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음모 - 위험천만한 한국경제 이야기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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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 반드시 살리겠다”던 이번 정권 들어 경제 관련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는 이유는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반증(反證)일 것이다. 수많은 경제 서적들 중에도 눈길이 가는 책들은 매년 말이면 출간되는 국내외 유수의 경제기관이나 연구소들의 “경제전망”서적들이나 대학이나 경제기관 유명 경제학자들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담아낸 “기성” 서적들보다 현 경제 상황 이면에 감춰져 있는 사실들을 폭로하는, 삐딱한 시선 - 일부는 좌파(左派)서적이라고 색깔까지 덧씌우기도 한다 - 의 경제 해설서들이다. 그동안 읽었던 이런 경향 서적들을 손꼽아 보니, 인터넷 논객(論客)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슬픈 한국”의 책들, “부동산 거품 붕괴”를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김광수 경제연구소”와 진보성향의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책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의 정체를 우리에게 낱낱이 밝혀냈던 장하준 교수의 책들 등 열 손가락이 넘을 정도이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승자’에 비유하고 그들의 잘못된 논리를 반박하는 참사회경제연구소 조준현 소장의 <승자의 음모: 위험천만한 한국경제 이야기(카르페디엠/2011년 5월)>도 위에서 언급한 “삐딱한” 시선의 경제 해설서 중의 하나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소득이 늘든 줄든,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 여기서는 “승자”라고 칭한다 -은 적어도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더불어 인생을 즐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득은 언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전체 파이만을 중시하지, 그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쉽게 무시하는 데 대표적인 것이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로 정부가 투자를 늘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 정책은 현 정부가 펼치는 부자 감세 정책과 대기업 위주의 기업 정책이 바로 그 전형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사회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넘쳐 흐르는 물’은 계속 넘쳐 흐르는 데 바닥을 적시지는 않는 그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이러한 성장의 그림자를 교묘하게 감추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과 직업을 통해 가지게 된 ”똑똑함“을 자신의 기득궈을 유지하는 데도 써먹고 있다고 꼬집는다. 따라서 그런 기득권을 가진자들, “승자”의 잘못된 논리, 즉 ①한국경제는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 ② 박정희 시대 개발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③ 대기업 재벌이 없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④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⑤ 토건 사업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 ⑥ 부동산이 아니면 부자가 될 수 없다, ⑦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성적순이다, ⑧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라는 8가지 논리 - 작가는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승자의 음모에 속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 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반박하는 이 책을 읽고 부디 많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승자의 음모를 간파하여, 그들의 음모에 속지 않고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는 것에 힘을 보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본문에 들어서면 앞에서 말한 8가지 논리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을 하는데, 모두 다 소개할 순 없고 첫 번째 원칙이자 보수언론이나 방송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한국 경제는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에 대해 작가의 반박을 잠깐 들어보자. 수출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고환율”과 “저금리” - 이번 정권 들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른바 “엠비노믹스”의 핵심 정책이라고까지 일컬어졌던 - 정책이 함께 실시되는데, 이런 정책들은 소득을 가계로부터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즉 저금리는 저축자인 가계에 불리하고 투자자인 기업에 유리하며, 또한 인플레이션의 악화가 그 상황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한다. 한편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중소기업은 채산성만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수출은 결국 국내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대신 외국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는 “기회비용”을 수반하며, 무엇보다도 높은 대외의존도는 경제 구조를 대외경제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비판한다. 또한 우리의 요 수출산업들인 자동차, 전자, 철강 등은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있어 수출은 늘어나도 채산성은 악화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여러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제는 정책의 중심이 수출이 아니라 내수의 안정적인 운용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진단한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이 대목에서 작가가 머리말에서 “기득권의 논리에 봉사하고 있으면서 거꾸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형적인 경제학자”라고까지 “장하준” 교수의 논리, 즉 “자유무역으로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를 반박하고 있다. 작가는 장하준 교수가 정호가하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드는 자료를 이리저리 가위질해 와서는 자기 주장을 합리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 예로 수출주도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한국의 무역 체제가 결코 자유주의적이지 않았으며, 수출에서는 매우 자유주의적이면서 수입에 대해서는 그만큼 보호주의적인 기묘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 시기에 어느 국가가 자유무역을 했느냐 보호무역을 했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즉 모든 나라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함께 실시하고 있음에도 장하준 교수는 그런 식의 이분법을 써서 선과 악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글솜씨가 논리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작가의 장하준 비판은 여러 곳에서 계속되는 데, “박정희 시대 개발 방식은 여전히 유호하다” 편에서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장하준의 논리를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한다고 비판하고, “대기업 재벌이 없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편에서는 장하준 교수의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비판”과 “재벌의 역할 인정”을 재벌의 공헌을 옹호하다 못해 길을 잃고 해매고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장하준 교수의 여러 책들을 읽었던 독자로서 작가의 이런 비판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물론 장하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박정희식 개발독재와 재벌들이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글을 써서 꽤나 욕을 많이 먹었었고, 지금도 많은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작가의 비판도 그런 비판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즉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해석을 비판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장하준 교수도 “승자”들이라 지칭할 수 있는 서구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자들의 속임수를 경고하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평가해본다면 과연 그가 작가의 말대로 기득권의 논리에 봉사한다는 평가는 너무 과한 비난이 아닐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반박한 8가지 논리를 거꾸로 말하면, 즉 한국경제는 내수의 안정적인 운용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박정희식 개발 독재는 이제는 무덤 속에서 절대 꺼내지 말아야 하며, 대기업 재벌의 운명을 오너라 일컬어지는 개인들의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로 바꿔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에게는 충격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들을 여러 책들에서 접해본 나로서는 그다지 신선하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그래도 그동안 보수언론과 방송, 정부와 여권에서 그토록 진실이라고 주장해온 경제 논리들에 대해 명쾌하고 직설적인 논법으로 조목조목 반박을 해 속이 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책 임에는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런 류의 책들이 작가가 말한 대로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 승자들의 그럴듯한 논리에 더이상 속지않게 만드는 그런 길라잡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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