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수학파일 -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이광연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 중에 “수학(數學)”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녀석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수학 때문에 문과(文科)로 진로를 선택했고, 수학 공부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대신 국어와 영어, 암기과목에 집중해서 대학에는 어렵게나마 합격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하필이면 학교 진학 담당 선생님께서 취업이 잘되는 과라고 추천해주신 “경제학과”에 합격한 것이다. 대학 들어가면 절대 수학 공부 안하겠다던 그 녀석의 다짐은 1학년 때부터 “경제 수학”이라는 암초를 만나 급좌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경제학과 커리큘럼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계량경제학”, “수리경제학”, “통계학” 등 심화학습을 하는 과정인지라 이 친구 1학년 1학기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포기하고는 결국 재수(再修)를 해서 어문(語文)계열로 진학을 했다. 이처럼 “수학(數學)”은 수험생(受驗生)들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제일 부담스러운 과목일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렵기만 한 수학, 좀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공부에 왕도(王道)는 없다”는 속담처럼 쉽게 하는 방법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수학에 대한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식을 담은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그나마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 그중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을 전파하고 있는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교수일 것이다. 작가가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고하고 있는 수학 관련 상식과 에세이 글들을 즐겨 읽었었고, 작년에 책으로도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2012년 신년 들어 이광연 교수가 풀어 넣는 새로운 수학 이야기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수학과 세계사를 접목시킨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예담/2011년 12월)>이 그 책이다.

 

 작가는 머리말인 <세계사 속에 생동하는 수학>에서 인류의 역사 속에는 생동하는 수학적 산물들이 즐비하다면서 수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즉 세계사와 그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수학의 역사와 함께 인류의 역사를 비교하면 세계사를 좀 더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학사(數學史)라는 게 그 자체가 세계사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우며 그런 방법으로 역사를 알아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세계사를 좀 더 흥미롭고 즐겁게 들여다보기 위해 방법으로 수학이라는 창을 동원하여 역사적인 장면들이 필연적으로 그렇게 펼쳐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단하고 단순한 수학으로 설명한다면 세계사뿐만 아니라 수학까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즉 수학으로 세계사를 읽는다면 세계사를 알아가며 수학을 배울 수 있고, 또 수학을 공부하며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기술한 책이 아니라 세계사 주요 장면들을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수학적 사고와 행동을 연계시켜 설명한 책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해설인 셈이다.

 

 책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주역인 “수메르”에서부터 20세기 세계 대전에 이르기까지 총 28가지의 세계사 주요 장면들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구성은 한 페이지 정도로 각 쳅터에 관련된 세계사를 요약하여 소개하고, 본문(本文)에서는 보다 자세하게 설명한 후 쳅터 후반부에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는 수학적 상식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첫장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주역 수메르인; 60진법” 편에서는 먼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평야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해 개괄적인 사항들을 한 페이지로 요약하여 설명한다. 본문에 들어서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문자였던 “쐐기문자”의 기원과 발견, 해석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고, 이어서 수메르 문명의 고유 셈법인 “60 진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역시 60진법과 연관이 있는 원의 중심각 360°에 대하여 박스 기사 형식으로 소개하고 쳅터를 마감한다. 각 쳅터마다 분량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구성을 따르고 있다.

 

 책에는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세계사 사건들과 수학적 상식들을 담고 있다. 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공식(公式)이라 할 수 있는 “피타고라스 공식”이 동양에서는 피타고라스보다 500년 쯤 앞선 기원전 1000년에 이미 알고 있었고, 바로 <주비산경(周髀算經)>이라는 고대 수학책에 실려 있는 “구고현(勾股弦)의 정리” -삼각형의 짧은 변을 '구(勾)', 긴 변을 '고 (股)', 빗변을 '현(弦)' 이라고 한다 - 가 바로 그 공식이라고 한다. 고대 문명인 인더스 문명에는 특이하게도 수학 방정식을 아름다운 시(詩)의 형식으로 표현했다고 하며 알렉산드로 대왕의 “고르디오스 매듭” 일화를 소개하면서 매듭과 매듭이론(knot theory) - 매듭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위상수학의 한 분야 - 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절세미인의 대명사인 “양귀비(楊貴妃)”의 아름다움은 바로 “금강비(金剛比)” - 루트비례라고 하기도 하며, 그 비율은 1.41 : 1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건축물과 문화재들이 이 비례를 따라 지어졌다고 한다 -가 숨겨져 있으며, 중세 유럽 기사(騎士)들의 마상시합방식인 “토너먼트”와 관련한 수학 상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수학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베토벤”의 교향곡에는 “파보나치 수(Fibonacci sequence)” -1, 2, 3, 5, 8, 13, 21……와 같이 선행하는 두 가지 숫자의 합이 다음 합의 수치(1+2=3, 2+3=5, 3+5= 8....)가 되는 특수한 수열로서 n항과 n+1항의 비율은 1:1.618 이 된다. 이 비율이 바로 황금비(黃金比)이다 - 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 첩보전의 대명사인 “암호”에도 수학적 이론과 정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사적 주요 사건이나 인물들과 연계시켜 수학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어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담고 있는 수학 이야기는 마냥 쉽지만은 않은 책이다. 몇 몇 이야기는 그냥 눈으로만 읽어도 무난하겠지만 몇 몇 이야기는 연습장에 수학 문제 풀듯이 써봐야 이해가 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피라미드 밑변 작도법이나 인도의 줄긋기식 곱셈법 등은 책에 소개한 대로 연습장에 직접 써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수학 공부 하듯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계사 이야기들만 읽어도 재미있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수학 대목은 그냥 용어 정도만 상식으로 알고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직접 연관된 수학 상식 -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 버린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숨겨진 수학 공식 등 - 이나 이 책처럼 세계사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은 수학에 대한 공포를 희석시키는 데는 분명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광연 교수의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엉뚱한 궁금증 하나. 이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수학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읽게 하면 어떨까? 이 책을 재미있어 한다면 분명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이라는 작가의 의도는 십분 성공한 것일 테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고문(拷問)이라면 아쉽게도 실패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너무 잔인한(?) 실험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이 책, 그 친구에게 꼭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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