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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1 : 사라진 도시 ㅣ 다른 세상 1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악의 영혼>, <악의 심연>, <악의 주술> 등 “악(惡)의 3부작”으로 유명한 “막심 사탕(Maxime Chattam)”은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아직 그의 책 -<악의 주술>은 가지고 있는데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 은 읽어보지 않은, 이번에 읽은 <다른 세상 1; 사라진 도시(원제 Autre-Monde, Tome/소담출판사/2011년 7월)>이 처음이다. 종말적인 재앙이 닥친 후 살아남은 아이들이 생존 투쟁을 벌인다는 스토리가 왠지 낯익은 이 책, 처음 만나는 막심 사탕은 어떤 재미와 스릴을 선사할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에 책 표지를 열었다.
열 네 살 소년 “맷 카터”는 난생 처음으로 세상이 더는 잘 돌아가지 않고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은, ‘기이한 기운’을 감지하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환상을 목격한 것은 성탄절 방학 이틀전이었다. 친구들과 “담력 게임”의 일종으로 뉴욕 파크 에비뉴 너머 지저분한 구역에 있는 가게 ‘발타자 골동품’에 물건을 훔쳐오기 위해 들어가지만 서점 주인인 “발타자” 영감에게 들켜 쫓기듯 도망나온다. 맷은 발타자 영감의 몸을 타고 오르는 뱀과 노인의 입술 사이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뱀 혓바닥을 목격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 번째 환상은 폭풍설(暴風雪)이 몰아치기 전 성탄절날이었다. 친구 집에 성탄 선물을 보여주러 가던 맷은 거리에 파란 섬광들이 사람을 덮쳐 옷더미만 남긴 채 사라져버리는 사건을 목격한다. 다음날 오후에나 올 거라는 폭풍설이 그날 밤에 불어 닥치고 전화와 인터넷, 전기가 일순 끊겨져 버리고 도시는 암흑에 휩싸인다. 함박눈이 온 도시를 뒤덮은 다음날, 맷은 전날 봤던 푸른 섬광들과 섬광의 촉수들이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이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 또한 섬광에 맞아 기절한다. 깨어나 보니 부모님과 이웃 주민들이 옷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고, 거리의 자동차 또한 온데간데 없이 없어져 버렸음을 알게 된다. 친구들을 찾아 나선 맷은 “토비어스”를 만나게 되지만 토비어스의 아버지로 짐작되는, 이상하게 변한 “변조 인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거리에는 이처럼 변조 인간들과 변종 동물들, 그리고 두 눈에서 섬광을 뿜어대는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괴물 “에샤시”들이 넘쳐 나는 이상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맷과 토비어스는 자신들처럼 살아남은 아이들이 남긴 메시지를 따라 뉴욕을 벗어나 남쪽으로 향한다. 맷은 또 다른 버려진 도시에서 살아있는 어른을 만나게 되지만 자신들을 위협하는 어른에 맞서 칼로 찔러 버리고 그만 기절하고 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깨어난 맷은 낯선 주변 환경에 어리둥절해한다. 그가 눈 뜬 곳은 열 살부터 열곱살까지 소년, 소녀들이 만든 공동체였고,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상하게 변한 어른들인 “시니크”와 변종인간 “글루통”, 변종 생물들에 맞서 공동체를 구성해서 싸우고 있었다. 차츰 차츰 적응해가는 맷은 그곳에서 자신을 돌봤던 금발 소녀 “앙브르”와 공동체의 리더인 “더그” 형제, 그리고 숨어 살고 있던 유일한 정상적인 어른인 “카마이클”을 만나는 한편 혼수 상태 속에서 만났던 미지의 소녀 “로페로덴”- 맷을 추적하던 존재라는 것이 후반부에서 밝혀진다 - 이 마음에 걸려 하며, 공동체에 불어 닥친 음모와 배신에 휩싸이게 된다.
그동안 접해왔던 종교적인 종말론이나 혜성 충돌 등과 같은 “종말론”과는 다른 설정으로 독특하고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진다. 책에서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 사건인 폭풍설과 섬광의 정체를 아직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의 추측은 인간의 환경오염에 대한 “지구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즉 사람들의 파괴와 오염에 분노한 지구 -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즉 스스로 조절되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 가 정화(淨化)를 목적으로 폭풍설을 일으키고 인간들과 동물들을 변형시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왜 어른들만 실종 - 죽은 것으로 짐작되는 - 되거나 변형되었는지, 아이들은 왜 무사했는지, 그리고 아이들에게 염동력(念動力) 등 초능력이 왜 생기는 지 등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단지 “추측”할 뿐이다. 시리즈물이니 권수가 거듭되면서 이런 의문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겠지만 사실 1권만 읽고서 납득하기는 힘든 설정이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특히 지구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거는 것 같다는, 어린이들이 좀 더 지구를 소중히 여기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라는 의미라는 대화가 왠지 너무 교훈적이고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차라리 이런 교훈적 이야기가 아니라 스티븐 킹의 소설들처럼 절대 악(惡)이 등장하고 감히 대적할 엄두가 나지 않는 초자연적인 악에 맞서는 소년들의 투쟁으로 그렸다면 좀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까지 했다. 이렇게 낯선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 쉽게 몰입이 되지 않다 보니 중반까지는 읽는 속도가 꽤나 더디었다가 아이들의 공동체 “팬”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음모와 배신, 사건들에서부터 흥미로워져 속도가 점점 붙지만 권말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에 그만 읽다가 만 느낌이 들게 한다. 2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 지 절로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런 전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그런 느낌이다. 또한 편집에서 하나 지적하자면 대화 중간에 괄호로 지문을 표시하는 방식이 가끔씩 등장하는데, 원작(原作)에도 이런 형식인지 아니면 번역하면서 이렇게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낯설고 거슬리는 표현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복선(複線)을 제시하는 그런 도구인줄 알았는데 그냥 대화가 아닌 지문이 맞았다. 원작이 그렇더라도 따옴표로 대화를 구분하고 지문을 기술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색다른 재미와 아쉬움이 함께 느껴지는 이 시리즈의 첫 권만 읽고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그리고 막심 사탕이 어떻다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니 만큼 평가는 이어지는 후속권들과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나서 해야 할 것 같다. 지루하거나 나쁜 느낌은 아니었으니 이어질 2권에서는 보다 많은 의문이 해결되기를, 그리고 좀 더 멋진 활약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