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빵만큼 큰 얼굴의 사자가 손거울을 앞에 놓고
머리를 빨간 끈으로 묶은 채 옆으로 요염하게?
누워 우리를 보며 씽긋 웃고 있어요
주변에 꽃들고 피어있구요. 발치에는 거미한마리
테두리도 날카로운 모서리도 없이 동글동글한 네모난 공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색도 약간 물은 많이 섞어 그린듯 연하게
강조하고 싶은 동물들의 주변만 진하게 색연필같은 것으로 그려넣었어요. 아이가 따라 보고 그리기도 쉬워보이게..고로 만만해 보이는 그림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숲을 걸어가던 사자가 땅바닥에 있는 빨간 끈을 보아요.
땅 깊숙이 박혀 움직이지 않은 빨간 끈
그 빨간 끈으로 사자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도, 코끼리의 힘도 , 사슴의 뿔도
토끼의 큰 두개의 앞니도, 딱따구리의 부리도
모두 소용없어요. 모두가 포기하고 물러섰어요.
지나가는 거미에게 사자가 물어요
"거미야, 너도 한번 해 보지 않을래?"
이 그림책은 동물들의 표정이 진짜진짜 오도독 소리나게 귀엽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는 사슴이 뿔로 끈을 끊으려 할때 사자가 양갈기를 제 손으로 꽉 부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갈기가 빠지든 말든 그렇게 잡고 있으면 그 간절함이 사슴에게 전해져서 끈이 끊어질것만 같습니다. 그래 보여요. 이를 앙당물고 갈기를 양손으로 잡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게 사랑스러워요. 그렇지만..안 끊어져요.
당당하게 나타나 "내가 해결해보지..등치들만 커가지구선.."
하고 나타나는 점점 작아지는 동물들의 표정도 쏠쏠하고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새로운 동물들의 힘자랑을 바라보고 있는 포기한 동물들의 표정.."정말 저러다 끊어버리는 거 아니야..그럼 안되는데.." 불안해 하다가 그들도 끊지 못하고 물러날때..울고 싶어하는 사자 옆에 포기한 동물들과 지켜보는 동물들 표정도 쏠쏠 슬그머니 " 너도 못했찌이..잘난척 하드니 흥.."합니다
이 책은 그림을 다시 뽑아서 동물들 하나하나에 말풍선을 달면서 아이랑 꾸며보기를 하면 참 제격일거 같습니다. 정말 그네들의 표정들이 어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보이는지..
정말 질투어린 표정에서 설마하는 표정 약간 으쓱하는 거..고소해 하는거!! 인간들이 가지는 온갖 어둠의 자식들같은 표정들이 다 들어 있어요. 그 어둠의 자식들이 하나도 어둡지 않게 밝은 곳으로 올라와 너무나 귀엽고 유머스럽게 나타나 있어요.
우리 큰아이가 잊을만 하면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책.
읽어 내릴 틈 없이 후닥후닥 넘겨 버려서 그 표정들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습니다. 주성이는 단 하나의 페이지에 멈춰 웃습니다.
거미가 사자의 머리에 끈을 묶었을때
그 놀라는 동물들 표정이라니...
눈은 사발만하고 입은 떠억~~ 하니 그 동안의 사자와 다른 모든 동물들의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팔합니다.
이 페이지를 보기 위해서 그 앞장들을 후다닥 넘기고 그렇지만 단 한 페이지도 빠뜨리지 않아요. 그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빨리 보기 위해 정말 한 줄 읽을 시간도 없이 후다닥 넘어옵니다.
동물들의 표정을 가리키며 깔깔 웃어요.
그리고는 끝. 더 이상 볼 필요없다며 마지막 두 페이지는 남기고 덮어 버리고 다른 책으로 넘어갑니다.
짜식..더 이상의 친절한 그림은 필요없나 봅니다.
큰아이는 그래도 저는 다른 동물들의 표정도 조금 궁금합니다.
자기들이 포기한 일에 대한 거미의 성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포기해버린 동물들 모두 자신들의 자만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자에게 축하의 말을 하고 떠나지여.
요즘 말로 정말 쿨~ 한 모습입니다.
내 자신이 다른 이들의 성공에 대해 정말 이렇게 할수 있을까
아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나가는 친구들..
살짝 질투납니다. 하물며 내가 포기한 일에 대해선...
그 일에 대해 시도만 해도 성질~~ 납니다. 감히..^^
생판 모르는 남이 성공하는 꼴은 봐도 친구나 아는 이가 성공하믄..무지 패배감 들거 같은..^^
원래 나라는 인간이 이거밖에 안되나..축하인사 깔끔하게 못하는 이 속좁은 밴댕이라는 걸 확인하겠지여.
우하하하...
그래도 40년을 가깝게 사람들속에 부대꼈으니 겉으로라도
축하해~ 인사할수 있는 자존심을 갖고 있기를..속으로 빕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흐뭇한 표정으로 이쁜 장미꽃거울을 든 사자의 모습..행복해 보입니다. 볼도 발그레 한게..이쁜 새색시입니다.
제일 마지막 이면지에 이런 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몇 가지]
들에 핀 꽃을 꺾지 않아도
향기를 맡을 순 있지
숲 속의 벌레를 잡지 않아도
귀여운 모습을 볼 순 있지
반짝반짝 예쁜 별은 따 갈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리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순 있지.
앞 표지와 마지막 표지가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데..
가장 귀여운 유머이자 강한 모습
마지막 페이지에 그 리본에 묶였던 사자의 갈기
몇가닥입죠~
우리나라작가라는게 참 뿌뜻했던 책입니다.
꼬리 : 아..그리고 이 사자는 칭찬 받을만 합니다. 하찮다 싶은 거미에게도 자신의 욕망을 말할수 있을만큼 트여있어요. 무시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자신의 욕구를 위해 부탁할수 있는 사자를 본 받고 싶습니다. 내 스스로 선을 긋지 않은 넓은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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