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심리학 - 이성을 마비시키는 점술, 유령, 초능력의 진실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김영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 다닐 때 사주(四柱) 관련 서적 꼴랑 몇 권 읽고 “얼치기” 도사(道士) 흉내를 낸 적이 있었다. 미팅 때나 M.T.에서 여학생들 한 두 명 사주 봐주고 나면 너도 나도 몰려들어 자신들도 봐달라고 할 정도로 꽤나 인기(?)를 끌었었다. 만세력(萬歲曆)을 펼쳐놓고 년·월·일·시 사주팔자(四柱八字)를 적어가면서 용신(用神) - 사주에서 일간(日刊)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오행을 말하며 사주 명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 을 정하고 상생, 상극 관계를 따져보는 제대로 된 풀이가 아니라, 그저 손가락으로 육십갑자(六十甲子) 짚는 흉내 내고 그 사람의 외모나 옷차림새, 어투 등을 잘 살펴보고는 되는 대로 지껄이는, 말 그대로 사기(詐欺)에 불과한데도 왜 이렇게 호응이 좋았을까? 아마도 내가 되도 않게 지껄였던 많은 이야기 중 틀린 것이 더 많았을 텐데도, 정말 우연히 또는 외형이나 말투에서 어리짐작해서 맞춘 몇 개를 더 인상적으로 받아들여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일종의 판단의 “오류(誤謬)”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참 의외의 재주(?)가 있구나 싶어 그 이후 사주 공부를 좀 더 하긴 했지만 어렵기만 해서 지레 포기하고는 가짜 도사 노릇 - 어디까지나 “재미”로였을 뿐 영리적인 목적은 전혀 없었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 도 그만두었지만 그때 경험 때문인지 용하다는 점쟁이들도 사실은 나처럼 관찰과 소발에 쥐잡기 식의 우연의 산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리처드 와이즈먼”의 <미스터리 심리학; 이성을 마비시키는 점술, 유령, 초능력의 진실(원제 Paranormaility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은 바로 그런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꿔 주는 책이었다. 

작가는 프롤로그 <불가사의한 세계로의 여행>에서 자신이 불가사의한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덟 살 때 할아버지께서 보여주신 “동전마술”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할아버지께 마술의 비밀을 듣고는 푹 빠져 들어 몇 년 동안 마술과 속임수의 비밀에 대해 조사를 벌인 작가는 십대가 되었을 때 200가지의 마술을 할 수 있었고 최고 마술 동호회의 최연소 회원이 되었다고 한다.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학부에 재학 중이던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TV 프로그램에서 한 심리학자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는 사람들이 그런 이상한 느낌을 경험하는 이유를 연구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하는 것을 듣고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해보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이후로 불가사의하다고들 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영매들과 초능력자들을 시험하고 실험실에서 텔레파시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말이다. 

책에서는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익히 알려진 점(占), 유체이탈, 염력, 폴터가이스트, 유령, 독심술과 최면, 꿈(예지몽)을 총 7개의 장(Chapter)로 나누어 작가가 수집하고 연구했던 각종 사례들을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통해서 해석한다. 결론부터 말해 보면 모든 현상이 우리의 뇌가 저지르는 일종의 “오해(誤解)” - 작가는 “패턴”이라고 표현한다 - 라는 것이다.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치게 되면 없는 것 - 유령 - 도 보게 되고, 전혀 연관이 없는 일에서도 연관성을 억지로 찾아내는 등 - 예지력 - 의 오해를 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런 오해는 물리학이 아닌 심리적인 면에서 기인하므로 심리학적 해석으로 규명 가능하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고 그런 주장과 해석을 실은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각 항목별로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해석이 등장하는 데 모두 소개할 순 없겠고 앞에서 내 경험과 연관된 “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작가는 여러 실험과 연구 사례를 들면서 점쟁이들의 영적 능력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 - 적어도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사례에 한해서는 - 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손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치 수정구슬을 통해 화면으로 직접 보고 말하는 것처럼 줄줄이 맞출 수 있을까? 작가는 여기에 “콜드 리딩(cold reading)”이라는 심리학적 기법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을 사로잡는 마법의 화술이라며 자기계발서 - 이시이 히로유키의 <콜드 리딩> - 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기법은 상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해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작가는 점쟁이들이 써먹는 여섯 가지 기법을 소개하는 데, 예를 들어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치켜세우는 말을 잔뜩 늘어놓아 호감을 사서 자신의 점에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거나 (레이크 워비곤 효과)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다른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선택적 기억”의 특성을 이용하기도 하고(“디트머스 인디언스 대 프린스턴 타이거스 효과”), 두루뭉수리 설명해서 상대편이 반응하지 않으면 자신의 말은 비유적인 것이라고 애둘러 변명하여 명백하게 헛짚는 상황을 피해가는 방법(“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바꾸기”) 등이 바로 대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써먹었던 방법이나 점 보러 갔을 때 점쟁이들이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니 작가가 말하는 여섯 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공감이 되는 그런 대목이었다.  

책에는 이처럼 심리학적인 해석과 함께 작가가 연구하거나 경험했던 각 사례들을 사진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사이트로 접속하여 동영상 및 텍스트를 확인해볼 수 있는 “QR 코드”를 싣고 있고, 각 장 마다 간단한 심리 테스트와 함께 독자들이 써먹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으며, 부록에는 “초능력 도구 6종 세트"라는 이름으로 “용한 점쟁이가 되는 법”, “유령을 불러내는 방법” 등 본격적인 사기(?) 방법을 싣고 있다. 이러한 요소와 구성들이 자칫 텍스트 위주의 딱딱한 설명문 - 꽤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 될 수도 있었던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이 아닌 심리학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작가가 모든 현상이 허구(虛構)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런 현상들을 설명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그런 영역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자신이 해석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일종의 고정관념 또는 상식 깨뜨리기와 같다고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7가지 초자연적 현상을 믿고 안 믿고는 독자들의 몫 - 개인적으로는 99%가 가짜라고 해도 1% 쯤은 “진짜”일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 일 것이다. 다만 이처럼 설명 불가능한 일들을 맹신 또는 부정과 같은 한쪽 면으로만 보지 말고 다른 면에서도 본다면 또 다른 모습, 또는 감춰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의견은 한번 쯤은 새겨 들을 만 할 것 같다. 이 책에는 언급하지 않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7개의 현상 못지 않게 불가사의한 현상들, 즉 종교적인 기적(奇籍) 현상, UFO, 텔레파시 등에 대해서는 작가는 어떤 해석을 내릴지 자못 궁금해진다. 속편(續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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