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카세론
캐서린 피셔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알카트라즈(Alcatraz)" 감옥. ”탈옥(脫獄)“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 감옥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육지까지 3km, 배를 타고도 30여 분이 걸리는 지역인데다가 해안은 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바다로 떨어져도 암벽에 부딪혀 살아남기 힘들고, 섬 주변에는 식인 상어도 서식하고 있어 폐쇄(1963년)된지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탈옥(脫獄)” 절대 불가 감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감옥에서 1962년 6월 12일 세 명의 죄수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3명의 탈옥수는 치밀한 계획 하에 1년여를 준비하여 구명보트와 구명조끼까지 만들어 탈옥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교도소장의 전면 부인과 미국 FBI의 은폐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책으로도 출간되었다고 한다니 탈옥이 절대 불가능한 감옥이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역시나 탈옥 절대 불가의 감옥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 바로 “캐서린 피셔”의 <인카세론(원제 Incarceron/북폴리오/2012년 1월)>이 그 작품이다. 이 책은 감옥을 탈출하려는 소년과 바깥세상에서 소년의 탈출을 도우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시대를 짐작할 수 없는 미래, 어떤 이유에선지 18세기 유럽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회가 존재한다. 여왕과 귀족들, 하인이 있으며 말(馬)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그런 사회 말이다. 여기에는 이처럼 중세 유럽과도 같은 “바깥세상”과 그 위치와 크기, 정체를 전혀 짐작할 수 없고 한 번도 탈옥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 감옥 내에는 한 명이 탈옥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지만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전설(傳說)과 같은 이야기이다 - 비밀 감옥 “인카세론”이 존재한다. 인카세론에서 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던 15세 소년 “핀”은 과거의 기억은 깡그리 잊어버린 채 막연하게 자신은 바깥 세상에서 왔다고만 여기고는 의형제인 “케이로”와 함께 약탈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약탈에 나섰다가 자신의 팔목에 새겨진 문신(文身)을 알아보는 한 여인을 알게 되고, 그녀를 인질로 거래를 하던 중 자신의 문신과 함께 독수리가 장식되어 있는 열쇠를 얻게 된다. 자신을 “별의 예언자”라고 부르는 사피엔트 “질다스”는 그 열쇠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열쇠라고 말하고, 핀과 케이로, 질다스는 갱의 두목과 일전(一戰) 끝에 그를 때려 눕히고 바깥 세상으로 향하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정(旅程)에 나선다. 한편 바깥세상에서 “인카세론” 교도소장의 딸인 15세 “클로디아”는 여왕의 아들이자 멍청하고 어리석기만 한 황태자 “캐스퍼”와 결혼이 예정되어 있지만, 자신의 딸을 차기 여왕의 자리에 앉히려는 아버지의 권력욕에 질려 하면서 몇 년 전에 죽은 약혼자이자 왕자 "자일스"를 못잊어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비밀 서재에 몰래 들어간 클로디아는 그 곳에서 열쇠 하나를 들고 나온다. 바로 핀이 가지고 있던 열쇠와 똑같은 모양의 것이었다. 우연찮게 열쇠를 통해서 바깥세상의 클로디아와 핀은 연락을 하게 되고, 클로디아는 핀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자일스” 왕자임을 직감하게 된다. 핀의 고난스러운 탈출 여정은 계속되면서 클로디아의 결혼식 날짜 또한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오게 되고, 그러면서 “인카세론”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과연 핀은 정말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자일스” 왕자일까? 그렇다면 핀은 탈옥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감옥을 벗어나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여왕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비밀 세력들의 음모와 결부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의 구성은 절대 감옥 “인카세론”과 18세기 유럽의 모습을 띤 “바깥 세계”, 두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두 주인공 “핀”과 “클로디아”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교차 진행되다가, 주인공들이 갖게 되는 열쇠를 통해 접점(接點)을 찾게 되고, 핀의 인카세론에서의 탈출과정과 클로디아의 결혼을 둘러싼 권력 탈취 음모가 동시에 진행되다가 결국 핀의 탈옥으로 모든 음모와 사건이 결론이 내려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이야기 전개와 두 세계 속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한 설정이 참 재미있는데,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인카세론”이라는 감옥의 설정일 것이다. 감옥의 이름이기도 한 “인카세론”은 “알카트라즈”처럼 “천혜(天惠)의 요새(要塞)” 개념을 넘어서 말 그대로 또 다른 차원(次元)에 존재하는 감옥이며,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 때로는 감옥 내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創造者)”의 역할까지 한다. 인카세론은 감옥 내 유기물(有機物)들을 끌어 모아 가축인 양(羊)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만들어내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깥세상에서 새로운 수감자들과 물품들의 보급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유기물이 부족해지자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생명체들을 만들어낸다. 즉 인카세론이라는 감옥 자체가 생명체이자 “신(神)”인 셈인 이 설정은 그동안 만나온 여느 감옥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독창적인 설정이어서 읽는 내내 그 설정과 정체에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책에서는 이런 인카세론의 정체가 핀의 탈출 과정에서 비로소 밝혀지지만 이 책이 시리즈의 1권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감옥에 대한 보다 세세한 설정들은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고, 또한 왜 바깥세상이 18세기 유럽 사회를 모방하고 있는지, 그리고 핀보다 먼저 감옥을 탈출하여 비밀 세력의 수장이 된 전설의 남자에 대한 정체 등도 아직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어 앞으로 이어질 2, 3권의 이야기들을 절로 궁금해지게 만들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요새 유행하는 그저 그런 “판타지 로맨스” 소설, 그것도 판타지는 그저 배경일 뿐 로맨스만을 강조한 그런 소설이 아닐까 저어했었는데, 판타지 - 엄밀히는 SF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상호 연관이 있는 장르이니 여기선 판타지라고 부르자 - 설정이 기대 이상으로 충실하고, 살아있는 감옥이라는 독창적인 설정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박진감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재미있는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눈길을 뗄 수 없는 그런 소설이었다. 물론 주인공인 핀과 클로디아의 로맨스는 이제 시작이니 후속권들은 로맨스가 강조되는 그런 작품일 수 도 있겠지만 1권에서 아직 밝히지 않은 비밀들이나 이제 시작인 사건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절로 후속권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시리즈의 첫 권으로써의 역할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역시 요새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 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 책도 영화화에 착수했다고 하니 조만간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도, 그리고 이어질 시리즈 후속권들도 모두 기대되는 멋진 판타지 소설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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