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이야기 샘터 외국소설선 8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존 스칼지(John Scalzi)”의 <노인과 전쟁> 시리즈는 2부인 <유령여단>을 2010년 9월에, 시리즈 완결편인 3부 <마지막 행성을 2011년 9월에, 그리고 시리즈 외전(外傳)인 <조이 이야기(원제 Zoe's Tale/샘터/2012년 8월)>를 올해인 2012년 9월에 읽었으니 묘하게도 지난 3년간 매 해 9월에 한 권 씩 만난 셈이 되었다 - <노인의 전쟁>은 소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 출판 시기가 7~8월 무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양 SF 소설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내가 매 해 찾아 읽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는 시리즈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조이이야기>는 본 시리즈와는 별개의 주인공이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외전의 경향과는 다르게 시리즈 완결편이자 시리즈 주인공인 “존 페리”가 화자(話者)였던 <마지막 행성> 속의 이야기를 “존 페리”의 딸인 “조이”의 시각으로 그려냈다는 점 - 그래서 원제도 “Zoe's Tale"이다 - 에서 색다르다.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노인과 전쟁> 시리즈의 외전인 이 책을 받자마자 즐거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스토리는 <마지막 행성>의 줄기, 즉 “허클베리” 행성에서 민정관으로서 8년여를 한가롭고 평화로운 생활을 보냈던 “존 페리”와 아내 “제인 세이건”, 그리고 그들의 수양딸인 “조이”가 우주개척연맹의 명령으로 개척단을 이끌고 “로이노크” 행성으로 떠나고, 로이노크 행성에서의 고난스러운 개척활동 끝에 가까스로 정착을 했지만 사실은 우주개척연맹의 음모로 인류의 개척 활동을 반대하는 범우주연맹 “콘클라베”의 대함대를 격멸하는 데 본의 아니게 앞장선다는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마지막 행성>에서는 이 과정을 “존 페리”의 시각으로 상세하게 묘사했다면, <조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보는 열일곱 살 소녀 “조이”의 시각으로 상황들을 묘사한다. 그렇다고 <마지막 행성> 스토리를 재탕한데 그치지 않고, 존 페리의 시야가 제대로 못 미쳤던 사건들을 조이의 시각에서 새롭게 재구성하고, 마지막 편에서 남았던 의문들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전편에서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로이노크 행성의 “늑대 인간”과의 이야기나 책에서 그저 간략하게 묘사하고 넘어간 콘클라베 동맹의 가우 장군에게 암살 시도를 알리러 간 조이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녀를 외계 종족 “오빈”이 신(神)으로 숭배하는 이유, 신의 종족인 “콘수”가 오빈에게 지능만 부여하고 의식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 - 조이의 친 아버지인 “샤를 부탱”이 오빈 종족에게 의식 프로그램을 제공했었는데, 2부인 <유령여단>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 조이가 로이노크 행성으로 돌아왔을 때 외계의 침입을 방어할 콘수의 기계를 가져오게 된 사연들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외전을 염두에 뒀던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작품 후기격인 <감사의 말>을 보면 <마지막 행성>을 얼렁뚱땅(?) 마무리했다고 독자들에게서 꽤나 질타를 당했다니 말이다. 결국 작가는 독자들의 성화 - “제대로 써” - 에 등 떠밀려 이 외전을 쓰게 된 셈인데, 오히려 이 외전이 마치 <마지막 행성>과 요철(凹凸)처럼 아귀가 딱 맞물려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 높였으니, 작가로서는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판이고, 실제로도 지면을 통해서 감사의 말을 드리고 있다. 사실 <마지막 행성>을 읽었을 때는 저런 사건들에 대해 별로 의문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 이렇게 말하니 내가 <마지막 행성>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고백이 되어 버렸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지막 행성>을 다시 훑어보니 이 책이 아니었으면 놓치고 말았을 의문과 비밀들이 수두룩했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만큼 이야기가 서로 보완되어 완성도가 한층 올라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있는 이야기를 다시 그려낸다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지만 작가에게는 꽤나 힘들었나 보다.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그려낸다는 게 쉽지 않으며, 특히 열일곱 살 소년 소녀의 말투와 시각을 담는다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춘기 소녀의 시각과 말투를 그려낼 자신이 없어 오죽하면 지인의 충고대로 어린 애인을 둘까 하는 위험(?)한 생각도 잠시 했다면서, 아내를 비롯한 주변의 십대 소녀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그네들의 말투와 행동, 사고방식을 재현해 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십대 소년 소녀들의 즉흥적이고 톡톡 튀는 행동과 말투를 담아내려고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절로 알 수 있었다. 물론 나 또한 십대 소녀의 생각이나 경험에는 문외한인지라 제대로 표현해냈는지를 평가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떻게, 즉 <노인과 전쟁> 시리즈를 다 읽고 읽어야 할까 아니면 별개로 읽어야 할까? 앞의 2부와 3부는 별도의 스토리 전개로 시리즈에 상관없이 읽어도 이해가 되었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시리즈를 다 읽고 난 후이거나 적어도 <마지막 행성>을 읽고 나서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마지막 행성>과 <조이이야기>에서 서로 생략된 사건과 이야기들이 아귀를 딱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전을 끝으로 “존 스칼지”의 <노인과 전쟁> 시리즈는 진정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책은 <노인과 전쟁> 시리즈 애독자들에게는 본 시리즈보다 한층 무르익은 글솜씨와 스토리 전개,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까지 외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차고 넘치는 재미와 감동으로 “특별 선물”이 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또한 <노인과 전쟁>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애독자였기에 이 책에 대한 평점은 별 다섯개 만점을 주고 싶다. 그나저나 내년 9월에는 더 이상 <노인과 전쟁> 시리즈를 만날 수 없어 아쉬움마저 든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읽지 못한 1부 <노인의 전쟁>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굳이 <노인의 전쟁>을 내년 9월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 올 가을이 가기 전에 챙겨 읽을 예정이다.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존 스칼지”의 또 다른 작품인 <신의 엔진>이 꼭 출간되기를, 그래서 내년 9월에는 그 작품으로 징크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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