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이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신호의 비밀
오기 오가스 & 사이 가담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첫 화면부터 “FBI Warning”이라는 경고문이 붙은 “포르노(Porno)” -
입에 담기가 민망한 단어이지만 어차피 이 서평에서 수 십 차례 언급할 단어이니 “성인영상물”이니 “음란물”이니 뭐니 에둘러 말하지 말기로 하자
-를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우리 때만 해도 “선데이 서울”, “사건과 실화” 등 국내 성인 잡지와 청계천 등 헌책방 골목에서 “은밀히”
흘러나온 “플레이보이”, “허슬러” 등 외국 성인 잡지들만 간간히 접해봤을 뿐 영상물로써의 “포르노”는 몇 몇 아이들 - 소위 뒤에서 논다는
“불량 청소년들” -끼리만 은밀히 돌려 보던 참 “귀한” 것이었다. 어렵게 구했더라도 비디오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비디오 있는 집 친구 어머님이
외출하시는 틈을 타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함께 보던, 그러다가 뭘 놓고 가셔서 집에 다시 돌아오신 어머님께 걸려 단단히 혼이 났던 추억들은
중년 남성들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남자들에게 “포르노”는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춘기 시절 꼭 한번 만나게 되는
통과의례이자 일종의 “판타지(Fantasy)"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여학생들은 어땠을까? 우리들처럼 성인잡지나 포르노에
열광하진 않았겠지만 아마도 학생 잡지 부록으로 실려 있던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로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켰을
것이다. 나도 당시 학생 잡지를 자주 사봤던 터라 할리퀸로맨스도 꽤나 읽었는데, 그 이유가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라는 이야기에 끌렸던 것이 아니라
십대들이 보기에는 꽤나 부적절한(?) 성애 장면 때문이었다. 어쩌면 남자들은 시각적인 자극에 집착했다면 여자들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상상속
이미지에 열광했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보스턴대학 출신의 젊고 대담한 두 명의 인지신경과학자라는 “오기 오가스”와 “사이 기담”이 펴낸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웅진지식하우스/2011년 12월)>는 “포르노”와 “로맨스”로 대변되는 남녀들의 각기 다른
성(性) 심리를 해설하고 있는 책으로 “수많은 짓궂은 생각꺼리(A Billion Wicked Thoughts)”라 번역할 수 있는
원제(原題)보다 한글 제목을 정말 기가 막히게 뽑은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에는 원제 그대로 수많은 생각꺼리들, 그것도 남에게 대놓고 얘기하기 힘든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어디부터 또는 무엇부터 소개해야 할 지 참 난감하기만 하다. 우선 생소하기만 한 “성과학(Sexlogy)”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자. 작가는
1886년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이라는 독일 과학자의 <프시코파티아 섹수알리>에서부터 시작된 성과학은 같은 년도에 시작한
전파물리학은 지구 밖의 생물체외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낼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두어왔지만 인간의 성욕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조차 베일에 싸여 있을 정도로 논쟁이 분분하고 그 성과가 지지부진하다고 말하며 기 이유를 ”데이터 입수“로 꼽는다. 즉 연구대상인
성적인 행동을 직접 관찰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보니, 설문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손에 넣을 수 밖에 없는데, 설문 내용이 철저히 익명이 보장된다고
아무리 안심시켜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성을 연구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 연구는 각종
정부기관이나 사회기관들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인간의 욕구가 가진 진정한 패턴을 밝히려는 노력은 섹스를 금기시하는 제도권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 중단되거나 흐지부지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1886년 크라프트에빙의 연구 이래로 대규모로 사름을 대상으로 성적 욕구를 광범위하게
다루는데 성공한 과학자는 오직 한 사람, 바로 <킨제이 보고서>로 잘 알려진, 또한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킨제이
보고서(2005)>로도 유명한 “앨프레드 킨제이” 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기만 한 성에 관한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던 1991년만 해도 미국 성인 잡지가 90종이 채 되지 않았지만 불과
6년 후인 1997년 인터넷에 존재하는 포르노 사이트 숫자가 약 900 개에 이르렀고, 현재 인터넷 여과 소프트웨어가 차단하는 성인 웹 사이트의
수가 무려 250만 개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은 포르노를 위해 존재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은밀한 성생활을 직접 관찰할 수 는 없는 이상 어떻게 인터넷이 성과학 연구에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디지털
발자국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검색 엔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억 건에 이르는 검색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람들의 성적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이 책에서 신경과학과 성 연구에서 밝혀진 최근의 연구 결과와 인터넷 데이터를 결합하여
인간의 욕망 - 특히 성적 욕망 - 이 왜 그토록 다양한지 해명해보려고 하며 이로써 사람들에게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그런 취향을 왜 내가 혹은
내 배우자가 갖고 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들은 50 만 명의 개인별 검색 히스토리를 포함해서 총 10억 개에 이르는
웹 검색 내용을 일일이 여과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또 에로소설 수십만 편과 인터넷 로맨스 소설 수천 편의 내용, 유동 인구가 가장 많다는 성인
웹 사이트 총 4만 개와 성생활 파트너를 구한다는 온라인 구인 광고 500 만 개 이상,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의 욕망을 밝힌 수천 명의
이야기까지 자세히 살펴보고 분석해서 이 책의 연구 결과를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목적이 뭐냐고? 바로 성욕을 자극하는 내면의 특정 신호가
남녀별로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서론과 1장이 끝나면 남자와 여자의 시각 신호,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욕망과 심리적 신호 등 남녀간 - 여기에
동성애자들과 양성애자들의 성적 심리까지 포함한다 - 의 서로 다른 성적 신호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너무 방대하고 민망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 소개할 순 없고 “포르노”와 “로맨스”로 대변되는 남녀간의 성적 신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만 간단하게 언급해보자. 작가들은
남자는 “포르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두뇌는 원하는 성적 자극의 방식이 다른데 남자들은 ‘보는 것’,
즉 시각적인 면을 좋아하는 반면 여자들은 ‘읽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남자들이 포르노 동영상을 검색할 때
단연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각 자극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나이’였으며 특이할 만한 사실은 남자들은 마른 몸매보다 통통한 몸매의 여자들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남성들이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특히 자극적인 시각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로맨스의 어떤 면 때문에 열광하는 걸까? 여성들은 로맨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영웅’ 혹은
‘알파남’, 즉 멋진 남자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거칠기만 한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성 때문에 변화하여 마침내 부드러운 내면을 드러내는
순간에서 마치 남성들이 포르노에서 느끼는 클라이맥스와 같은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하는 남녀 관계의 진정성과 감정의 교류 속에서
여성의 성욕을 충족시키는 ‘성적 신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대놓고 얘기하긴 부끄럽지만 가슴 한 편으로는 정말 궁금한 “성(性)”에 대한 담론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많은 데이터들과 이야기들 때문에 지루하기까지 했던,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그래도 텍스트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히 읽었지만 너무 더디 읽히는 바람에 중반 이후에는 데이터들은 건너 뛴 채 내용들만 골라 읽었으니
제대로 완독은 하지 못한 셈이다. 남녀간의 근원적인 차이라 할 수 있는 “성”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역시 “성”을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자니 영 부끄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덮어두고 외면한다면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쌓이게 될 뿐 어렵고
부끄럽더라도 똑바로 직시하고 알아가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성” 담론들이 아닐까? 서두에서 말한대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위의 시각에도
꿋꿋이 연구하여 이런 놀랍고도 재미있는 연구 성과를 우리에게 선보인 두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다음에는 좀 덜 적나라하게, 그리고
좀 덜 지루하게 우리에게 선보여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