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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지도 지리 이야기
디딤 지음, 서영철 그림 / 삼양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학창시절에는 수험(受驗)과목인 “지리(地理)” - 워낙 대입 전형이 바뀌다 보니 지금 학생들은 “지리”를 배우는지 모르겠는데, 선지원 후시험의 학력고사 세대이자 문과(文科)였던 나에게 “지리”는 주요 “암기” 과목 중에 하나였다 -로, 세계 여행을 꿈꾸며 벽면에 붙여 놓은 “세계지도”로 “지도(地圖)”, 참 많이 들여다보곤 했는데, 지금 “지도”는 그저 출퇴근 자동차 네비게이션(Navigation) 길 안내용이거나 또는 21세기 판 해적(海賊)들의 소굴이라는 “소말리아”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다이어리 뒤에 수록되어 있는 한 장 짜리 “세계 지도” 펼쳐 보는 정도로, 또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3D 위성 지도에서 우리 동네 찾아보는 “심심풀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학창시절에도 외울 것만 많은 지루한 과목으로,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보면 그다지 찾아볼 일도, 필요도 별로 없는 것이 바로 “지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졸업한 지 수십 년 만에 “지도”와 “지리”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깨닫게 해준 그런 책을 만났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지도 지리 이야기(디딤 편저/삼양미디어/2011년 5월)>이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지도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변신하고 발전해왔으며, 어떤 특정한 지도를 이해하는 일은 인간이 그 지도를 만들 당시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고 말하며, 이 책에서는 세계를 읽는 새로운 방식, 즉 과거의 갈피 속으로 사라진 역사를 읽어 내는 망원경의 역할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곳곳의 새로움을 탐구하는 현미경이 되기도 할 “지도”로 세계를 읽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지리 수업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봤을 지도 제작 방법인 “메르카토르” 도법이나 어느 지역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각 지도 속에 담겨진 진실과 오래된 지도, 우리나라 지도, 현대 지도에 담긴 각 미스터리들을 소개(Par1. 지도 탄생의 미스터리)하고, 이어서 최초의 과학적 세계 지도를 생각해낸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윤곽이 잡히게 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세계 지도 역사에 대해 소개(Part2. 한눈에 보는 세계지도의 역사)한 후 세 번째 장에서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극지방 등 각 대륙별로 미스터리한 현상이나 역사적 사실, 전설이나 유래 등을 소개(Part3. 재미있는 세계 지리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 Part가 끝나면 부록으로 전설로 전해내려 오는 “무”와 “아틀란티스”, 그리고 우주왕복선 인데버 호의 우주 촬영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져 화제가 되었던 “아담의 다리”의 진실을 실어 놓고 있다.
매 페이지마다 지도들의 사진과 삽화를 싣고 있고, 지도에 얽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워낙 많은 분량이 그 중 우리나라 대표 지도라 할 수 있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소개해본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온 나라를 세 번 답사하고 백두산을 여덟 번 올라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역사적 정설(定說)로 받아들이는 그런 이야기일 텐데 이러한 무용담이 한낱 허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당시 흥선대원군이 위대한 지도 제작자를 탄압하고 옥에 가두어 죽인 후 지도까지 모두 소각했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가 아닌데, 이 두가지 모두 일본이 조선을 다스리던 지도자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지를, 김정호와 같이 업적을 이룬 사람을 일본이 발굴했다는 식의 의도롤 깔고 사실과 다르게 기술해서 오늘날에 “잘못” 알려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흔히 책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대동여지도”의 모습은 16만분의 1 축척인 “대동여지도”가 아니라 6분의 1로 줄인 92만분의 1 축척인 “대동여지전도(大東輿地全圖)”라고 한다. “대동여지도”가 세로 7m, 가로 4m에 이르는 대형 지도로 펼쳐 세우면 3층 높이가 될 정도로 너무 크다 보니 크기를 줄여 만드는 지도인 “대동여지전도”가 우리에게는 “대동여지도”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지도와 지리이야기를 왜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은 왜 그렇게도 “재미없게” 가르치셨을까 하는 원망이 들었을 정도로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당시 학창시절에는 사회 나가면 써먹을 곳 하나도 없다는 이런 과목들 - “국영수(國英數)”를 제외하고 암기과목들이라 지칭되었던 국사, 지리, 세계사, 과학 과목들 - 을 왜 배우는지를 이해를 못해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해 이 많은 과목들 배우는 것 아냐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상식(常識)”을 갖춘 “교양인(敎養人)”을 육성하기 위해 그 많은 과목들을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 전 한번씩은 다 들어 본 이야기들이지만 생소함마저 느껴지는 “지도” 이야기, 지적 즐거움마저 느껴볼 수 있었던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읽을 꺼리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