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드 매치드 시리즈 1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빅 브라더(Big Brother)"에 대한 예언은 <1984년>이 지난 지 30 년이 다 된 지금 IT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하다. 하늘에는 지상에 있는 50cm 급 물체도 선명하게 식별해낼 수 있는 인공위성이 수백 개가 떠 있고,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는 사람의 이동 경로와 행동을 모두 영상에 담아내고 있으며 - 하루에 CCTV에 노출되는 횟수가 평균 83회(수도권 기준, 2010년 12월 자료) 이른다고 한다 -, 여기에 인터넷 및 SNS 사용 기록, 신용 카드 사용 내역, 유무선 전화 통화 기록 및 위치 추적 등 마음만 먹는다고 하면 한 사람의 하루 동안의 모든 행적을 분(分) 단위로 기록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국가 비밀 기관이나 모 권력 단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면 절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런데 이런 ”감시“ 차원을 떠나서 실제로 출생, 진학, 직장, 결혼,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 또는 사회 기관에 철저하게 통제되고 만들어지는 박제(剝製) 같은 삶을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엘리 콘디(Ally Condie)”의 SF로맨스 소설 <매치드(원제 Matched/솟을북/2012월 1월)>는 모든 것이 통제된 미래 사회에서의 열일곱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기를 알 수 없는 가까운 미래, 개인의 삶 전체를 “소사이어티”라는 국가 기관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현실로 이뤄진 그런 세상이다. 이곳에서는 결혼도 소사이어티가 정해주는 반려자 - 물론 신체적, 정신적 분석을 통해 적합한 짝을 찾아주는 “매칭 시스템”에 의해 정해지지만 - 와 하게 되는데, 소년소녀가 17세가 되면 “매칭 파티”를 열어 소사이어티가 정해주는 반려자를 만나게 되고 결혼 계약은 21세가 되는 해에 이루어지며 양쪽 남녀의 임신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24세에 아이를 가지게 된다. 바로 건강한 후손을 가질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이다. 올해 17세가 된 소녀 “카시아 마리아 라이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시청에서 열리는 매칭파티에 참석한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카시아의 매칭 상대가 발표되는데, 다른 소녀들처럼 다른 도시의 남자가 아니라 믿을 수 없게도 바로 이웃에 살고 있고 가장 절친한 친구인 “잰더 토머스 캐로”였다. 다음날 아침 카시아는 매칭 상대의 정보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카드를 열어 보는데, 카드에서 잰더가 아닌 다른 남자의 사진을 보게 되고는 크게 당황하게 된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학교 친구인 “카이 마캠”으로 그저 친구였을 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터였다. 카시아를 담당하는 “오피셜” - 오늘날의 경찰과 비슷한 개념으로 개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 은 시스템 오류에 의한 매우 드문 일이며, 카이는 “일탈자”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신분이기 때문에 카시아의 매칭 상대는 잰더라고 다시 확인해준다. 카시아는 실수였겠거니 하고 넘어가지만 “하이킹(Hiking)" 수업을 카이와 함께 히면서 카시아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몰래 남겨 주신 “시(詩)” - 이 사회에서는 80세가 되면 강제로 사망하게 되고, 시나 그림, 음악 등 예술 작품도 위원회에서 결정한 100 편 이외에는 금지된다. 할아버지가 남겨준 시는 바로 100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지된 시였다 - 룰 그와 공유하고, 그에게서 글자 - 또한 이 사회는 기계를 통해 글을 읽고 쓰기 때문에 글자를 사람이 직접 익히지는 않는다 - 를 배우면서 그를 점점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잰더 또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멋있는 남자였던 터라 잰더와 카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그러던 중 카이는 시 외곽 지역으로 노역을 가게 되고 - 사실은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 거지만 -, 카시아 또한 어머니 때문에 가족 전체가 시 외곽의 농장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카시아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소사이어티의 음모가 밝혀지게 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통제된 미래 사회,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국가 기관에 관리되는 사회라는 “SF적”인 설정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설정에 대한 사전 설명은 전혀 없이 바로 여주인공 카시아의 매칭 파티부터 이야기를 바로 시작하고, 사회에 대한 모습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련된 설정들을 조금씩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책의 대부분은 우연한 실수 - 사실은 “기획”된 오류였지만 - 에 의해 매칭 상대가 될 뻔 했던 카시아와 카이가 금단(禁斷)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이 꽤나 길게 진행되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뻔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물론 3부작이니 남은 2부와 3부에서는 서로 이별한 두 남녀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재회하여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거기에 사회 통제 시스템이 무너지는 혁명을 두 주인공이 주도할 것이라는, 역시나 뻔한 예상도 가능할 것 같다. 즉 이 책, 여느 “판타지 로맨스” 소설처럼 “판타지” - 여기서는 SF - 는 단지 배경일 뿐 “로맨스”가 주인 그런 책인 셈이다. 카시아와 카이의 로맨스 과정이 설득력 있게 잘 그려지긴 했지만 로맨스보다는 SF적인 면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여느 판타지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수준의 재미 밖에 느낄 수 가 없었다. 물론 통제된 사회에 대한 모순점들도 언급 - 예를 들어 80세가 되면 강제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나 붉은 알약을 먹으면 일정 시간의 기억이 지워져 버리는, 즉 기억까지 강제로 통제하는 그런 사회 - 하고 있지만 신중하고 깊이있는 통찰이라기 보다는 역시나 소설적 배경으로써만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책 도입부나 중반부에 소사이어티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각종 사회 통제 시스템들에 대한 부연 설명을 좀 더 자세히 해서 SF적인 요소나 통제 사회의 위험성을 좀 더 살렸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성분들에게는 참 재미있을 책이지만 나처럼 감성이 무딘 남성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어려운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건이 보다 본격화되는 2부와 3부에서는 SF적 설정이 좀 더 부각되어 로맨스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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