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0. 헨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세월이 지나도 전혀 낡은 느낌을 주지 않고 갈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며,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같은 감동과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을 “명작(名作)”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문(門, 1910)>은 100 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시대와 공간에 대한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바로 현재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린 나이에 읽었던 책에서 느낀 재미와 감동을 수십 년이 흘러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 다시 읽어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면 그 책 또한 분명 “명작”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오 헨리 단편선(원제 The Selected Works Of O. HENRY / 비채 / 2012년 2월)>이 바로 그런 책이다. 중학교 시절 문고판으로 그의 단편집을 읽었었고, 다른 단편 모음집이나 잡지,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해봤던 “익숙한”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30여년 만에 다시 읽은 이 책, 마치 처음 읽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을 느껴볼 수 있었다. 아니 인생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조금은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에 읽으니 한결 그 재미와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에는 300여 편에 달하는 작가의 단편 들 중에 작품성이 높고 이야기 구성이 치밀한 대표작 30편을 수록했다고 한다. 역시나 맨 첫 작품으로 교과서에도 실렸던 <마지막 잎새>부터 시작하고 역시나 유명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이어진다. 굳이 줄거리를 소개하지 않아도 “아~그 작품”이라고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만한 그런 작품들일 것이다. 이후로도 오 헨리의 유머와 촌철살인의 반전이 담뿍 담긴 단편들이 계속 이어지고, 마지막 작품으로 내가 오 헨리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자 오 헨리식 익살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붉은 추장의 몸값>이 실려 있다. 제목만 들으면 모를 수 도 있는데 어리버리한 납치범들이 소년을 납치했다가 소년의 등쌀에 오히려 돈을 소년의 부모에게 물어내고 풀어줬다는 간단한 소개만 들으면 금세 알아챌 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또한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디즈니 가족 영화”와 꽁트 드라마로도 여러번 제작되어 TV에서 한번쯤은 봤었을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긴 이 책에 실려 있는 30 편 모두 유명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그런데 분명 읽었었고 아는 이야기들인데 다시 활자로 읽으니 식상하지 않고 마치 처음 대하는 것처럼 새로움이 느껴진다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명작의 정의 뿐만 아니라 “보석(寶石)”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퇴색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과 가치가 더 뚜렷하고 영롱해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을 보면 오 헨리의 단편들은 단언컨대 “명작”일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보석”일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이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보통 소설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해설”은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인데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해설 오 헨리와 단편소설 전통” 만큼은 작가 오 헨리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는 유익한 글이어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특히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오 헨리가 은행원이었고, 공금 횡령으로 인한 옥살이가 그를 글을 쓰게 만든 계기가 되었으며, 이런 경험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었다는 대목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새로운 정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오 헨리 단편들의 특징, 그리고 비슷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편소설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이 글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고 어줍잖은 내 서평보다 백배는 훌륭한 해설도 실려 있다 보니 이 감상은 다른 글들 보다 짧게 마무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뭏튼 명작이 왜 명작인지, 또한 명작은 한번 읽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다시 읽었을 때, 특히 나이가 들어 인생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을 때라면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읽기였다. 그래서 이미 읽은 지 수 십 년이 지나 누렇게 바랜 채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꽂혀 있는, <데미안>, <폭풍의 언덕>, <죄와 벌>, <전쟁과 평화>, <테스> 등의 옛날 문고판 고전 명작들에 다시금 눈길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들은 나에게 어떤 감동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줄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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