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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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정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새 등의 동물들을 “애완동물(愛玩動物)”이라고 불렀는데 요즈음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반려동물(伴侶動物)”로 고쳐 부른다고 한다. 사람에게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의 “반려”라는 말, 참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한 해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 동물이 8만여 마리에 이르고 실제로 희생당하는 동물은 공식집계의 몇 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반려라는 의미가 무색해지고 만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싫증나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장난감 인형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 네이버에 연재하는 웹툰 모음집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북폴리오/2011년 11월)>의 작가 “초(정솔)”는 반려동물들은 그렇게 홀대받고 쉽게 버려도 될 그런 존재들이 아니라 바로 “가족” 그 자체라고 이쁜 만화와 글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자신이 반려 동물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없는 동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리는 날도 있지만 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편이다 보니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마음이 짠해졌다”라거나, “많이 배우고 반성했다”라는 감상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되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하고, 오히려 독자들에게 행복에 겨운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권유나 강요한다거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이 느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느낀 것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공감을 넘어 동물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사람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쓴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는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15년을 같이 살아온, 털 색깔도 까만색에서 회색으로 변해 버리고 눈과 귀가 어두워진 늙은 개 “낭낙”이와 유기동물보호소에 맡겨진 동물들이 새 주인을 만나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인 한 달이 지나면 안락사하고 말지만 가엾게 여겨 빼돌려 키우게 된 한 살 난 어린 고양이 “순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작가의 시점에서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낭낙이와 순대가 자신들의 주인에 대한 사랑을 들려주기도 한다. 머리말에서도 말했듯이 재미있는 에피소드 - 옷을 헤집어 놓은 낭낙이 때문에 어머니께 낭낙이냐 나냐고 따져 묻자 전혀 거리낌 없이 “낭낙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대답에 킥킥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 도 있지만 이제는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한 낭낙이, 버려졌다가 다시 사람의 품에 돌아와 작가가 외출하려고 하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순대의 사연 등 애달프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이 소개된다. 여기에 사람에게 버려져 길거리를 헤매다가 그만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하는 유기 동물들의 애처로운 삶과 10년 동안 같이 살면서 이쁜이이자 복덩이였던 소를 구제역으로 잃고 “너무하오, 저마만큼 기특한 삶 또 어딨다고” 탄식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눈물 흘리는 할아버지, “금방 올게”, “기다려”라는 말에 쓰레기장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국 죽은 개의 사연들은 절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세상에 모든 어린 것들은 행복해야 한다. 좁고 공장 같은 우리에서 물건처럼 태어나 마리당 3만원에 팔린다 하더라도 너희는 사랑받으며 살아야 한다.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먼지와 함께 태어난다 하더라도 너희는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덜 가지고 모자라고 불편하고 작아도 세상 모든 새끼들은 태어난 것을 축복받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아마도 작가는 행복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새끼들이 성장하고 난 후 에도 계속 우리들에게 가족으로서 사랑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족이라면 그렇게 쉽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가족이라면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을까? 가족이 남보다 못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반려동물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거리에 버려지는 동물들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딱히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책 속 그림과 글 만으로도 가족인 “낭낙”이와 “순대”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길에 버려져 애처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유기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작가의 늙은 개인 낭낙이가 좀 더 오래 작가의 곁에 머무르며 행복하기를, 그리고 어린 고양이 순대가 작가의 사랑 속에서 어릴 적 상처를 잊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작가 말대로 이 책으로 아직도 반려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어떤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를, 그래서 모든 반려동물들이 진실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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