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성분 - 미국 드라마를 이해하는 15가지 코드
최원택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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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케이블 TV를 보면 “미드(미국드라마)”가 나오지 않는 시간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많은 미드를 방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겨보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미드에 대해 거부감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릴 적 <600만 불의 사나이>, <초원의 집>, <A특공대>, <에어울프>, <맥가이버>, <전격 Z 작전>, <헐크> 등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드라마들이 십 여 편이 넘고, 나이가 들어서 본 <머나먼 정글>, <X-FILE>, <닥터 후(정확히는 영드이겠지만)> 등이나 최근 <히어로즈>와 <슈퍼내추럴> 등은 참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니 미드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미드나 한국 드라마를 막론하고 드라마라는 장르에 흥미를 잃어버렸고 시즌제로 계속 이어지는 한 편 한 편을 시간 맞춰 챙겨보기가 영 부담되기 때문이다. 물론 단편 단편으로 끝나는 <CSI 과학수사대> 등의 작품들도 있지만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지 않을뿐더러 드라마 전반에 깔려 있는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이 영 낯설기만 해서 그저 한 두 편 시청해 봤을 뿐 지금은 이내 채널을 돌려버리고 만다. 드라마 전문 잡지 <드라마틱>의 기자로 미드 관련 분야를 담당했던 “최원택”의 <미드의 성분(페이퍼하우스/2011년 10월)>을 선택한 것은 굳이 미드를 꼭 봐야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드의 열광적인 팬인 아내와의 공감대 -거의 하루 종일 미드를 시청하고 있는 아내와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다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미드의 바탕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반적인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성분(成分))를 이해하면 드라마 시청에 조금은 유익할 까 싶어서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 덕분에 미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 아무래도 당분간 더 아내와 리모컨 쟁탈전을 벌여야 할 것 같다 - 미드를 통해서 미국을 “이해”하는 것이 꽤나 쏠쏠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펴내는 말>에서 한국 사회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사회 현상과 이슈를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미드가 다루는 사회 이슈들이 미국 사회만의 이슈에 그치지 않는, 바로 우리의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드 속의 힘든 경제 상황은 전 세계를 비롯해 한국 역시 겪고 있고, 정치 드라마나 법정물, 시트콤에까지 등장하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보혁 갈등은 한국의 정치를 돌아보게 하며, 동성애나 낙태와 같은 이슈는 이제 한국의 이슈이기도 하고, 미드 속에서 유행이 되는 패션이나 상품들은 이제 한국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드가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드라마야말로 그 시대의 사회상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방송계의 속설을 다시금 입증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본문에 들어서면 미드를 이해하는 15가지 문화를 코드(Code)별로 나누어 해설하고 있는데, “대중문화”, “코미디”, “직장”, “로맨스”, “사회계층”, “인종문제”, “정치”, “지역” 등 가히드라마 속에 담겨 있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들을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내용들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모두 소개하기는 힘들 것 같고 이중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었던 <베버리힐스 아이들>등과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에 등장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분류 명칭을 잠깐 소개해보자. 우선 하이틴 드라마에 보면 운동 선수로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부류가 등장하는 데 이들을 “족(Jock)"이라고 부른단다. 원 뜻은 미식축구를 비롯한 구기 종목 선수들이 국부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국부보호대(Jockstrap)”에서 비롯된 말로 드라마에서는 남자다움, 사나움, 거침 등을 최선의 가치고 여기고, 이와는 거리가 먼 개성을 지닌 학생들에게는 괴롭힘을 가하는 부류로 묘사되고 있다. 스포츠에 열광하고 스포츠 선수를 우대하며 스포츠 활동을 권장하는 미국 특유의 문화가 바로 “족”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비뚤어진 선민의식을 갖게끔 한다고 한다. 이와 반대되는 부류로 “공부벌레”,“(모)범생”, “책벌레”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너드(Nerd)"를 들 수 있겠다. 원래 동화작가 닥터 수스의 그림책 <내가 동물원을 운영한다면>에서 상상의 동물로 처음 등장해 이후 좀 덜떨어진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고 하며, 현재는 "지적인 목적이나 학문적 목적에 맹목적으로 헌신하여 사회적으로 대인 관계에는 서투르고 바보같은 사람"으로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종종 “족” 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샌님 등을 일컫는 말인데 대표적인 예로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피터 파커”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이와 유사한 부류지만 상대적으로 덜 괴팍하며 사회성을 갖춘, 일본의 “오다쿠”와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긱(Geok)”, “너드”와 “긱”에서 지적인 면을 들어낸 종종 “멍청이”, “머저리”, “왕따”로 번역되는 “도크(Dork)” 부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은 어떻게 분류할까? 우선 여자판 “족”이라 할 수 있는 “치어 리더”를 들 수 있겠다. 금발 머리에 빼어난 외모, 리더십이 뛰어난 캐릭터로 학교에서 스포츠 선수들만큼 인기 있는 집단으로 학교생활의 여왕이라 부를 수 있지만 때로는 머리가 나쁘고 문란하며 오만한 성정을 지닌 조역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 뿐 아니라 사교계에서 미모와 지성 및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기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잇 걸(It Girl)"도 있는데, 대표적인 드라마가 바로 <가십걸>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아이돌 그룹인 ”에이핑크“의 <잇걸>이라는 노래가 바로 이 부류를 지칭하는 단어로 유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잇걸 아래로 지나치게 극적인, 즉 사소한 일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너무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 퀸(Drama Queen)"이라는 부류도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지나치게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좀 푼수끼가 있는 그런 여학생들이 이 부류에 속할 것 같다. 문제아들을 지칭하는 단어들도 있는데, 주로 어두운 계통이나 아예 검은색의 옷을 입고 데스 메탈이나 헤비메탈을 주로 듣는 청소년들인 고쓰(Goth)"나 비슷한 개념의 ”이모(Emo)", 거의 10대 갱 과도 같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들로 영국 TV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청소년 문제아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채브(Chav)"가 바로 그들이다. 또한 옷차림이나 행동이 남학생처럼 거칠거나 털털한 여학생을 ”톰보이(Tom Boy)" 또는 걸가이(Girl Guy)"라고 부른다니 10대를 지칭하는 말이 참 다양하고 많다. 물론 이런 단어들을 외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청소년 드라마들을 볼 때 저런 부류들을 찾아보면 더욱 재미있을 그런 상식 쯤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미국 정치체계의 근간인 “공화당”과 “민주당”, 헌법에 있어서 우리처럼 전면개정이 아닌 조항 수정을 하는 “미국 수정헌법”, 지역마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다르게 그려지는 “지역” 기반 드라마 해석법, 미드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경찰, 보안관, FBI, CIA 등의 법집행자들과 법원에 대한 정보 등 미국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알토란같은 정보들이 한껏 담겨 있으니 잘 챙겨보길 바란다. 

미드 열성 팬인 아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 것을 보면 미드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 - 아내의 미드사랑이 이 책 덕분에 더욱 커질 것 같다. 에효 리모콘을 되찾아오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 만 같다 - 이겠지만 나처럼 미드를 즐겨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미국 사회 전반을 이해하는 “문화 코드”로써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정보들이어서 꽤나 유익한 책읽기였다. 다만 그나마 즐겨 본 SF, 판타지 드라마들에 대한 소개는 별로 없어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혹 작가가 다음편을 쓴다면 <X-FLIE>이나 <브이(V)>, <히어로즈>, <슈퍼내추럴> 등에 깔려있는 서구 신화와 전설, 종교들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드(영국드라마)”나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권 드라마들에 대해서도 짚어봐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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