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랜드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엘리슨 노엘”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 “이모탈(Immortal) 시리즈”를 읽기 시작해서 어느덧 3권 <섀도우 랜드(원제 Shadow Land/북폴리오/2010년 11월)>에 이르렀다. 이런 시리즈물은 한 권 한 권 출간을 기다리면서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전권 - 아직 완결은 되지 않았지만 - 을 쌓아놓고 스토리와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차례대로 읽는 맛도 꽤나 쏠쏠하다. 불사자(不死者)와 인도 신화라는 독특하고 색다른 소재, 매 권 비밀의 베일이 하나씩 둘씩 벗겨지는 재미로 나의 “판타지 로맨스”에 대한 거부감을 무색하게 만든 이모탈 시리즈, 이번 권에서는 또 어떤 비밀이 밝혀질지, 그리고 어떤 인물이 등장해서 데이먼과 에버의 불멸(不滅)의 사랑을 훼방 놓을지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에버는 데이먼에게 자신의 피가 섞인 해독제를 마시게 해서 구해내지만 데이먼과 에버는 서로 만질 수 도 키스도 할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만다. 바로 또다른 불사자이자 악당인 로만이 데이먼에게 에버와의 DNA가 섞이게 되면 바로 죽게 되는 저주를 걸어뒀기 때문이다. 데이먼을 또 위기에 빠뜨렸다는 상실감에 빠진 에버는 로만에게서 어떻게든 치료약을 얻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계속 실패하게 된다. 한편 데이먼은 불사자들의 영혼이 가는 곳인 “새도우 랜드”를 가보고는 사랑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지금 상황이 바로 둘 사이의 “업(Karma)"에 의한 것이라고, 환생을 거듭하면서 반복되는 에버와의 사랑과 이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에버를 불사자로 만들어 버렸던 것을 자책하고, 그 업을 끊어내기 위해 지난 600 년 간의 방탕했던 삶을 바로 잡으려 한다. 에버는 데이먼을 로만의 저주에서 구해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래된 서점에 일자리를 구하는데, “주드”라는 서점 주인이 영 낯설지가 않고 왠지 모를 설레임까지 느끼게 된다. 그는 바로 전생(前生)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줬었던,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지만 데이먼 때문에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화가가 환생(還生)한 것이었다. 마음을 다 잡으려고 하지만 에버의 마음은 갈수록 흔들리고, 데이먼은 전생과 현생에서 주드와 에버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은 자신 때문이었다는 생각에 잠시 에버와의 이별을 선택한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괴로워하는 에버에게 로만의 마수가 다시 한번 드리운다. 헤이븐이 위험에 처했다는 로만의 전화를 받은 에버는 로만의 집으로 달려가 거실에서 죽어가는 헤이븐을 보게 된다. 헤이븐을 살리려면 그녀를 불사자로 만들라는 로만의 속임수에 의해 선택의 기로에 선 에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번 권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바로 제목이기도 한 “섀도우 랜드”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머 랜드”와는 달리 시작도 끝도 없는 암흑의 공간이자 모든 것이 멈춰선 절대 고독의 공간인 “섀도우 랜드”는 데이먼과 에버와 같은 불사자들이 죽으면 가는 그런 공간이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현생에서의 불사자들의 행복 저편에는 이처럼 “지옥(地獄)”이 존재했던 것이다. 데이먼은 섀도우 랜드를 경험하고서 자신이 에버를 불사자로 만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또한 세상의 부와 환락을 맘껏 누려왔던 무절제한 삶이 바로 그들을 섀도우 랜드로 이끄는 “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사후 세계, 즉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기에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종교인들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까? 영원한 삶에 대한 반대 급부로 주어지는 절대 고독의 세계, 섬뜩하고 무서운 섀도우 랜드가 불사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이끌어 낸 셈이다. 

또한 데이먼과 에버의 불멸의 사랑을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인 “주드” 또한 꽤나 흥미로운 인물이다. 뱀이 꼬리를 물고 있는 문신인 오로보로스 문신을 하고 있어 드리나나 로만처럼 악당으로 의심되지만 이번 권에서는 그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환생을 거듭하면서 계속 에버를 사랑하지만 데이먼 때문에 번번히 사랑을 이루는데 실패했던 그가 환생의 고리를 끊고 불사자가 되어 버린 에버와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 지 다음권이 기대된다. 또한 줄거리 소개에서는 생략했지만 섀도우 랜드에서 알게 되어 졸지에 데이먼과 에버에게 부모 노릇을 하게 만든 쌍둥이 아이들도 이야기의 한 축으로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그런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편보다는 그 활약이 줄어들었지만 사악함은 더욱 강력해진 로만 또한 앞으로 얼마나 더 교묘하고 그들을 괴롭힐 지, 또는 2권에서 언급했던 또다른 불사자들이 등장해서 훼방 놓을지 계속 이어질 이야기가 절로 기대가 된다. 

하는 일마다 치명적이기까지 한 실수를 저지르고, 굳건하기만 한 불멸의 사랑인 줄 알았더니 새로운 등장인물에 금세 마음이 흔들려 버리는 에버가 못내 답답하고 짜증이 나긴 하지만 새로운 등장인물과 사건들로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3권이었다. 다음권인 <다크플레임>에서는 데이먼과 에버에게 또 어떤 위기가 닥칠지, 그들은 그런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불멸의 사랑을 지켜낼 지 계속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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