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객, 팔도를 간다 : 강원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ㅣ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2003년 1권이 출간된 이래로 2011년 시리즈 완결편 27권에 이르기까지 9년 여 동안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던 허영만 화백의 <식객(食客)>. 100권 이상 계속 나와 주었으면 바랐지만 소재 발굴과 취재에 들인 엄청난 수고와 노력, 그리고 척박한 만화 시장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서운함과 아쉬움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을 달랠 만한 희소식을 접했다. <식객>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기존에 출간된 이야기들을 지역별로 묶은 일종의 “베스트 컬렉션(Best Collection)"이지만 그래도 <식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팬 입장으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식객, 팔도를 간다>라는 이름으로 “서울편”과 “경기편”이 출간되었고, 내가 이번에 만난 책은 세 번째 편인 <식객, 팔도를 간다; 강원편(김영사/2011년 6월)>이다.
책에서는 먼저 <식객>의 주인공인 “성찬”과 “허영만” 화백의 가상 형식을 빌어 강원도의 맛이 “도시인에게 과거 향수를 되살려주는 투박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청정한 맛”이라고 소개한다. 강원도의 음식의 특징을 “양념이 넉넉지 않고 재료의 원래 맛을 살린다”로 이야기하면서 그 이유가 아무래도 산지가 많다 보니 양념이 부족해서가 아닐까라고 추정한다. 본 “강원편”과는 관련이 없지만 재미있는 질문을 몇 가지 꼽자면 “성찬”이 과거의 슬림하고 날카로운 “이강토”와는 달리 약간은 후덕한 스타일이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래도 음식 얘기를 하는데 풍채가 약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무당거미> 주인공처럼 삐적 마른 친구가 요리를 하고 음식에 대해 얘기하면 보는 독자들도 별로 맛있을 것이라고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답한다. 그리고 다른 화백들과 달리 딱 떠오르는 여주인공 상이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이상하게 중간에 존재가 희미해진다며 자신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답한다. 그리고 보니 허영만 화백 작품 중 여 주인공이 기억나는 건 <식객>의 “진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작품 속 남성들이 너무 강렬한 이미지여서 여 주인공들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데 - 몇몇 작품 들 중에는 남성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악녀(惡女)”가 등장하지만 - 작가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시니 정답은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이런 가상 인터뷰가 끝나면 강원도 주요 식재료인 “명태”와 “해삼”, “감자”, “쑥”, “송이버섯”의 특징과 이 재료들을 사용한 강원도 대표 요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에는 <두부의 모든 것(초당두부)>, <남새와 푸새(산나물)>, <봄, 봄, 봄(진달래와 쑥)>, <올챙이국수(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 <하루 세 가지 맛(회무침)> 등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새롭게 선보이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식객 전 시리즈에서 강원도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골라 실은 거라 식객 전 권을 읽는 나로서는 모두 알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록새록하기만 하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 중 식객의 영원한 라이벌 “봉주”와 “성찬”이 미모의 방송 작가의 교묘한 술수(?)로 요리 대결을 벌이는 <두부의 모든 것> 편과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해 혀를 잡아 늘이는 수술을 하게 될 처지에 놓인 소년 “지민”이 가출하여 성찬의 차를 타고 강원도로 가서 풀 냄새나서 싫기만 했던 자연산 산나물들을 먹고 아토피를 치료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남새와 푸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남새”와 “푸새”는 무슨 뜻일까? “남새”는 집 뜰이나 들밭에서 가꿔 먹는 풀이고 “푸새”는 산과 들에 스스로 나서 자라는 풀을 말한다고 한다. 간단하게 자연산(푸새)이냐 아니냐(남새)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남새는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재배하다 보니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해서 효능, 특히 아토피에 대해서는 별반 소용이 없지만 자연에서 나고 자란 푸새는 그 약효를 올곧이 가지고 있어 지민의 아토피를 진정시키는 그런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족(蛇足)하나. 그렇다면 “푸성귀”는 무슨 뜻일까? 이 역시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 즉 “남새”와 “푸새”를 총칭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에는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강원의 또 다른 맛”, 즉 “순두부탕”, “올챙이묵”, “오징어순대” 등을 소개하는 데 강원도 요리하면 그저 “생선회”나 “감자” 요리 정도만 알고 있는 터라 하나 같이 제대로 맛본 적이 없는 그런 음식들이다. 여행의 참 멋은 멋진 풍광을 구경하는 데도 있지만 뭐니 뭐니해도 역시 그 지역 “음식”을 맛보는 것 아닐까? 다음 강원도 여행에는 반드시 챙겨가야 할 그런 책이다.
<식객>을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이 <팔도를 간다> 시리즈로 <식객>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식객>을 읽어본 독자들은 새로운 에피소드가 없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식객>을 이렇게 각 지역별 대표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다시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와 감회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실망감보다는 <식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그런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식객>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처음 읽는 분들을 위해 경고 한 마디를 해야겠다^^
“식전독서불가(食前讀書不可; 공복에는 절대 독서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