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이곳저곳 화제의 소식을 전하던 방송 프로그램인 “세계는 지금” 방송 진행자였던 아나운서 "손미나"씨. 방송을 잠시 쉬고 남미와 스페인의 여행 기록을 담은 “에세이”를 펴내 작가로도 잘 알려진 그녀의 작품을 검색해보니 서어서문학과 전공을 살린 번역 작품과 직접 쓰거나 참여한 책 포함해 총 일곱 권이나 자신의 이름을 단 작품이 검색된다(YES24 기준).아나운서로서 언변(言辯) 뿐만 아니라 글솜씨 또한 그에 못지않은 다재다능한 분으로 짐작이 되는데, 아쉽게도 그녀의 작품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이번에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웅진지식하우스/2011년 7월)>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파리에선 누구나 사랑을 하고, 프로방스에선 누구나 꽃을 밟는다”라는 문구와 함께 제목에 등장한 “미모자”로 짐작되는 노란 꽃으로 장식된 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 우선 "미모자"라는 꽃은 처음 들어보는 꽃 이름이라 다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아마도 1월 26일 탄생화(誕生花)인 “미모사(Humble Plant)”를 칭하는 말인 것 같은데, 작품이 프랑스 배경이니 "미모자"는 "미모사"의 프랑스어식 발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방송을 그만 둔 이유가 출판사로부터 1년에 한 권씩 꼭 책을 출간해보자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 여잔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영혼이다”라는 김탁환 작가의 평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하면서 의욕적으로 집필한 첫 장편 소설이자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로드 무비 픽션(Road Movie Fiction)인 이번 작품,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가는 스무살 청년 “테오”,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에 뛰어들어 진짜 삶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른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원망스러워하는 그를 눈여겨 본 파리에서 온 영화제작자 “피에르”가 그에게 파리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해온다. 그와 함께 마르세유를 떠나 파리에 온 테오는 어느 대학 크로키 수업의 누드 모델 일을 시작하고, 2년 반 후 처음 그 일을 소개한 여교수로부터 새로 부임한 초빙 교수의 전속 모델일을 제안해오고, 승낙한 테오는 학교에 방문했다가 한국에서 온 여인 “레아 최(최정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자신을 그린다는 초빙 교수가 바로 “레아 최”임을 알게 되었지만 누드모델이라고 밝히지 못하고 헤어져 온 테오는 그녀와의 첫만남을 못내 잊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배회하고 다니다가 우연찮게 마르세유 억양의 배우를 구한다는 연극 오디션 공고를 보고 응모하게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갑자기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된 배우를 대신한 대역 배우였지만 테오의 연극은 흥행에 성공하고, 피날레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대기실에 돌아온 테오에게 스태프가 쪽지를 전해온다. 바로 그의 공연을 관람한 레아 최의 메모였던 것이다. 그녀를 찾아 급히 극장 밖으로 나섰지만 그녀를 놓치고 난 테오에게 쪽지를 가져다 준 스태프가 레아의 사진이 들어 있는 프랑스 유명 연극 동호회 “아리스토텔레스”의 회원을 가져오고 테오는 극단의 캐스팅 및 연출 총책임자인 파트리크에게 부탁해 “아리스토텔레스” 모임에 참석해 꿈에 그리던 레아 최와 조우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에도 쉽게 고백하지 못했던 테오는 콩코르드 광장의 관람차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 또한 그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마침내 둘의 열정적인 사랑은 시작된다.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중 한국에 잠시 다녀오겠다던 레아가 그만 공항에서 경찰에게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다. 한국 대기업 회장인 레아의 아버지가 레아도 모르게 레아의 짐 속에 감추어 프랑스 명화를 밀반입하려다가 그만 발각되어 잡힌 것. 레아의 아버지는 테오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하지만 테오는 단호히 거부하고 레아를 구해낼 방법을 강구한다. 잠시 보석으로 풀려난 레아는 스페인 화가 “달리”가 살았던 카다케스라는 도시에서 실종되고 사건은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서둘러 종결되고야 만다. 

그로부터 1년 후 여성 대필(代筆) 작가인 “장미”에게 K그룹 최성렬 회장 딸이면서 그림을 그리던 여자인 “최정희(레아 최)”의 유고(遺稿)를 완성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장미는 이번 한번만이라고 마음 먹고 자료 조사를 위해 파리로 날아온다. 그런데 그만 리옹 기차역 식당 입구 짐 보관소에서 최정희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는 가방과 똑같은 형태인 프랑스 남자 의사 “로베르 브누아”의 가방과 바뀌는 사고를 당하고, 그에 집까지 쳐들어와 가방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이미 장미의 가방은 로베르의 친구에게 보내져 2주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만 상심하고 만다. 로베르의 집 거실에 걸려 있는,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나무로 뒤덮인 마을의 모습을 그린 유화 두 점을 본 장미는 문득 자신이 찾고 있는 테오의 편지 글 귀를 떠올리고 로베르에게서 그 그림이 “봄레미모자”라는 마을에서 산 그림이라는 것과 그림의 이니셜이 바로 레아 최의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로베르와 함께 그리로 향하게 된다. 테오와 레아 최를 향한 로베르와 장미의 여정은 봄레미모자와 코트다쥐르 해안의 포르크로 섬, 파리, 런던으로 계속 이어지고 우연찮게 만난 로베르와 장미 둘 사이에서 사랑이 싹트게 된다. 마침내 다시 봄레미모자로 온 둘은 테오일 것으로 짐작되는 한남자인 “뱅상 토랑트”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이처럼 테오와 레아의 사랑, 그리고 그 둘을 찾아나서는 로베르와 장미의 여정, 이렇게 두 쌍의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낸 이 책은 서로 다른 시간대인 “장미”와 “테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소개되는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원래 이렇게 교차되는 형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 한 이야기에 집중하려 하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어 이야기 흐름에 혼란스러워서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 아예 앞선 시간대인 ‘테오“ 이야기를 먼저 찾아 읽고 그리고 ”장미“ 이야기를 따로 찾아 읽었다. 사실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 소설이 첫 작품이란 것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두 쌍의 연인들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아쉽게도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녀의 작품이 감동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성이 무뎌진 내 자신을 탓해야 할 것 같다. 다만 프랑스 이곳저곳과 런던에까지 이어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머릿 속에 시각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점 만큼은 참 인상적이어서 이 책이 드라마나 영화로 영상화가 된다면 이국적인 풍경과 매력적인 등장인물 - 프랑스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로맨틱한 프랑스 남성 특유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테오와 로베르에 푹 빠져들 여성 독자들이 제법 많을 듯 하다 - 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글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성공적인” 첫 데뷔작을 써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소설가” 손미나 작가, “이번만큼 글쓰는 일이 고통스러운 적도, 신난 적도 없었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앞으로도 더 멋진 소설을 우리에게 선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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