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갔다.
내 취향을 선택할수 있는 시기에 나와 같이 지냈던 이들의 시대가 갔다. 그들과 같이 나의 한 시대가 지나갔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메릴 스트립, 배트 미들러
삼인조트리오였다. 못생긴에 더 가까운( 메릴스트립은 조금 더 낫긴하다) 외모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 거기에 노래 무진장 잘했다. 메릴스트립은 몰랐는데 맘마미아에서 참 좋았다.
지적인 이미지에 투사의 이미지까지 바브라스트라이샌드. 지금은 무얼하고 있을까. 배트미들러 유머감각이 있어 좋았는데 자투리시간에 할리우드가십을 잘 보는데 그들을 거기에서 본적이 한번도 없다. 어느새 그렇다. 그런데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젊었던 시절이 가버렸다.

'너 내년에 마흔이지. 너두 이제 젊은 세월 다 가버렸다. 어떻할래' 하는거 같았다. 흑. 이젠 유치찬란하게 옷입어도 그건 아줌마가 어떻하든 한살이라두 젊어보일라고 하는 치기로 보일것이다. 내 취향이라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흑..하고 쓰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내 친구들은 거의 40을 넘었다. 내게 그런다. "힘들어 몸이. 너무 지쳐" 그러면 " 40 넘어봐. 뼈마디가 쑤셔"  그럼 나는 " 친구들이 다 40이 넘었어. 같이 몸나이를 먹어서 똑 같애" 그러면서 웃었다
내 몸나이는 40이 진즉 넘었지만 내가 움직이고 싶은 나이는, 취향은, 까칠한 성격은 아직도 팔팔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순둥이가 되어가고 있다. 삐딱선도 더 오래 타고 싶었는데..철들지 말자 하고 주문을 외우자. 젊어보이고 싶은 치기가 아니라 쉽게 순응하지 말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고..또 뭐가 있을까. . .아이스크림과 초코렛을 포기하지 말자.^^

아바의 음악. 지나간 시절을 새삼스럽게 깨울만큼 눈물 흘리고 싶을만큼 흥겹다. 나의 어두운 귀에도 거의 다 아는 노래라니 그게 그리 반가울수가 없다. 맞아. 저 노래 옛날에 어디에서 정말 많이 들었는데 저 노래는 누구랑 같이 들었는데.또 많은 시간들의 추억들이 내가 다 어디선가 언젠가 들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과거의 어느 시간때에 흥겹게 들었다고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올때즘엔 어디 노래방에 가서 노래부르고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될거 같고 그녀들처럼 반짝이 옷을 입고 숄을 두르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어 줘야 할거같았다.
늦은 커피를 마시며 음악에 깨지 못한 아짐들이 모두 아바음악을 외워서 언젠가 한번은 저렇게 모여서 춤추고 놀아보자. 했다.
좋지. 반짝이 옷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둥글게 모여 앉아 반짝이를 옷에 붙이면서 반짝거리는 스팽글도 수도없이 무진장하니 붙이고 있으면 얼마나 그 시간이 재미나고 기억하고 싶을것인가.

이 영화로 여름을 난다.
그리고 다른 음악을 불러왔다.
원스를 듣고 '트레인스포팅'의 쿵쿵거리는 심장소리음악도 다시 들어보고 안치환을 다시 들어보고 있다.
여름을 나고 이제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한시대가 가고 다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아바가 나를 위해 노래부른다. 꼭 안아주면서 노래 부르고 있다.
내가 나를 안아주는 영화를 보았다.
따뜻함과 눈물과 추억으로.

꼬리 : 맘마미아를 사려할때 생각했다. 배우들이 부른 시디가 아닌 다른 가수들이 부른 시디를 사려고 했다. 어찌하여 친절한 아짐이 구워준 시디를 듣는다.  제일 재미나고 영화가 생각나는 노래는 피어스브러스넌이 핏대를 세우며 부르던 그 부분일까
자세히 듣지 않아도 거기만 나오면..그래 그 밤에 같이 모여 맘마미아를 보았던 풍경이 눈앞에서 자르르 펼쳐진다. 옆에 친구와 같이 브러스넌과 메릴 스트립이 등뒤로 서로를 돌아보며 유치함을 온몸으로 발산하던 그 장면에 같이 닭살스러웠던 장면이 자르르 펼쳐진다. 진짜 죽음이었다. 머리가 아직도 쭈삣하고 선다. 그네들끼리 그 장면 찍으면서 얼마나 웃겼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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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마미아~ 그 흥겨움과 감동에 들썩임까지 좋았어요.
옆집 언니가 나이 오십이 넘어도 00도 모른다고 코가 석자나 빠져있길래 끄집고 가서 이 영화 보여줬어요. 눈물이 나올만큼 감동하며 좋아했던 우리 시대, 우리의 노래였어요~~ 난, 내년이면 마흔이란 말을 붙일 수도 없어요~ 흑흑.ㅠㅠ 그래도 메릴 스트립처럼 씩씩하게 나이 먹어갈 거에요.^^

파란 2008-09-2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대의 노래. 맞아요. 우리 시대의 노래. 그게 그리 좋을수가 없었어요. 내가 다 아는 노래라니. 그 영화덕분에 아는 아짐들과 같이 흘러간 '옛날영화보기'를 해보려구요. 아이들 모두 나가고 한가한 오전에 배깔고 누워 잡담하면서 군것질하면서 같이 영화보려고 해요. 내일은 비도 오니 영화가 더 근사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