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11.겨울 - 34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어릴 적에는 추리 소설 뿐만 아니라 <계간 추리문학>과 <월간 미스터리 매거진>와 같은 “추리소설 잡지”들도 구입해서 읽었는데, 두 잡지 모두 추리 소설 애독자들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그런 잡지들이었지만 아쉽게도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금세 절판된 걸로 기억난다. 지금이야 추리소설 관련 정보나 서평(書評)들은 인터넷 추리소설 동호회나 추리소설 전문 블로거 글 등 온라인을 통해 접하곤 하지만 종이 잡지로는 근 20 년이 넘어서야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미스터리 전문잡지인 <계간 미스터리 34호 2011년 겨울호(한국추리작가협회/청어람/2012년 1월)>로 지난 2002년에 창간되어 벌써 34호에 이를 정도인데 이제야 만나게 되다니 - 솔직히 이런 잡지가 있었다는 것도 작년 가을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 어디 가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명함 내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추리소설 전문 잡지, 책을 받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표지를 펼쳐 들었다.

 

 잡지에는 연시(年始)에 출간되는 “겨울호”답게 “특집1 2011년 추리소설 결산”부터 시작한다. “2011년 국내추리소설 총결산”은 몇몇 독자들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오류가 좀 많았지만 국내 추리소설의 경향을 통계자료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던 기사였다 . 특집 1 기사 중 가장 흥미로웠던 기사는 '추리소설 전문 출판사 설문 조사' 부분인데 우리나라 추리소설 대표 출판사라 할 수 있는 여섯 곳의 출판사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 / 아쉬웠던 작품 / 2012년 기대작 및 출간 예정작 / 2011년 회고와 2012년 전망'이라는 질문에 답을 해놓은 기사인데, 작년에 내가 읽은 추리소설이 권수로 “49권”이 되다 보니 읽은 작품들이 꽤 있어 반가웠고, 출판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을 2012년 신작들은 올 한해 내 위시리스트를 장식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이어지는 특집기사인 “특집2 식민지 시기 아동문학가의 탐정소설” 편도 흥미로운데,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이 “북극성”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3편의 작품과 연성흠, 최병화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동문학가이자 어린이 보호 운동의 선구자인 방정환 선생이 썼다는 추리소설 - 물론 순수 창작물보다 번안물이 대부분이지만 - 을 이 잡지를 통해서 처음 접해보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어렸을 때 <칠칠단의 비밀> - 최근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라는 아동용 탐정소설로 만나본 기억이 났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7편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어법도 이상하고, 구성이 허술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추리소설 초창기 원형(原型)을 만나볼 수 있었던 귀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잡지에는 신인작가의 단편소설인 <파탄(김주동)>과 <프레첼 독사(조동신)>와 원로 추리 작가이신 “노원” 선생의 연재 장편 <시몬느와 테러리스트들(최종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앞서 두 작품들은 단편 추리소설의 압축미를 적절히 살린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노원 선생 작품은 <위험한 외출(1998)> 이후 근 10여 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 이 책은 초판이 “해냄출판사”에서 1988년에 출간되었고, 1998년에는 “고려원미디어”에서 “한국미스터리컬렉션 8”로 다시 출간되었는데, 나는 1998년판을 읽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작품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으신 데 외람되게도 단편 모음집에서 선생의 몇몇 단편들은 만나봤지만 장편은 <위험한 외출> 한 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 , 그분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참 반가운 작품이었다. 그런데 연재소설이기 때문에 앞의 내용을 모르고 결말만 읽어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추측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작품 시작할 때 전편들의 줄거리라도 요약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책으로 출간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외에도 “2011년 해외 추리문학상 수상작”, “해외 추리문학계 소식”, “특집3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신간안내”, “권말부록 2011년 발간 추리소설 총목록” - 읽은 책 확인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 등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사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다.

 

 잡지에 대한 서평은 처음 써보는 터라 이 잡지의 매력이나 재미, 정보를 제대로 소개하고 있는지 영 의심스럽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잡지, “참 재미있다”. 기대했던 것 만큼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테고, 여느 잡지들처럼 화보(畵報)들이 없어 아쉬운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잡지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소중한 그런 잡지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잡지들을 읽어보고 싶어 온라인으로도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을까 검색해봤더니 찾아볼 수 가 없어 일견 아쉬움이 들다가도 이 잡지는 온라인 서비스보다 이렇게 종이 잡지로 만나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앞으로도 50호, 100호 계속 이어지기를, 그래서 재능 있는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그리고 한국 추리소설의 발전을 위한 견인차로써 그 역할을 계속 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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