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 릴 적 시험 때만 되면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금도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 보면 “총명탕(聰明湯)” 이니 “DHA" 라느니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약과 식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뇌파 제어 기계며 호흡법, 기공술(氣功術), 명상(冥想), 암기법 등등 수많은 방법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주변에서 머리 좋아져서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법도 한데 아직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머리 좋아지는 약이란 정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런 약이 있다면 어떨까? 무협지(武俠誌) 주인공처럼 수 천 권의 책을 하룻밤 사이에 다 읽고 모두 외우며, 각각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는 “세계 7대 수학 난제(難題)” -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CMI)가 지난 2000년 선정한 수학분야에서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를 일컫는 말로 '밀레니엄 문제(Millennium Problems)'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소수(素數)의 규칙성에 대한 가설인 '리만 가설(Riemann Hypothesis)' 이다 - 쯤은 몇 십 분 만에 거뜬히 해결하고, 지난 2002년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4 백 시간 동안 돌려 1조2천4백억 자리까지 계산했다는 “π”값을 암산(暗算)으로 해내게 만드는 그런 약 말이다. 물론 이런 “절대지(絶對知)”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에 보면 저승으로 가는 7단계 중에 “절대지” 단계가 있는데 그 어느 유혹보다도 극복하기 어렵다고 묘사하고 있다 - 가 과연 행복과 불행, 어떤 것을 야기할 지 서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을 차치(且置)하고 나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신나고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미 영화화되어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앨런 글린”의 <리미트리스(원제 The Dark Fields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은 바로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실재(實在) 한다면” 이라는 상상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출판사 외주 편집자인 “에디 스피놀라”, 출판사에서 큰 건을 의뢰받지만 석 달이 넘도록 글 한 줄 못 쓰고 허송세월을 하던 중, 9년 만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전처 “멜리사”의 오빠 “버넌 갠트”를 만난다. 이런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갠트는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며 정체모를 알약을 내민다. 전직 마약 중개인인지라 마약이 아닐까 의심스러워하지만 우선 먹어보라는 겐트의 권유에 에디는 마지못해 알약을 삼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한 줄 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서문을 하룻밤 사이에 완벽하게 - 이 외에도 거지 소굴 같던 집을 말끔히 치우는 기적(?)도 일어난다 - 써내고야 만 것이다! 한 순간에 뇌의 기능을 100% 까지 끌어 올리는 이 기적의 약 "MDT-48", 그러나 약효는 단 하 룻 뿐. 이 약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던 에디는 갠트를 찾아가지만 갠트의 심부름을 다녀온 사이 그만 싸늘한 시체로 변한 갠트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갠트의 집을 뒤져 약을 찾아낸 에디의 인생은 그때부터 180도 달라지게 된다. 사채업자 “겐나디”에게 자금을 빌려 주식 시장에 뛰어든 에디는 천재적인 두뇌 회전을 자랑하며 금세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들여 신문에까지 그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칼 반 룬”이 제의를 해오고 에디의 인생은 절정에 치닫는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갠트의 동생이자 전처 멜리사가 찾아와 MDT-48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그 부작용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경고를 한다.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는 “블랙 아웃(Black Out)" 현상을 경험한 에디는 갠트의 수첩을 통해 이 약을 먼저 복용한 사람들이 전처의 말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질주하는 열차를 멈춰 세울 수는 없을뿐더러 설상가상으로 사채업자인 “겐나디” 또한 우연찮게 MDT-48을 효능을 알게 되고는 에디에게 약을 구해내라고 협박을 해온다. 겐트의 죽음으로 더 이상 약을 조달할 수 없는 에디, 과연 그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스토리라인이라 할 수 있는, 즉 머리 좋아지는 약이 있고 그 약으로 일생의 행운을 맞게 된 주인공, 그러나 좋은 일에 마(魔)가 당연히 끼는 법, 주인공을 위협해오는 세력 등등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투(常套)적인 이야기 전개인데다가 “폐이퍼북”- 갱지 등 값싼 종이로 값싸게 찍어내는 도서. 물론 이 책이 갱지로 만든 책이라는 뜻이 아니고 판형이 일반 책보다는 작다는 의미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다 - 형식의 작은 판형에다 작은 글씨체, 50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데도 전혀 식상함이나 지루함 없이 푹 빠져 읽게 되는 것을 보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글솜씨가 여간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처음 약을 복용하고 말 그대로 “천재”가 되어버린 에디 - 이 글 첫 머리에 언급한 그런 “신(神)” 경지는 아니지만, 단 하루 만에 외국어 뿐만 아니라 악기에 능통해지고, 단 몇 분 만에 모든 사람들을 홀딱 반하게 만드는 놀라운 언변(言辯), 증권사 직원들이라면 바라마지 않을 단숨에 주식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 등을 보여준다 - 의 모습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신이 나게 만들더니, 어느새 에디를 엄습하는 약의 심각한 부작용과 사채업자의 협박과 위협에는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과연 내가 에디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약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아는 순간 바로 약을 끊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그리고 그 어떤 마약(魔藥)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성공”이라는 이름을 “맛” 본 사람이 그걸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에 이 책의 결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였지만, 그 “뻔함”을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재미와 스릴을 보여주는 이 책, 읽는 내내 책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국과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브래들리 쿠퍼”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 <리미트리스>는 이 책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증을 견딜 수 가 없어 영화 소개를 찾아 보았다. 마침 영화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한 블로그를 찾을 수 있어 책과 영화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책과 영화의 전체 이야기 구조는 같지만 몇 가지 설정이 다르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에디 스피놀라”가 아닌 “에디 모라”로, “버넌 갠트”가 전처의 오빠가 아니라 동생으로 나온다고 하며, 약 이름도 “NZT-48"라고 한다. 역시 헐리우드 영화답게 책보다 좀 더 과격한 액션과 사랑 장면, 그리고 아슬아슬한 스릴이 더해진다고 하는데, 결말도 영화와 책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책과 영화의 결말을 밝힐 수 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결말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영화, 꼭 챙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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