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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을 여는 주문, 스펠스 ㅣ 윙스 시리즈 2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이지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식물에서 인간형으로 진화한 “요정(妖精)”이라는 색다른 소재가 인상적인 "에이프릴린 파이크“의 <윙스> 시리즈를 1권 <잃어버린 날개, 윙스(원제 WINGS/북폴리오/2011년 5월)에 이어 2권인 <아발론을 여는 주문; 스펠스(원제 Spells/북폴리오/2011년 6월)로 한 달 여 만에 다시 만났다. 1 권을 즐겨하지 않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임에도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었었고, 1 권이 설정 설명 위주의 도입부였다면 사실상 2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책읽기를 시작하였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전편 못지않은 재미와 함께 아직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도 함께 들었다.
전편에서 자신이 인간이 아닌 “요정(妖精)”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했던 “로렐”. 트롤과의 싸움이 끝난 지 반년 후 아버지는 딸이 요정이라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 일부러 요정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을 반복해 읽을 정도로 - 어머니는 못내 받아들일 수 없는지 냉랭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요정들의 도시인 “아발론”에서 편지가 날아온다. 아발론 아카데미로 8주간의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것. 요정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 로렐로서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언제 있을 지 모를 트롤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교육이다. 방학을 맞아 아발론에 입성한 로렐을 관문 파수꾼이자 로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타마니”와 전체 요정을 통틀어서 3명 밖에 없다는 겨울 요정의 수장이 맞이한다. 로렐은 아카데미에서 인간세계에 나와 있게 되면서 너무 늦어 버린 “가을 요정”으로서의 기초 소양 교육들, 즉 수많은 책들과 함께 온갖 약초들의 효능들과 약물 제조법 등을 익히기 위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타마니와 함께 시장과 공원, 요정들의 주거지와 타마니의 집에 이르기까지 아발론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8주가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로렐, 아직도 어머니와는 서먹서먹하기만 하고, 로렐의 등에는 다시 날개와 같은 꽃잎이 돋아난다. 그때 전편에서 달아났던 트롤인 “반스” 일당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다. 트롤에게 쫓기던 데이빗과 로렐은 트롤과 같은 이생명체를 추적하는 국가 비밀기관 요원 “클리” 일행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트롤을 물리칠 권총까지 건네받지만, 그들을 신뢰하는 데이빗과는 달리 로렐은 요정인 자신 또한 그들의 추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미더워하지 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된 반스 일당의 집요한 공격을 로렐은 막아낼 수 있을까? 책 후반부에서는 반스와 로렐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며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역시 요정들의 도시인 “아발론”에 대한 묘사일 것이다. 겨울 요정의 주문에 의해서만 열리는 강력한 관문 너머 자리 잡고 있는 아발론, 우리가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그런 “별세계(別世界)”이다. 자신이 태어난 계절에 의해 신분이 갈라지는 요정의 세계, 귀족이라 볼 수 있는 “가을 요정”인 로렐과 평민 계급이라 할 수 있는 “봄 요정” 타마니의 사랑은 둘 사이를 가로막는 신분이라는 벽 때문에 서글프기까지 하다. 타마니에게 자기도 모르게 끌리면서도 인간 세계의 데이빗 때문에 괴로워하는 로렐, 종잡을 수 없어 데이빗과 타마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로렐의 심리 묘사가 참 탁월해서 로맨스 소설 특유의 달콤함을 잘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인류 역사와 아발론 요정과의 관계에 대한 설정이 참 재미있는데, 1편에서 아서왕이 잠들었다는 아발론이 바로 요정들의 도시 “아발론”이며,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요정들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자세하고 탁월했던 이유가 바로 아발론에서 세익스피어와 교류를 했기 때문 - <로미오와 줄리엣>도 요정들의 영향을 받은 책이란다. 그 이후 좋았던 관계가 단절되면서 세익스피어 작품 속에 더 이상 요정들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 이고, 심지어 창세기(創世記) 속의 최초의 여성 “이브”도 아발론과 관계가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즉 인류의 역사 속에 아발론이 알게 모르게 공존해있다는 설정이다. “참으로 비현실적인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깔끔하게 조화시켰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 이딱 제격이라고 할까? 다만 좀 더 구체적이지 않고 스리슬쩍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이어질 3, 4 권에서 본격적인 설명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 외에도 요정들 스스로가 나무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그래서 요정들의 역사와 지혜를 보존하는 “세계수”에 대한 이야기나 앞서 말한 <한 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요정들의 공연 등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그러나 주요 갈등 관계를 형성하는 “요정”과 “트롤”의 전쟁은 이번 책에서도 밋밋하다 할 정도로 비중이 작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1편에서 로렐을 위협했던 “반스”는 이렇다 할 활약(?)- 그저 길거리에서 로렐을 추격하고 로렐을 지키는 수호 요정들을 따돌리고 로렐의 친구를 납치해서 로렐을 끌어들이는 정도 - 을 펼치지 못하고 새롭게 등장한 “클리” 일행에게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물론 2권도 요정들의 세계에 대한 “설정” 요소가 많았고, 로렐의 로맨스를 비중 있게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트롤의 비중이 적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극적인 긴장감이나 재미는 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출간될 3권에서는 로렐의 숙적이었던 “반스”를 하수인으로 부릴 만큼 거대한 적들이 등장하고,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제 3세력인 국가비밀기관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그려지길 기대해본다.
아쉬움도 들지만 신비로운 요정들의 세계가 색다른 재미를 준 책 이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해답들과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될 3권이 기다려진다. 사실 내가 무덤덤한 남자라서 그런지 재미는 있었지만 푹 빠져들 정도까지는 아닌데, 아내는 1권을 읽고 나서 빨리 2권을 읽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고, 2권이 도착하기가 무섭게 뺏어들고 자기가 먼저 읽는 것을 보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그 무언가의 “매력”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풋풋하기만 한 로렐의 로맨스 때문인지, 아니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요정들의 세계에 대한 환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