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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작년(2010년) 이 맘 때 “마크 레비”의 <낮 1,2(열림원/2010년 5월)>을 읽었었다. 두 권 합쳐 7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책이었는데, 남자 주인공인 “아드리안”이 죽은 줄 알았던 여자 주인공인 “키이라”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중국으로 그녀를 찾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나고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후속권이 어서 출간되기를 기다려 왔는데, 1년여 만에 <낮>의 2부인 <밤 1,2(원제 La Premiere Nuit/열림원/2011년 6월)>을 읽게 되었다. 1부보다 더 아슬아슬하고 기상천외한 모험을 겪게 되는 두 주인공이 마침내 신비한 목걸이의 정체와 인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가 밝혀내는 과정이 꽤나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험 끝에 신비의 목걸이 두 조각을 발견했지만 중국에서 그만 사고로 “키이라”를 잃게 된 “나(아드리안)”는 큰 상심에 빠지게 된다. 어느날 나에게 배달된 우편물 속에 키이라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녀를 찾아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정체불명의 급성 폐렴에 걸려 그만 비행기는 “아테네”로 회항(回航)하게 되고, 나는 사경을 헤매게 된다. 간신히 병을 이겨내고 눈을 뜬 “나”는 동료 “월터”에게서 키이라가 중국 감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채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향한다. 감옥에서 재회하고 중국을 벗어난 둘은 그들의 모험을 막후해서 조정해 온 “이보리” 교수를 다시 만나게 된 후 그의 조언과 비밀스러운 조종에 따라 목걸이의 남은 조각을 찾기 위하여 그들의 연구를 저지하기 위한 비밀 단체의 집요한 방해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영국과 러시아를 거쳐 세 번째 조각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칼 호(湖) 인근 수메르 유적으로까지 모험은 계속된다. 그러나 결국 비밀 단체의 공격으로 세 번째 조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보리 교수에게서 죽은 자신의 동료가 갖고 있던 나머지 목걸이 조각을 건네받아 조립하고는 강력한 레이저 빔을 쏴서 연출해낸 목걸이의 영상을 통해서 목걸이가 가리키는 장소의 좌표를 알아낸다. 그곳은 바로 키이라가 발굴하던 에티오피아 오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온 둘은 아직도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던 키이라의 동료들을 설득하여 새롭게 발굴을 시작하고, 마침내 최초의 인류로 짐작되는 유골과 “피(血)”가 굳혀져 마치 호박(琥珀)처럼 변해버린 구슬을 발견하고는 DNA를 분석하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와 연구소에 의뢰하게 된다. 연구 결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결과, 즉 인류의 시원(始原)과 비밀 단체가 그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1년여 만에 2부를 읽게 되었지만 “아드리안”의 동료인 “월터”가 책 첫머리에 1부를 잘 요약(?)해서 설명 - 이유는 “아드리안”을 배신 아닌 배신을 한 관계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 하고 있어 굳이 1부를 읽지 않아도 이야기 파악에 무리가 없다. 전 편에서 “번개”와 같은 에너지를 투사(投射)하면 4 억 년 전의 별자리 영상을 보여주는 신비한 목걸이와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는 비밀 단체의 정체 등이 밝혀지지 않았던 터라 받아들자 마자 바로 읽기 시작한 이 책, 역시 700 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몰입감과 재미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는다면 두 남녀 주인공보다도 “윌터”를 꼽고 싶은데, 전 편에서도 개크 캐릭터로서 웃음을 이끌어가면서도 마지막에 큰 “반전”을 주더니만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웃음” - 아드리안과 주고 받는 만담(漫談) 수준의 대화, 자신보다 20살이 더 많은 아드리안의 이모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진무구함(?) - 과 함께 아직도 주인공의 모험의 배후에서 공작을 꾸미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助演)으로서 이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니 “명품 조연”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렇게 흥미진진한 신비한 모험과 개성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재미있는 책이지만 다 읽고 나서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남는 당황스러운 책이었음을 밝혀둬야 겠다. 먼저 2부 1권 100 여 페이지에 이르는 “아드리안”의 “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키이라”를 찾아 중국으로 떠난 아드리안은 자신을 구출했던 큰 스님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다른 절에 숨어 살고 있는 키이라를 만나지만 자신을 죽이려는 세력들을 피해 18개월 동안은 이 절에 숨어 살기로 큰 스님과 했다는 말에 낙담하고 헤어지는 데 이 순간 병실에서 눈을 뜬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급성 폐렴을 앓으면서 사경(死境)을 헤매던 “아드리안”의 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니, 그 꿈 속에서 주인공들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두 사람인 월터와 이보리 교수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적대 세력의 움직임들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약물을 통해서 아드리안의 기억을 지우고 꿈처럼 느끼게 한 식으로 전개되겠거니 했는데 진짜 “꿈”으로 처리되고 마는데, 왜 이 장면이 굳이 필요했는지 의미를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모든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장면도 명확하지가 않은데, 왜 목걸이들은 4조각으로 나뉘어 전 세계로 흩어졌는지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결말을 밝힐 수 는 없지만 그 어떤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흩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비밀”이 어떻게 수 천 년도 아니고 수 억 년이 넘게 전승(傳承)되어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 모든 조각이 갖춰지지도 않았는데도 “비밀”의 장소가 밝혀지는 점, 이러한 비밀이 공개되면 인류에게 대혼란이 오는, 말 그대로 “종말(終末)”이 도래할 수 도 있다는 비밀단체의 믿음 또한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또 다른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열린 결말”을 의도했다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미완성(未完成)”의 작품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번 <낮>을 읽고서 최종 평가는 2부 격인 <밤>을 읽고 난 후 로 보류해야겠다고 감상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제 평가를 내려야겠다. 명쾌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결말로 아쉬움이 남지만 <낮>과 <밤> 시리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모험과 스릴, 미스터리, 그리고 사랑 등 흥행 요소가 다분한 이 책, 작가의 전작인 <저스트 라이크 헤븐> 처럼 영화화(映畵化) 되면 어떨까? 신비한 목걸이가 보여주는 4억년 전 별자리 영상이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다면 꽤나 근사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 같은데 말이다. 멋진 영상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