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개, 윙스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다른 “판타지 로맨스” 소설 서평에서 밝힌 것처럼 판타지 로맨스는 솔직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 취향의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조각 같은 외모,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는 현대판 “왕자”가 “뱀파이어”로 대체된 것 말고는 그다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트와일라잇(Twilight)>도 영 재미가 없어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에이프릴린 파이크”의 <잃어버린 날개, 윙스(원제 WINGS/북폴리오/2011년 5월)>도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판타지 로맨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바로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꼽아두었었다. 지루하기만 했던 책을 끝내고 가벼운 책을 읽자 하는 마음에 다시 꺼내든 이 책, 읽는 내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지루했던 전의 책을 잊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인구 오백명의 작은 마을 “오릭”에서 아빠가 서점을 내면서 큰 도시 “크레센트”시로 이사 오게 된 열다섯 살 소녀 “로렐”은 10년간의 “홈스쿨링(집에서 부모에게 교과과정을 배우는 것)”을 청산하고 지역 학교에 다니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같은 반 남자애인 “데이빗”이 말을 걸어오면서 둘은 금세 친해지게 된다. 로렐, 비건(Vegan, 달걀과 유제품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과일과 채소, 물과 소다수만 먹고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아도 전혀 거칠지가 않고 오히려 윤기가 흐르며, 15세가 되었는데도 아직 첫 생리를 시작하지 않고 여드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조금 유별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대로 여느 평범한 소녀들과 다름없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날, 로렐의 등에 작은 혹이 난다. 처음에는 여드름이겠거니 했던 혹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마치 날개처럼 꽃잎이 돋아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아마추어 과학도인 친구 데이빗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식물의 꽃잎으로 밝혀지는데 사람의 몸에서 꽃이 돋아난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한다. 로렐은 부모님과 함께 어릴 적 자신이 살았던 집에 갔다가 숲에서 “타마니”라는 남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는 로렐이 사람이 아니라 식물에서 진화한 “요정”이며 숲을 팔려고 하는 부모님을 말려달라고 부탁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에게 땅을 팔지 말라고 간청해보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한 아빠 때문에 돈이 급히 필요한 엄마는 결국 병원까지 찾아온 부동산 중개인 “반스”에게 땅을 팔기로 결정한다. 반스라는 남자가 수상쩍어 뒤를 밟은 로렐과 데이빗은 그만 그 남자 일행에게 붙잡혀 강물에 돌을 매달고 수장(水葬)되는 처지에 처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둘은 “타마니”를 찾아간다. 타마니에게 그 남자의 정체가 요정들과 적대관계인 “트롤”임을, 그리고 이 숲이 요정의 왕국 “아발론” - 아더왕의 전설에도 나오는 그 곳이다 -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 때문에 땅을 사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타마니”와 함께 그들을 막아서려 도시로 돌아온다. 과연 로렐은 그들을 막아내고 아빠를 구할 수 있을까? 결론은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총 4부작으로 이루어진 “윙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이 책은 위에서 소개한 줄거리처럼 로렐이 “요정(妖精)”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과 요정의 왕국을 위협하는 “트롤” 무리들과의 첫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신비로운 존재를 주로 “남성”으로 설정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소녀”를 그런 존재로 설정했다는 점과 식물이 진화한 “요정”이라는 설정이 참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데, 심장이 없어 당연히 심장박동이 들리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바로 탈이 나버리며, 빨간 피 대신 나무 수액 같은 액체가 몸에 흐르고, 사람과는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뱉는다는 설정이 꽤나 흥미롭다. 과연 그렇다면 이 요정들은 어떻게 종족번식을 할까? 인간처럼 섹스를 하긴 하지만 이건 종족번식과는 관계없는 단순히 “즐기기”이고 여타의 식물처럼 꽃가루로 열매를 맺는 수분(受粉) 번식 - 물론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것이 아니고 직접 꽃가루를 뿌린단다 - 을 한다는 설정 또한 참 색다르다. 아직은 시리즈 도입부라 갈등관계가 본격화되지 않아 밋밋한 정도에 불과하지만 향후 요정들과 트롤의 숙명적인 대결이 본격화되면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나이인 “데이빗”과 “로렐”이 나누는 풋풋한 사랑과 운명적인 존재와 “타나미”와의 사랑, 이 삼각관계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도 또한 궁금해지며, 최근 판타지 로맨스 소설 영화화 붐에 발 맞춰 헐리우드에서 영화화한다는 소식도 들리는 데 로렐의 등을 덮고 있는 꽃을 얼마나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낼지 영화가 절로 기다려진다.  

이 책 한 권으로 “판타지 로맨스”에 대한 선입견을 올곧이 날려버렸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읽어볼 만한 장르 소설이란 것을 알게 된 점이 큰 수확이라 할 것이다. 우선 계속 출간된 이 “윙스” 시리즈부터 챙겨 읽어보고 탄력이 붙는다면 읽다가 포기한 <트와일라잇>이나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다만 “로맨스”만 강조한 소설들에게는 앞으로도 손이 선뜻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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