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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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정치 시사 분야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 의 PD이자 시사평론가인 “김용민” - “나꼼수”에서는 “목사 아들 돼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 씨가 우리나라 보수의 정체를 폭로(?)하는 책을 출간했다. 바로 <보수를 팝니다;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퍼플카우/2011년 11월)>이 바로 그 책 인데 최근 “나꼼수” 방송을 들어보면 출간한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5쇄” - 그의 다른 책들의 인쇄수와 합쳐서 욕설로 승화(?)시킨다 - 를 했다니 꽤나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보수”라는 민감한 정치적 주제를 “나꼼수” 방송처럼 그들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절로 들게 하는 이 책, 다 읽고 나니 “나꼼수”만큼 낄낄 거리며 웃게 만드는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이자 시사평론가인 “김용민”씨를 알게 된 것은 “나꼼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분 책 첫머리에서 자신이 보수에서 전향했다며 자신의 이력을 먼저 털어놓는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조선일보 라인업 신문을 정치적 스승으로 배워온 그는 한때 PC 통신 “청와대 한마당” 게시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글을 올려 논쟁에 가담했을 정도로 “청년 보수”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이런 보수의 자양분을 먹고 산 덕에 극동방송 PD에 입사했지만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 비판글을 썼다가 쫓겨나고 몇 달 후 CTS 기독교 TV PD로 입사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구조조정 당하면서 ‘그들(보수)은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수에 대한 환상을 드디어 깨뜨리고 진보에 전향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진보논객의 총아로 떠올랐다가 지금은 수구 논객의 대표 주자가 되어버린 “누구”하고는 정 반대인 셈이다.

제목인 “보수를 팝니다”는 무슨 의미일까? 하나는 물건을 사고 팔듯이 보수를 파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지금도 가장 잘 팔리고 있는 히트상품인 “보수”, 돈과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오랫동안 그것도 성공적으로 팔아 왔으며 이들은 보수를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지만 정작 보수의 진정한 가치나 철학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제 경제학자와 같은 눈으로 이들의 세일즈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파들어 간다"는 의미라고 한다. 생물학자처럼 보수를 여러 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각각의 종이 어떤 먹이사슬과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 즉 보수를 경제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샅샅이 분석하고 파헤쳐보자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보수에는 어떤 종(種)이 있을까? 작가는 부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보수가 되어버린 “모태 보수”와 보수의 반대편에서 활동했거나 또는 기득권인 보수에 편입되기를 열망해온 사람들인 “기회주의자 보수”,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데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무지몽매 보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보수 위의 보수인 “자본가 보수”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들 재벌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보수 뿐만 아니라 진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보수들을 이어주는 커넥션이자 사상적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수구 언론인 “조중동”이며 또한 보수를 위해서라면 하나님을 팔아먹는 모 종교 세력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보수에는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력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진보처럼 “당위성”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의해 뭉쳐진 그런 세력인 것이다.

선거에서 종종 상위 기득권층의 대변하는 보수를 찍는 서민들의 행태가 영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작가는 서민들이 보수를 찍는 이유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들과 진보 세력들이 서민층을 충성도 높은 정치적 기반으로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부유세 문제를 보면 그 뜻은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걷어서 이를 서민 복지에 쓰자는 것이지만, 부자건 서민이건 누구도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순순이 받아들일 사람은 없으며, 이처럼 세금에 대한 반발 심리는 조건반사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너희들은 결국 우리들에게 빌어먹는 존재"라는 자본가들의 논리에 영향 받은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고용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실직이 곧바로 생계 위협으로 내몰리면 서민들은 권력이 자본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본가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진보를 하면 서민들도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끈질긴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보수의 정체와 그 대처법, 그리고 2012년 스스로 몰락하게 될 이유를 설명하고 "나가는 글(Outto)"에서 당당하게 싸우고 유쾌하게 웃자고 말한다. 표정이 비장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속으로는 더 겁을 먹고 있다는 증거이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경쟁하듯이 더 심각하고 더 험악한 구호를 외치면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을 비롯해서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많은 보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상대가 내일 세상이 끝장이라도 날 것처럼 험악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데 이쪽에서는 여유 있게 껄껄 웃고 있다면 심지어 주먹 한방을 맞고서도 피식 하고 웃는다면 상대의 공포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보수)은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 더욱 주먹을 휘둘러 대겠지만, 그런 주먹은 헛방이 많고 촛점이 없어 제풀에 지쳐버리지만 이쪽(진보)은 유쾌하고 즐겁기 때문에 에너지가 오히려 계속해서 솟아난다는 것이다. 작가는 <나는 꼼수다>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는 이유가 바로 즐겁고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같은 내용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웃음기 없는 말투로 방송했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을까라고 반문하며 이명박 정권과 자본주들의 언론 탄압과 장악으로 방송도 신문도 할 말 하기 힘든 시대에 '탄압할 테면 탄압해봐라 웃겨서 원!'하듯이 방송 내내 흐르는 출연자들의 당당함과 유쾌함이야말로 이 방송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이다. 최근 “나꼼수”가 민주언론상을 수상했는데 주최측인 “민주언론”이 시상 이유를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고 거침없는 독설과 재미를 줬으며 주류언론이 권력 감시 등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안언론으로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있으니 작가의 말과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뭏튼 이 정권은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서 웃음이 없고, 그래서 언제나 더 강한 힘으로 더 무자비하게 억압하려고 들기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에이 재미없어 얼굴 좀 펴라!"하고 크게 한 번씩 웃어 주자고 말한다. 

“나꼼수”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흉내를 내면서 욕설을 내뱉는 그를 연상하면 이 진지한(?) 책을 그가 썼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가 않지만 그의 본업이 “시사평론가”임을 생각해보면 이내 수긍이 되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보수”가 지금 정치 시사 분야에서 통용되는 주류 이론인지 아니면 김용민식 보수 해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적어도 보수의 내력과 여러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보수를 분류하고 그 대처법을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만큼은 꽤나 가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말대로 당당하게 싸우고 유쾌하게 웃어 준다면 철옹성 같은 저 보수의 벽도 통쾌하게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나꼼수”에서 “쫄지 말자”는 말이 슬슬 족쇄를 채우려는 현 정권과 기득권 세력들의 방해와 탄압에 대해 혹시라도 쫄지 말자고 하는 자신들의 마음 다짐이기도 하겠지만 보수 기득권 계층에게 가슴을 활짝 펴고 좀 더 당당히 그리고 좀 더 유쾌하게 맞서라는 국민들에 대한 당부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 이제 쫄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서 당당하게 맞서자. 고리타분하고 이념적이기만 하다는 정치 혐오에서 벗어나 정치야말로 내 생계가 걸린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정치 참여가 참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껴 보자. 재미있다면 금세 싫증내지도 않을 것이고 오랫동안 공부도 하고 참여도 하다 보면 우리들의 삶 자체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예전에 자주 듣던 말인 "깨어 있으라"라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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