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왜? 1 - 그해 겨울의 까마귀
임종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현대문학이 태동하던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특이(特異)”한 문학인을 뽑으라면 제일 먼저 시인 “이상”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특이”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한국 근대문학사가 낳은 불세출의 시인”이라는 그의 “천재성(天才性)”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근 1 세기가 지난 지금 - 작년(2010년)이 그의 탄생 100주년의 해였다 - 도 난해(難解)하기만 그의 시(詩)에 대한 평가가 나와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는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엇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난해한 시와 파란만장 - 시 만큼 이해하기 힘든 - 했던 그의 삶 또한 화제꺼리가 되기도 하는 데, 그가 1933년 발표한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를 모티브로 그가 한때 조선총독부에 소속된 건축 기사로 재직했다는 점을 결합한 팩션 미스터리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이상과 야수파 곱추 화가 구본웅, 그리고 기생 금홍의 충격적인 성 스캔들을 그린 영화 <금홍아 금홍아(김유진 감독/1995)>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임종욱 작가의 <이상은 왜? 1,2(자음과모음/2011년 5월)>은 역시나 베일에 쌓여 있는 이상의 죽음, 즉 1936년 9월 3일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이듬해 1937년 2월 사상 불온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3월에 건강 악화로 출감되어 4월 17일 오전 4시,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향년 만 26년 7개월의 나이로 객사(客死)한 그의 마지막 생애 7개월 여를 팩션 미스터리 형식으로 구성해낸 소설이다. 

책은 1936년 이상이 도일(渡日)하던 시기와 2009년 현재, “나(정문탁)”가 이상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겪게 되는 살인 사건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936년 9월 상순 어느날, 이상은 아내가 몰래 넣어둔 지폐를 여행 경비 삼아 경성을 떠나 평생을 각혈과 과로에 시달린 심신이 안식과 건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여긴 일본 동경(東京)으로 건너간다. 동경 시내 허름한 하숙집에 여장을 푼 이상은 자신의 전처(前妻)이자 조선을 들썩이게 한 성 스캔들의 대상이었던 “금홍”과 그녀의 새 서방 “방지온”등을 만난다. 그때 백범 김구가 이끄는 암살단 소속으로 여러 건의 일본 고위층 암살로 악명(惡名) 이 높았던 암호명 “까마귀”의 예고장이 일본 천왕가 인근 야스쿠니 신사에서 발견되고 까마귀가 일본 천왕 암살을 예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동경은 벌집 쑤신 듯이 발칵 뒤집히고, 1920년 간도 학살로 일선 부대에서 쫓겨나 한직(閒職)에 머물고 있던 “기무라” 대위에게 까마귀 체포를 위한 특별 수사 본부가 맡겨진다. 그 무렵 일본으로 건너온 조선인들과 외국인들의 행적을 조사하던 기무라와 수사팀은 까마귀를 소재로 한 “오감도(烏瞰圖)”라는 시(詩)를 발표했었고 마치 암호(暗號)처럼 난해하기만 한 시를 썼던 이상을 주목하고 그의 주변에 수사요원들을 배치해 이상을 감시한다. 그저 자신의 감정에 매몰될 뿐 빼앗긴 조국에 대해 별 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상은 방지온에게서 건네 받은 “백범일지(白凡日誌)”와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참가했던 과거를 괴로워하는 하숙집 주인, 그리고 밤중에 그를 찾아온 “까마귀”를 통해 조선의 현실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한편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2009년 현재, 소설가인 “나”는 이상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하게 되고, 한국에서 같이 동문수학했던 일본인 교수에게서 숙소와 함께 그의 연구를 도와줄 “가와무라 소조”라는 여학생을 소개받게 된다. 소조와 함께 그녀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신사(神社)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이상”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位牌)를 발견하게 되고, 이상과의 인연의 한 자락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소조의 친한 동생이자 재일교포 3세 “도리타니 다다오”가 같은 연극 동아리 선배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자 확인은 미뤄둔채 그 살인사건에 휘말리고야 만다. 과연 이상의 마지막 생애 7개월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9년 현재에 일어난 살인사건과 이상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페이지를 거듭할 수 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독립운동도 가담했다는 사실도 없고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비관을 담은 글 또한 찾아 볼 수 없는 이상이 사상 불온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불과 2개월 여 만에 이국 땅인 동경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상의 죽음은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이상의 죽음이라는 사실(事實)에 당시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본 천왕 시해 기도를 결부시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런 미스터리가 숨어 있었다는 “팩션 미스터리”로 재구성해내고, 거기에 2009년 현재 발생한 살인사건이 사실은 재일 교포가 우익 열혈 청년을 살해한 사건으로 위장하여 한일(韓日)간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해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극우(極右) 세력의 음모가 숨어 있다는, 그리고 그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상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얽힌 비밀도 함께 밝혀지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책은 두 권 800 여 페이지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고 재미도 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우선 1936년과 2009년의 빈번한 시점 교차를 들 고 싶다. 책에서는 1936년의 이상과 기무라 대위, 그리고 현재 정문탁, 세 가지 시점으로 교차되면서 전개되는데 너무 시점 변화가 빈번해서 한 쪽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은 이렇게 별개의 사건들을 교차하는 방식의 서술을 싫어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 탓으로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딱 2% 부족한 이야기를 들 고 싶다. 작가는 충실한 고증과 조사를 통해 이상의 마지막 생애 7개월의 미스터리를 재현해냈다고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충격적인 결말은 아닌 오히려 밋밋함마저 느껴졌고, 2009년 현재 시점에서 정문탁이 겪게 되는 살인 사건의 결말과 이상의 죽음이 남긴 비밀도 별 감흥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수준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읽으면서 이상의 정체가 사실은 전설의 암살자 “까마귀”였다는, 그가 일본으로 건너간 이유도 천왕 암살을 위해서인데 발각되어 고문 끝에 죽었다는, 그가 남긴 난해하기만 시들이 사실은 임시정부와 독립군들에게 보내는 암호문 - 책에서도 이상이 암호문 형식으로 썼다는 가상(假想)의 시가 등장하긴 하지만 - 이었을 것이라는, 지극히 만화(漫畵)적인 상상을 하면서 읽었기 때문일까? 이렇게 써놓으니 자기 혼자 지레 짐작하고 그 짐작에 맞지 않다고 실망스럽다고 투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을 이야기를 기대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대이다 - 만큼 제대로 마무리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하는 독자의 푸념 정도로 이해해 주길 바래본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부담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팩션 미스터리 소설이다. 임종욱 작가 작품은 <1780 열하(생각의 나무/2008년 8월)> - 이 작품도 박지원의 “열하일기” 속에 숨겨진 비밀을 그린 팩션 미스터리 소설인데 여기에도 “정문탁”이 등장한다. - 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데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팩션 소설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여서 팩션 장르를 즐겨 읽는 나로서는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그런 작가로 생각된다. 전작보다 이번 작품이 훨씬 나은 재미와 성취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더 멋지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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