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1 부터 9 까지 9개의 숫자를 가로, 세로 겹치게 않게 빈칸에 채워 넣는 게임인 “스도쿠(Sudoku)”을 좋아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수학적 두뇌 개발을, 나이 드신 어른들께는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퍼즐을 푸는 재미가 쏠쏠해서 휴식 시간이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자주 하는데, 특히 난이도를 조정하면 4~5분 안에 한 판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시간 동안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최고(?)의 게임 - 혹자는 너무 열중하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고 금(禁)하라고 충고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화장실에 너무 오래 머무르는 폐단 때문인 것 같다^^ - 이라 핸드폰으로 종종 하곤 한다. 퍼즐의 재미와 두뇌 개발이라는 이중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이 “스도쿠”를 역시 작가와 독자의 두뇌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추리소설”과 연계하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그래서 “셸리 프레이돈트”의 <스도쿠 살인 사건(원제 THE SUDOKU MURDER/밀리언하우스/2011년 7월)>는 “최고의 지적 게임 스도쿠와 살인의 조합으로 본격 미스터리의 긴장감은 물론 지적 쾌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라는 홍보 문구만 봐도 스도쿠와 추리소설을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로 구미가 확 당기는 그런 소설이었다.

정부의 극비 싱크탱크인 이론수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케이트 맥도널드”는 고향 마을인 “그랑빌”에서 퍼즐박물관을 운영하는 자신의 스승이자 친구인 “P.T. 에번데일” 교수에게서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고 3주간의 긴급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모와 에벤데일 교수에게서 그간 사정을 들어 보니 박물관이 위치한 역사 지구에 신규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박물관이 헐릴 지경에 처해졌고, 은행에 매달 상환한 것으로 알고 있던 대출금이 상환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자금이 동결되고 박물관 또한 처분될 위기에 처했으며, 또한 교수님 곁에서 잔심부름과 말벗을 하던 소년 “해리”가 며칠 째 안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케이트는 박물관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해보지만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막막해 한다. 그러던 어느날 케이트는 교수의 전화를 받고 급히 박물관을 방문하지만 이미 죽어 있는 교수를 발견한다. 케이트는 911에 신고하고 급한 마음에 응급 조치를 해보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교수의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했다는 이유로 중대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연행된다. 케이트에 대한 심문이 시작되지만 고모와 마을 주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하룻만에 풀려난 케이트, 그런 그녀를 경찰 서장인 “미쉘”은 영 의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실종되었다는 해리가 돌아오고, 케이트와 해리, 그리고 경찰서장 미쉘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인 사건을 조사해보지만 변변한 단서조차 없고, 이방인을 경원시하는 폐쇄적인 마을 분위기 탓에 수사는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않고 지지부진하기에 이른다. 케이트는 교수의 시신 곁에서 발견한 교수의 피가 묻은 스도쿠 퍼즐 사진을 입수해서 풀어보기 시작한다. 과연 스도쿠 퍼즐은 이 살인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리고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스도쿠” 퍼즐과 미스터리의 조화라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제목이 <스도쿠 살인사건>이라 스도쿠 퍼즐이 살인사건의 결정적인 비밀을 제공하는 그런 류일 것으로 짐작했는데, 스도쿠 뿐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각종 퍼즐은 그저 장소적 배경이나 소품에 불과할 뿐 사건 해결에는 그다지 연관이 없고, 사건 자체도 교수 살인 사건 한 건이 등장하지만 정교한 트릭이나 플롯, 극적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 수 없는 밋밋한 수준 - 소개글에는 “이야기 곳곳에 깔린 복선과 암시, 단서 하나하나를 퍼즐처럼 짜맞춰가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훌륭”하다고 되어 있는데 내가 과문한 탓인지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차라리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교수의 피가 묻었다는 스도쿠 퍼즐을 처음부터 제시해 독자도 풀어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에 불과해 처음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에 다 읽고 나서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스도쿠”와 “미스터리”, 이 두 단어에 너무 기대를 품지 않고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재미있는 책인데, 이방인을 배척하는 폐쇄적 시골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보니 이방인인 경찰서장인 “미쉘”을 왕따하고 자신의 마을 출신인 “케이트”를 절대 옹호하는 마을 주민들, 남자는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이라며 케이트에게 맞선을 강요하는 소개하는 케이트 고모,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한 애정이 싹트는 미쉘과 케이트의 로맨스 등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소소하면서도 유쾌함을 한껏 담아내고 있어 부담감 없이 쉽게 읽힌다. 외국에서 이 책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도 스도쿠와 살인 사건의 해결이라는 “지적 유희”가 주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유쾌함과 재미가 더 크게 어필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도의 지적 스릴러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소설 자체로는 꽤나 재미있었던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작가의 후속작들 또한 스도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데,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더욱 강조했다고 하니, 후속 작품들에서는 좀 더 멋진 지적 스릴러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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