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기차로 - 2011-2012 전국 기차여행 완벽 가이드
권다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누구라도 꿈꿔봤을 “전국일주여행(全國一周旅行)”의 꿈을 이룬 건 대학을 졸업한 후였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을 들고 강원도 속초 통일전망대에서부터 경주, 포항, 부산, 전남 해남 땅끝마을(土末)까지 10일 간의 여행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련히 기억에 남는 소중하고 멋진 여행이었다. 다만 아쉽다면 주로 해안선을 따라 간 여행이라 버스로만 이동해서 내륙 지방을 둘러보지 못한 것인데, 언젠가는 기차로도 전국일주를 해보겠다고 다짐해보지만 만만치 않은 차비와 바쁜 일상에 치여 쉽게 여유 시간을 낼 수 없는 처지인지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기차여행은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계속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지금 당장이라도 배낭을 둘러메고 기차 여행에 나서고 싶을 만큼 강력한 유혹의 기차 여행 안내서를 만났다. 바로 여행 작가 “권다현”의 <내일로 기차로(테라/2011년 7월)>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2007년 여름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선보인 초저가 여행상품인 “내일로 티켓”을 모티브로 한 기차 여행 안내서이다. 이 티켓은 “54,700원”으로 일주일 동안 전 노선의 새마을호, 무궁화, 누리로, 통근열차(KTX는 2회에 한해 50% 할인된 운임에 이용할 수 있다)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여름(6.1.~9.6.)과 겨울(12.1.~12.28.) 두 시즌 동안만 운영되며 만 25세 이하의 청소년들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갔을 때, 유럽 각국을 초저가로 마음껏 기차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패스(Eurailpass)"나 하루 동안 전철, 버스 등 도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원데이 티켓(One-Day Ticket)" 등을 보고 참 부러워했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상품이 있었다니 하는 반가움과 함께 25세 이하의 청소년만 대상이라는 문구에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이 티켓의 목적이 청소년들의 호연지기를 키워주고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니, 우리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기성세대들 보다는 치솟는 등록금에 취업문제에 갈수록 어깨가 처져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혜택이니 아쉬움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내일로 티켓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 이 책은 기차여행에 대한 각종 궁금증에 대하여 “꼭 알아야 할 전국 기차 여행 FAQ 21”로 꼼꼼히 설명한 후 본격적인 여행 루트를 소개한다. 먼저 기본 여행 루트라 할 수 있는 “이대로 따라만 가면 OK! 테마별 루트(PART2)”를 소개하고, 본격적인 여행지 안내라 할 수 있는 “테마별로 나눈 최고의 기차 여행지(PART3)"를 주요 여행지별로 기본 정보와 여행지 사진, 간단한 안내글을 1~2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한다. 예를 들어 ”04. 눈부신 태양은 뜨고 지고; 해돋이와 해넘이 여행“에서는 연말 연시 TV 해돋이 해넘이 장면 방송에서 한번쯤은 봤었을 명소인 “향일암(여수)”, “유달산(목포)”, “달아공원(통영)”, “모래시계공원(정동진)”, “호미곶 해맞이 광장(포항)”, “간절곶(울산)”을 소개하고, “14. 이야기를 간직한 공원산책; 한번쯤 들르고픈 아름다운 공원 여행”에서는 “외도 보타니아(거제)”, “뿌리공원(대전)”, “와인터널(청도)”, “함평엑스포공원(함평)”, “피나클랜드(아산)”을 소개한다. 그리고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등 각 노선별 가볼만한 기차 여행지와 맛집, 추천 숙소를 꼼꼼히 소개(PART4,5)하고 있어 대도시 기차역 외에 소규모 기차역에는 영 낯선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여기에 부록으로 “시티투어” - 셔틀버스 형태의 관광버스를 타고 해당 지역의 관광명소를 순환하며 운행하는 여행 상품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마다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천안도 개설되어 있는데, 천안박물관, 독립기념관, 유관순생가, 병천 시장 등을 주요 코스로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도심 곳곳의 명소를 여행할 수 있는 알뜰 여행 상품이다 - 와 “내일로 티켓” 시즌에 열리는 여름·겨울 축제, 그리고 “비둘기호”가 없어진 후 더욱 가기 힘들어진 간이역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내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기차 여행을 위한 각종 유용한 정보와 유명 관광지를 꼼꼼히 담고 있는 책이어서 책 자체만으로도 활용성이 매우 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가볼만한 곳이 많다는 것을, 자동차 여행이 주는 한가로움과 편리함보다는 조금은 북적대고 시끄럽지만 어우러짐이라는 여행의 참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기차 여행의 멋스러움과 낭만을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짧았던, 그리고 지겹기까지 한 장맛비와 태풍으로 집안에서 갇혀 지냈던 여름 휴가 마저 지나가버려 이제 올해는 기약하기가 힘들겠지만 내년 여름 휴가 때는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 루트를 잘 참조해서 “기차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그때는 이 책이 잊지 말고 꼭 챙겨할 필수품 1순위로 제일 먼저 내 여행 가방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 옛날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가 내 여행의 길라잡이가 되어 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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