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존 스칼지(John Scalzi)”의 “노인의 우주” 3부작 중 2부 <유령여단(샘터 / 2010년 7월)>을 읽은 게 지난 2010년 9월이었으니 시리즈의 완결편 3부 <마지막 행성(원제 The Last Colony / 샘터 / 2011년 7월)>을 근 1년 여 만에 만난 셈이다. 전편이 SF 소설에 대한 부담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과 재미를 보여줬던 터라 반가움과 기대감을 들게 하였다. 다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1부 <노인의 전쟁(샘터 / 2009년 1월)>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니 1부와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2부도 전편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무리가 없었던 만큼 걱정은 잠시 접어둔 채 책장을 펼쳐 들었다.

먼저 전편 <유령여단> 줄거리를 소개하고 본편에 들어서면 1부의 주인공 “존 페리”가 자신이 남겨두고 떠나온 세상, 즉 인생 역정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한다. 75년간 지구에서 살다가 아내와 사별(死別)하고 "우주개척방위군(CDF, Colonical Defense Forces)"으로 선발 - 의식과 DNA 일부분을 젊고 강한 육체에 이식시킨 것 - 되어 6년 동안 적대적 외계 종족들과 전쟁을 치른 “나(존 페리)”는 세 번 째이자 마지막 몸을 이식 받아 평범한 인간이 되어 “허클베리” 행성에 정착하여 전 특수부대원이자 나의 전 아내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아내 “제인 세이건”과 수양 딸 “조이” - 두 명 다 2부인 <유령여단>의 등장인물들이다 - 와 함께 마을 민정관으로서 동네 주민들의 사소한 분쟁들을 해결하면서 8년 여를 한가롭고 평화로운 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이런 평화로움을 깨뜨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새로운 식민 행성인 “로이노크”를 개척하라는 명령이었다. 고심 끝에 수락한 나는 가족들과 2,500 명의 개척 이주민들을 이끌고 “로이노크” 행성으로 떠나는 데, 공간 이동 후 도착한 행성은 우주개척연맹에서 말하는 그 행성이 아니라 전혀 다른 행성이었다. 우주개척연맹의 반대 세력이자 인류의 개척 활동을 반대하는 범우주연맹 “콘클라베”를 철저히 속이기 위한 작전 - 연맹이 개척한 행성을 수백 대의 함선을 동원하여 말 그대로 절멸(絶滅)시키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작전이기도 하다 - 임을 알게 된 나와 일행들은 무선 통신을 제한한 구시대 방식으로 행성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1년 후 연맹에서 제공한 콘클라베의 식민 행성 파괴 영상이 편집되어 있고, 복원하여 살펴본 영상에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진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때맞춰 우주선을 타고 나타난 연맹 측 장군은 로이노크 행성을 이용하여 미끼로 콘클라베 함대를 격멸시킬 계획을 밝히고 나에게 작전에 따를 것을 지시한다. 마침내 로이노크 행성 상공에 콘클라베 대함대가 나타나고, 함대 사령관 “타셈가우” 장군은 나에게 행성에서의 철수를 하든지 아니면 콘클라베 동맹에 가입하라고 권유한다. 장군의 권유를 거부하고 오히려 장군에게 연맹의 작전을 사전에 암시하는 함대의 철수를 부탁하지만 장군은 거절하고 행성 초토화에 착수하려는 찰나 개척연맹의 함대가 나타나 콘클라베 함선들을 몰살시키고 가우 장군은 개척 연맹 측이 의도적으로 남겨놓은 자신의 함선을 타고 탈출하게 된다. 당초 콘클라베 동맹의 분열을 의도한 이 작전은 오히려 연맹이 개척한 전 행성에 동맹의 파상 공격이 거세게 몰아닥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동맹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로이노크 행성 또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나는 인류의 멸종이라는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을 지키기 위해 정착민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수양딸인 “조이”를 가우 장군에게 보내어 장군의 암살 시도를 알리게 한다. 과연 나의 이러한 시도는 로이노크 행성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야기는 더욱 긴박하게 흘러간다.

<은하영웅전설>처럼 우주적 규모의 함대전(艦隊戰)이나 특수 부대원들의 거칠고 위험스러운 백병전(白兵戰)과 같은 밀리터리 액션 장면들도 없고, “뇌 도우미”, “통합(커뮤니케이션)”. “똑똑한 피(인공 피)” 등 2부에서처럼 SF 특유의 설정들도 딱히 찾아볼 수 없음에도 읽는 내내 눈길을 쉽게 떼지 못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이야기”의 재미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연상시키는 도입부 “행성 개척” 부문에서 연맹의 음모로 인해 정착해야될 행성이 바뀌어 버리고 무선 시스템을 작동할 수 없는 일종의 “페널티(Panalty)"의 상황에서 주인공일행이 어떻게 적응하여 개척해낼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계속 읽게 하더니, 중반부 2부에서 언급했던 콘클라베 동맹과 우주개척연맹의 범 우주적 전쟁에 휘말리는 장면에서부터 호흡이 점점 가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작들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다고 하지만 일개 개척 행성 대표에 불과한 존 페리 일행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 혹 배가 산으로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황당함과 함께 - 마저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걱정도 잠시 사건에 뛰어들고 해결하는 과정이 전혀 과장되거나 황당스럽지 않게 전개되면서 다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어 결말까지 내처 읽게 만든다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소개하지 않는다).

다른 서양 SF 소설들과 달리 이 책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이처럼 독자 호흡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글솜씨 - 이야기 구성력과 함께 책 곳곳에 등장하는 유머 코드 또한 잠시나마 긴장감을 늦추고 웃음 지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라 할 수 있겠다 - 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너무 이론적이거나 복잡한 과학적인 설정이 아닌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기발하고 독특한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과학적인 설정들, 그리고 지나치게 현대 사회, 문화, 정치, 종교에 대한 모순들을 투영한 묵직한 주제의식에서 벗어나 분명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에 적절히 녹여내어 부담스럽지 않게 한 점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평가가 SF 소설에 그다지 조예가 없는, 말 그대로 문외한으로서의 철저한 주관적 평가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2부에서 역자는 존 스칼지의 3부작에서 2부가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었는데, 3부 또한 2부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또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3부에 좀 더 나은 점수를 주고 싶다. 2, 3부를 읽고 나니 이제 이 시리즈의 첫 시작인 1부인 <노인의 전쟁>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연계성이 적어 각 권마다 독립적이라 할 수 있지만 1부를 읽고 나서 2, 3 부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SF 소설이 재미있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존 스칼지”의 다른 작품들, 특히 이 시리즈의 외전(外傳) 격인 <조이의 이야기>와 심각한 판타지 SF 소설이라는 <신의 엔진> 만큼은 꼭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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