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길에서 험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묘가(愛猫歌)” 또는 “헌사(獻辭)”인 “이용한” 작가의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지난 3월 <명랑하라 고양이>에 이어 8개월 만에 <나쁜 고양이는 없다(북폴리오/2011년 11월)>로 다시 만났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이 책에서도 전편처럼 가을에서 이듬해 여름까지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시골 마을 길고양이들의 1년 동안의 사연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전편과 시기적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라 전편에서 만났던 고양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다는 반가운 마음에 받자마자 읽기 시작한 이 책, 다 읽고 나니 전편과 불과 1년도 채 흐르지 않았는데 많은 고양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별로 떠나가 버려 가슴 먹먹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에 책을 쉽게 덮지 못하고 계속 앞 페이지들을 열어볼 수 밖에 없었다. 

여행가로 15년을 떠돌았고, 그중 4년은 고양이와 함께 길 위에서 보냈다는 작가는 <머리말>에서 고양이의 연대기와도 같은 묘생(猫生)의 기록, 그들의 갈구와 절망과 슬픔, 때때로 그들의 맑음과 갸륵함까지 담백하게 들려주고 싶었고, 다행히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첫 번째 고양이 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중국과 대만, 일본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1권과 2권 <명랑하라 고양이>를 원작으로 한 독립영화도 제작되어 전국 개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즌 3인 이번 권까지 이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그야말로 분초를 쪼개가며 막판까지 고투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은 책 제작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천대와 멸시 때문에 종종 쥐약을 놓거나 줄을 매 고양이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토로한다. 그럴 때 마다 절망감으로 일손을 놓곤 했지만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거려 주고 자신의 책 때문에 어느덧 자신도 사료를 들고 길거리에 나가게 되었다는 소녀의 편지 덕분에 힘을 내게 된 작가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내 이웃을 위한 안내서이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수많은 작은 사람들에게 길고양이가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를 들려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차라리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훨씬 속 편한 여행가로 살았겠지만 그러나 알고는 차마 ‘이곳’, 즉 길고양이들과의 삶을 떠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으며 <머리말>을 끝낸 작가는 “고양이 영역지도”와 “등장 고양이”를 소개한 후 에 작가의 진심이 담긴 애묘가(愛猫歌)는 가을(“제1부 가을, 마지막 숨박꼭질”)로부터 시작하여 겨울(제2부 겨울: 죽지마 얼지마 봄이 올거야), 봄(제3부 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을 거쳐 여름(제4부 여름: 고양이가 보내온 SOS)까지 이어진다. 

책에는 고양이계의 소녀시대라고 “소냥시대”라고 이름 붙인 장난꾸러기에 나무타기의 달묘들인 다섯 고양이(네 마리는 수컷이고 한 마리만 암컷인데 소냥시대라니 맞는 표현은 아니겠지만 사진을 보면 그 귀여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길고양이들을 사랑하는 전원 주택 주인 할머니 덕분에 20 여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는 전원고양이들(“전원 주택의 고양이들”을 일컫는 말로 소냥시대도 이 주택 마당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딸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떠나자 홀로 남은 손자 고양이 “꼬미”를 데려다 키운 할머니 고양이인 “대모”, 전원 고양이 일원으로 임신을 해서 전원주택으로 돌아왔지만 두 번이나 모두 사산을 하는 바람에 우울증에 걸린 불쌍한 고양이 “고래”, 마을 주민의 성화에 철장에 갇혀 봄과 여름 장마철을 보내다가 병이 들어서야 풀려난 “덩달이” 등 때로는 귀엽고 앙증맞지만 길고양이 특유의 고난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고양이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리고 안타까움과 슬픔을 맛보게 한 고양이는 2편에서도 등장했던 바로 “달타냥” 이었다. 

동네 파란 대문집 마당 고양이인 “달타냥”은 주인인 홀로 사는 할머니는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지만 달 빛에 담 타는 모습이 멋져 작가가 “달타냥”이라고 이름 붙인 이 고양이 - “삼총사”의 “달타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작가는 여러 번 밝히고 있다 - 이다. 할머니가 마실 나갈 때 마다 마치 호위하듯 따라 걷기도 하고 문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하는 등 기특한 구석이 많은 그런 고양이로 작가가 볼 때마다 먹이를 줬더니 어느새 작가가 지나가면 따라 붙어 뒷동산을 같이 산책하기도 해서 “궁극의 산책 고양이”라고 지칭하는 이 고양이는 2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이자 3편에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고양이였다. 2편에 등장했던 많은 고양이들이 밭작물을 헤집어 놓는다는 이유로 놓은 쥐약 버무린 밥들을 먹고 그만 무지개다리를 건너 버리고 말아 참 아쉬웠는데, 이 녀석 만큼은 이번 3권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해서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녀석, 고양이들에게 그렇게 힘들다는 겨울도 무사히 잘 넘기고 따뜻한 햇살이 반가운 봄 어느날 그만 고양이별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고양이를 묶어 놓으라는 이웃사람들의 성화에 할머니가 임시로 묶어 놓은 줄에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 치다가 그만 목이 졸려 숨지고 만 것이다. 아.... 이렇게 허망할 수가. 산책 고양이로 불릴 정도로 자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니고 마실 가시는 할머니 걸음에 맞춰 뒤를 따르던 이 녀석, 가느다란 줄에 묶여 그 좋아하던 산책을 하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자기의 목이 졸릴 정도로 몸부리쳤을까 절로 가슴 아파졌다. 주인 할머니도, 작가도, 작가의 아내도 눈물짓게 만든 그 녀석의 죽음에 작가처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을 되내일 수 밖에 없었다. 책 제목처럼 세상에는 미운 고양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나쁜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비록 주인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지만 그네들의 목숨이 그네들이 파놓은 배추 한포기, 무 한 개 보다 결코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심코 차를 몰다 도로를 건너는 고양이를 차에 치여 죽이기도 하고, 밭을 헤집어 놓는다고 약을 탄 밥을 놓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작가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이웃 할머니들 성화에 밤마다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울기라도 할라치면 할머니들 깨지 않게 울지 말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밤에 몰래 그 약을 탄 밥을 없애버리기도 하며, 떠나버린 고양이들이 제발 못된 약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기를 빌어보기도 하지만 책 속 많은 고양이들이 불과 2년 반도 채 살지 못하고 고양이별로 떠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길고양이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다음 권 - 물론 작가는 이 책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 에는 대부분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책을 다 읽고도 쉽게 덮지 못하고 다시금 펼쳐 고양이 사진들을 하나하나 다시 찾아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애묘가((愛猫歌)” 이자 오늘도 어느 길 모퉁이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고 있을 슬픈 고양이들에 대한 “애묘가(哀猫歌)”이기도 하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는 이번 권이 마지막이겠지만 고양이의 애잔한 삶을 알게 된 작가는 앞으로도 내내 이곳, 즉 길고양이들 곁에 남아 그들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그가 펴낸 이 세 권의 책이, 그리고 곧 개봉될 영화가 작가의 바램대로 수많은 작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기를, 그래서 2권의 제목처럼 길고양이들의 삶이 더 이상 비참하고 고통스럽지 않고 온전히 “명랑”해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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