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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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이 있는데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지 그 사람들 때문에 내가 떠날 필요가 없다]

 부대끼면서 산다는 말을 좋아한다.
오래전인가? 10년전에 하이텔과 천리안만 있던 시절에
정말 잘 나가는 동호회가 두쪽으로 쪼개지는 것을 보았다.
1주일도 안 걸렸다. 오프모임이라는 것에 나가면 간지러울만큼 서로 잘한다. 그렇게 형님동생 하더니 약간 삐딱한말 한두마디 오고나서 빈정거리다가 막말하더라. 그 사이사이에 팀대항전에 돌입했다. 한마디 거들고 두마디 거들고  화해시킨다고 끼어들고 그러면서 몇대몇으로 팀을 짜서 난타전이 열린다. 그 사이에 말없는 중립들 있다. 시끄럽다고 그냥 탈퇴하는 사람 많았다. 나는 팀대항할 관계들 없었기에 구경했다. 잠도 안자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같이 구경하는 사람도 있어서 우린 서로 전화로 세상사는 재미가 이런겨 하면서 열심히 눈팅했었다. 지금도 가끔 그녀와 나는 연락한다. 그러면서 가끔 그때일을 떠올리며 "그때가 참 재미있었시야"한다.  탈퇴같은거 생각도 안했다. 그냥 시들해져서 누군가 다른 모임을 만들자 해서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동호회장님 권한으로 탈퇴처리 했더라. 어느새 나를 다른 팀으로 보고 색을 칠해났더라구요. 기분 나빴지만 지겨워서 아무말 안했다. 

 그냥 순탄하게 공식처럼 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숨 막히지만 그렇게 살고 있다. 여기에 글 쓴 여자 목수정.(이름에 '목'이라는 성이 붙으니 이리 색다른 느낌이 든다 ) 제목에 걸맞게 잘 살고 있다.

 큰 제목 몇개 올린다.
1. 반칙하라, 즐겁다
2. 자유, 사랑보다 뜨거운
3. 좌파정당 잠입기

 읽으면서 좌파의 의미가 이런거였어?
아나키스트. 매력있네 했다.
그녀에게 중독되어서 나도  그렇게 자유스럽게 행동할수 있을 배짱 주소서 했다.
자유스럽기만 한건 아니다. 그녀는 두드릴줄 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것을 위해 열릴지 모를 문을 두드린다. <두드려라 열릴것이다> 나는 열린 문도 확인하는 사람이다. 열렸는지 내가 두드렸을때 문이 꽝 닫히면 무안할까봐 열렸나 안 열렸나 조심스레 미리 확인해보고 두드린다. 그런 왕소심 더블에이형인 내가 머릿속까지 그렇게 더블에이면 좋겠는데 행동과 머리가 달라서 혼자 열등감을 만들어 낸다. 

 
대학때 연애만 했다한다. 그 말은 운동을 안했다 한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배우자폭력에 세상에 눈을 번쩍 한번 뜨고 프랑스로 도망치듯 나갔다가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다시 돌아와 민노당에서 일하다 프랑스로 갔다가 돌아왔다가 하는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다.

그 상황상황에 그녀의 일상이 들어있고 그녀의 생각들이 떠다닌다. 그 떠다니는 생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녀를 알아가면서 그녀의 행동들을 당연하다 싶어진다.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들과 말을 할때가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약간의 힘을 이용해서 상대에게 최선의 이익을 얻어내는 사람들 싫다.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서도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약간의 불법이나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좌파적인 성향이 내게 있음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우파로서의 삶을 살고 싶고 좌파로서의 꿈을 꾼다. 아..그렇구나.
손안대고 코 풀고 싶은 사람이구나.
더럽고 구질구질한 일을 다른 사람이 해주길 바라면서 말만 번지르르한 거 맞다. 무엇을 읽거나 쓰거나 해도 내 이야기로 돌아와 버린다. 나한테만 관심있는 인간. 맞다. 아 또 이렇게 나는 나를 못난이로 만들다니..잘난것도 많은데 말이다.( 난 허영이스머프의 유전자가 많이 필요해.)

 무언가 말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녀처럼 뭔가 진지하면서 재미도 있고 남는게 있는 기록을 하고 싶어서다. 꿈깨자. 그녀가 자유로우면 얼마나 하겠니 오십보백보야. 그녀가 글을 맛깔나게 쓰면 얼마나 쓰겠니. 톨스토이만 하겠니 내가 오십보 갈때 그녀가 백보 가면 먼저 가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길을 조금 더 닦아준다는데 나는 조금 더 늦게 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더 벌련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위로하면서 오십보 갈란다. 그녀와 나는 다르다. 그녀의 삶이 자유롭고 근사해보인다 해서 내 삶이 구차하고 구속받는다고 하지 말자.
내가 그녀처럼 살수 없는게 아니라 살지 않는것이다. (나를 위로하는 몸부림이 애처럽기까지 할라하네. 세뇌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구나.)

 그냥 말하자. 부럽다. 그녀가 부럽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안되는 일도 되게 하려고 애쓰는 정열이 부럽다.  이렇게 이분법이 많이 들어가는 삶이 풍요로워지는데 그녀가 갖고 있는 '문화'라는 것에 대한 사랑. 일탈에 대한 사랑. 호기심에 대한 사랑.사랑 사랑 그것이 제일 부럽다.

 그녀의 솔직함이 다른 책을 아주 기름지게 만들고 있어서 힘들다.
전에 김점선아짐을 읽으면서 다른책을 못 읽었는데 .. 그녀도 그렇다. 그 둘은 닮았다. 내게. 

 - 삶을 즐길줄 모르면 좌파가 아니고 하면서 신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여전히 머리속이 마음속이 복잡하다. 근데 그 복잡함이 들뜨게 한다. 그녀는
매력적인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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