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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인 서울 Date in Seoul -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설렘 가득한 감동 여행지 100곳 ㅣ in Seoul 시리즈
장치은.장치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회사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35세 노총각 후배 사원이 드디어 애인이 생기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입 꼬리를 아예 귀에 걸고 다닐 지경이다.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장가를 보낼까 싶어 - 속마음은 노총각 히스테리에서 드디어 해방(?)이 되는구나 싶어 전 팀원이 쌍수를 들어 환영 중이다 - 퇴근도 일찍 시켜주고 업무도 덜어주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주말마다 데이트 장소 물색에 여념이 없던 그 친구가 나에게 서울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달라고 문의를 해왔다. 서울에서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15년 넘게 했으니 잘 아실 거라며 기대감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일순 그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이런 딱히 추천해줄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돌이켜 보니 연애 시절, 데이트 한 곳이라고는 대학로에서 연극이나 공연 보고 신촌이나 학교 주변에서 함께 식사하거나 술 마신 기억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떠듬떠듬 대학로나 고궁(古宮)들 가보라고 우물쭈물 거리고 말았는데, 서울 살았던 거 맞아 하며 실망해 하는 표정이 어찌 그리 마음을 후벼 파는지 에효 하고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어디 추천해줄만한 데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눈이 저절로 번쩍 띄게 만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부터가 딱 안성맞춤인 <데이트 인 서울;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설렘 가득한 감동 여행지 100곳(장치은, 장치선 공저/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들어가는 글(序文)인 “최고의 데이트, in Seoul"에서 작가는 최고의 데이트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과연 상대편이 내 마음을 알아줄지, 그러다가 헤어지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이 자존심만 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바로 “내”가 남는다고 다독거린다. 즉 어느 순간에서든 행복을 위해 최고의 데이트를 만든 “내”가 남으며 나란 사람이 그를 얼마나 멋지게 사랑했는지, 그 순간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조금 멋들어지게 표현해보자면 ‘자존감’이 남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름다운’ 서울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와 내가 함께 데이트를 즐긴 아름다운 서울이란 공간이 추억으로 남아, 함께 거닐고 즐겼던 데이트 코스를 거닐 때 마다 오늘날 서울에서 최고의 모습으로 사랑한 멋진 내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하는 데이트는 언제나 최고여야 한다고, 쭈뼛대지 말고 솔직하고, 당당하고, 멋지게, 좀 더 적극적으로 최고의 데이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결실을 떠나서 최고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과 공간의 장소로써 서울을 추억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으로 이해되는 이 글을 읽고 나니 까맣게 잊고 지냈던 핑크빛 연애 시절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비를 피해 들어갔던 이름 모를 카페의 진한 커피 내음, 초행길이었던 인사동 길을 같이 걷다가 길을 헤매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나왔던 추억,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명동을 거쳐, 동대문운동장, 한양대까지 몇 시간을 같이 걸으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눴던 아련한 추억들 - “누구”랑 거닐었는지는 가정 분란(?)을 야기할 수 있으니 밝히지 않기로 한다. 그냥 그 누구가 지금 “아내”라고 생각해주시길^^ -말이다. 과연 이 책에 그런 추억의 데이트 코스들이 오롯이 담겨져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본격적으로 책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책은 데이트 코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앞서 멋진 데이트를 위한 각종 유용한 상식들과 마음가짐, 매너, 준비물들을 일러준다(Part 1. 데이트 준비). 맨 먼저 “심리 테스트로 풀어보는 취향별 데이트 코스”가 나오는데, 각 질문에 YES/NO 화살표 - 색깔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희미해서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 를 따라가 보니 나는 “D type -당신의 연예 타임은 (감성형)” 이라고 한다. 내용인 즉슨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니고 있어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 즉 수목원이나 고궁, 도서관이나 북 카페, 미술관 데이트를 추천하고 있다. 음 내 취향을 잘 맞춘 것 같다. 이후로 역시 데이트 카운슬링 책답게 연애기간별 데이트 코칭이 소개되는데 이미 결혼한 지 꽤 된 나로서는 낯간지러운 그런 충고들이었다. 여기에 데이트 정보가 가득한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데이트 매너와 의상, 메이크업, 커플 도시락 등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한 정보들을 한껏 담고 있으니 데이트를 앞둔 청춘남녀라면 잘 읽어보기를 권한다.
"PART 2 데이트 계획“ 편에서부터 본격적인 데이트 코스 안내가 시작된다. 먼저 북촌, 동대문, 정동, 서래마을, 대학로, 인사동 등 지역별로 추천 코스를 안내하는데 몇 몇 곳은 나도 코스 비슷하게 다녀 본 곳도 있지만 코스에서 소개하고 있는 각종 카페나 맛집 등은 영 생소하기만 한 그런 곳이었다. 어차피 데이트가 하루 내에 이뤄지는 짧은 코스가 대부분이니 책에서 추천하는 코스 그대로 일정을 잡아도 좋을 것 같다. "Part 3 데이트 시작” 편에서는 PART 2에서 코스별로 잠깐 소개했던 카페/갤러리/맛집/술집/호텔 등을 실내 전경과 주요 메뉴, 시설물들을 두 페이지 내외 분량으로 꼼꼼히 소개하고, "Part 4. 이색데이트 도전“ 편에서는 영화관/찜질방/캠핑장/공연장/프러포즈 장소 등등 테마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으니 지리적 코스가 아닌 테마별 데이트 코스 선정에는 꽤나 도움이 될 그런 자료들이다. 사실 Part3과 Part4는 작가들이 추천하는 장소들을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그런 자료들이라 하나하나 챙겨보기 보다는 그림 위주로 넘겨 읽었지만 데이트 코스를 짤 때 사전에 카페나 음식점, 공연장에 대한 분위기와 정보를 확인해보는 데는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자료들이었다.
다양하고 색다른 데이트 코스들을 깨알같이 담고 있는 이 책, 지금 이쁜 사랑을 시작하거나 혹은 가꿔 나가고 있는 청춘 남녀들에게는 정말 보물 같은 책일테고, 특히 회색빛 콘크리트 일색인 줄 만 알았던 서울이 사실은 그 어느 도시들보다도 멋스럽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멋진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서울 살이 15년 동안 도대체 나는 서울 어느 곳을 돌아다녔나 하는 생각이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코스들 중 내가 가본 곳은 과장 전혀 하지 않고 10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듯 싶다. 물론 광화문 광장이나 고궁, 박물관, 공원 등 “유명” 관광지야 가보긴 했지만 책 속 카페나 음식점, 레스토랑들 모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런 곳들 일색이었다. 혹시 우리 때 자주 갔던 대학로 카페인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 대학 들어가 첫 소개팅 했던 장소였다 - 이 있나 싶어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없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 “올드(old)"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수 도 있고 아니면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하긴 서울 떠난 지가 벌써 7년이 다 되었고 서울 살이 하면서 참 많이 들락거렸던 종로 교보문고 좁은 골목(피맛골)에 자리잡고 있던 “열차집” 돼지기름으로 부친 빈대떡이나 눈물 콧물 흘리며 먹었던 실비집 “매운 낚지 볶음”을 이 책에서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 오래된 추억 속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론 지금 연애를 시작하는 젊은 청춘남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딱 맞춤의 그런 책일 것이다. 다만 오래전 추억의 한자락을 떠올려 보게 하는 그런 코스도 포함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원래 이 책, 내가 잘 읽고 후배 사원에게 몇 가지 데이트 코스 추천과 함께 책을 선물해 줄 생각이었는데 사정이 좀 바뀌게 생겼다. 아내가 이 책을 보고는 책에 나와 있는 코스대로 서울 여행 해보겠다고 책을 옆에 끼고 앉아서 열심히 연구(?) 중인지라 책을 뺏어올 틈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새로 하나 구입해서 후배에게 선물해야 할 것 같다. 혹 이 책 때문에 결혼에 골인한다면 생색한 번 크게 내야겠다^^ 그나저나 아내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 주말마다 해오던 “뒹굴뒹굴 집안 탐험” 이제 영 물 건너 갈 것 같다. 벌써부터 어떤 연구 결과가 나올지.......솔직히 두렵다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