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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5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작년 이맘때(2010.7월) 우리나라 최초의 막걸리 만화인 <대작(이종규 글 / 김용회 그림 / 북폴리오 / 2010년 5월)을 읽었다 - 만화도 분명 “책”이므로 “본다”가 아닌 “읽는다”는 표현이 맞다 -. 원래 막걸리를 즐겨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간절히 생각났던, 결국 며칠 후 회사 동료들과 “막걸리 파티”를 벌였던 그런 기억이 난다. 1권만 읽었던 터라 뒷 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1년 만에 전 5권으로 완간된 <대작> 전 권을 읽을 기회를 만났다. 막걸리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저절로 연상되어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이 책, 국내외 유명 음식 만화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재미와 함께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전통 주류인 “막걸리”에 대한 상식까지 얻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전주에서 할머니에게 빌붙어서 연일 술만 마셔대는 백수건달 “안태호”, 친구 “석배”네 포장마차에서 할머니가 만들어 오신 “가양주(家釀酒)” 막걸리를 판매하지만, 사고를 치고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태호에 대한 걱정에 눈물 흘리는 할머니에게 태호의 친구이자 굴지의 주류회사 “조선주조”의 개발 실장인 “준한”은 태호를 풀려나게 하는 조건으로 할머니 막걸리 제조 방법 및 판매에 대한 모든 권리를 조선주조에 양도한다는 계약서와 함께 돈을 내밀고,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태호가 풀려나는 날 아침, 태호를 마중 나가던 할머니는 교통사고로 그만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준한은 할머니의 사고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조선주조”의 사장임을 알고는 입을 닫아버린다. 할머니 이름을 붙인 막걸리가 조선주조에서 출시되고, 톱 배우 “한보미”의 광고에 힘입어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할머니의 막걸리를 기사로 냈던 “강명민”은 상심에 빠져 술만 마셔대는 태호에게 할머니의 막걸리를 재연하자고 손을 내밀고, 태호는 마음을 추스르고 명민의 “대작주조”를 찾아가고, 한때 술 명인이었지만 지금은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는 “김무성” 명인의 딸 “나영”도 대작주조에 합류하게 된다.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경제인회의” 개막 건배주를 뽑기 위한 전통주 품평회에 “개벽”을 출품하게 된 태호 일행은 대상을 받게 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수상이 취소되고, 품평회날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다녀오느라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태호는 대작주조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할머니의 막걸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할머니께서 술 빚는데 사용했던 “쌀”을 공급해온 할아버지는 마을을 들썩이는 포도농사 바람에 더 이상 벼를 키울 수 없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할머니께서 길어오시던 인근 산 암자의 물 또한 인근 강이 댐을 만든다고 파헤쳐져 그 맛이 변하고 만다. 과연 태호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할머니의 술을 재연해낼 수 있을까?
책은 이처럼 태호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술을 천신만고 끝에 다시 재연해내는 과정을 주 얼개로 하고 대기업 조선주조의 각종 음모와 추악한 경영권 다툼, 톱배우 한보미를 둘러싼 연예 기획사의 횡포를 갈등 요인으로 배치하며, 여기에 주인공들인 보미와 태호, 나영과 명민의 러브라인을 곁들여서 전체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또한 매 화(Chapter)가 끝나면 막걸리에 대한 기본 상식들을 소개하는 데, 이를테면 보통 막걸리를 “탁주”, “동동주” 등 여러 이름으로 혼용해서 부르지만 서로 다른 뜻이라던가 막걸리는 알코올 6%의 저도주로 소주에 비해 열량이 낮고, 우리 몸에서 생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 7가지가 들어 있으며, 유산균 및 효모가 풍부해 건강음식(Well-being)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그 효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태호가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만든 계기가 된, 집에서 만든 술을 판매하는 것에 관한 법적인 문제 - 주류 면허가 없는 사람이 집에서 만든 술을 유상으로 판매하는 것은 물론 무상으로 선물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한다 - ,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품평회들, 최근 건강 막걸리로 각광받고 있는 인삼 막걸리, 산삼 막걸리 등에 들어가는 첨가물의 효용, 가볍고 또는 때론 무겁다는 물의 구별법, 그리고 한국 막걸리의 미래 등 막걸리와 연관된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먼저 만화 부문부터 재미있게 읽고 이 부분만 따로 챙겨서 다시 한번 읽었다. 1권을 읽고서 “우리 전통막걸리의 흥취와 맛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막걸리에 대한 대표 스토리텔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었는데, 5권까지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런 나의 바람을 제대로 이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맛있긴” 참 맛있었나 보다. 술이라면 질색하는 아내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며 마트 가서 막걸리 사오라고 내 등을 떠미는 것을 보면^^ 결국 이 책 덕분에 아내와 오붓한 막걸리 파티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여러모로 재미있는 책이다.
올해 들어 주춤하던 막걸리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막걸리에 항암물질인 “파네졸” 성분이 맥주나 와인보다 최대 25배나 많이 들어 있다는 한국식품연구원 발표덕분에 내수가 다시 증가하고 수출 또한 2011년 6월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부디 이 인기가 지속되어 주기를, 그래서 막걸리가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하기를, 나아가 “한국인의 술”에서 “세계인의 술”로 발전해주길, 그리고 이 책이 바로 막걸리의 인기를 견인하는 “기폭제”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이런 이런 막걸리 이야기를 했더니 혀에 침이 고이고 뱃속에서 막걸리 달라고 아우성이다. 아무래도 막걸리 파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