을 직접해보았더라면..생각만 하지 말고 . 그랬다면 그 뒤에 내가 다르게 살았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사람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시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서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기에 내가 한눈에 반했을거야 하고 생각하고 싶다. 그 사랑을 잘 못 풀어서 남은 갈증이 삶을 너무 쉽게 가볍게 나를 끌고 가 버린것을 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을 어떻게 맺는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프란체스카가 사랑을 묻어두기로  결정하고 그 말을 고통스럽더라도 그에게 전하고 그리고 그를 따라가지 않기로 행동하고.
그녀는 시작을 하고 끝을 맺는다.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한거보다 그 결정을 그녀 스스로 했다는 것이 지금은 보인다.

이런저런 잡다한 느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영화보기.
그래도 한달에 한번씩 모여 영화보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나는 영화나 봐야 한다.'내 머릿속의 지우개'나 다시 또 보까..하는 가을이다

'뮤리엘의 웨딩'  '아웃오브 아프리카' 
'바그다드 카페'  ' 유망의 생' .. 또 무슨 영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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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3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드디어 공감하는 나이가 되셨나요?ㅋㅋㅋ
사랑영화로는 내가 본 것 중에 '러브 어페어' 와 '병속에 담긴 편지'가 오래도록 남아요. 못 이룬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던 영화로 기억되는데...이루어지지 않아도 저런 사랑 한번 해보면 원이 없을 것 같아요.ㅎㅎㅎ

파란 2008-09-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러브어페어.병속에 담긴 편지.도 누가 추천했던거. 저는 못봤지만..한번 보고 싶어요. 청춘스케치도 있고..또 무어가 있을지 기억을 짜내고 있어요. 저런 사랑에 밑줄 그으면서. 아무생각없이 사랑영화보다가 뜬금없이 눈물흘리게 되는 나이에요. 그러면서 난 이제 가슴 떨리면 안되는게..너무 억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