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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ㅣ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새롭게 출간된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 신판본이 나오기 전이었던 지난 2009년 구판본 총 6권, 2,400 여 페이지를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책을 읽었던 일주일 내내 “밀레니엄”이라는 단어는 내 머리 속에서 가득 들어차 떠날 줄을 몰랐었고, 밤 10시 너머 잠자리에 들던 내가 한 페이지만 더 하면서 졸린 눈을 비벼 가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고는 자야지 하고 책을 덮다가도 아쉬움에 쉬이 잠을 못 이루던 그 일주일, 책 읽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깨달았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신판본의 마지막 권인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원제 Luftslottet Som Sprangdes / 문학에디션 뿔 / 2011년 4월)>을 한참 전에 받아 들고서도 읽기를 오랫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이 책을 마저 읽으면 다시는 밀레니엄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에 쉽게 시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 애써 외면하다가 결국 일요일 오후 늦게 꺼내 들고만 이 책, 이미 읽어봤음에도 순식간에 내 시선을 사로잡더니 결국 500 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시간은 밤 11시가 넘어서였고, 2권을 마저 읽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2권이 옆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밤을 꼬박 샜었을 거라는, 그랬다면 구판본 광고 문구처럼 뜬눈으로 월요일을 맞을 뻔 했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함께 들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여운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으니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을까?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자신의 아버지 “살라첸코”와 괴물 의붓오빠 “니더만”과의 혈전을 치루고 머리에 총을 맞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지만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게 가까스로 발견되어 병원에 입원했던 “리스베트 살란데르”에 닥친 위기는 지난 2부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지만 3부에서는 새로운, 그리고 좀 더 치명적인 위기가 다시 시작된다. KGB 출신 망명자인 리스베트의 아버지 살라첸코가 몸담았던 조직인 스웨덴 비밀 경찰 “사포”, 그 조직 내에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특별조사분과(SAS) “섹션”이 모든 비밀을 은폐하고자 나선 것이다. 그들은 2부에서 자신의 예전 동료이자 망명한 살라첸코를 전담했던 “군나르 비에르크”가 빼돌렸던 리스베트에 관한 기밀보고서가 미카엘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 보고서를 훔쳐내고, “엑스트룀” 검사를 매수해서 리스베트를 폭행 상해와 살인미수 등 죄명으로 기소하고 그녀를 이참에 아예 영원히 매장시켜 버리기로 음모를 꾸민다. 한편 미카엘은 자신의 여동생인 아니카에게 리스베트의 변호를 맡기고, 병원에 갖혀 있을 수 밖에 없는 리스베트를 대신하여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2권에서는 병원에 같이 입원했던 살라첸코를 죽이고 시시각각 죄여오는 섹션의 음모에 맞선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해커 동료들의 멋진 활약이 펼쳐진다.
1부가 수십 년 전 미궁 속에 빠진 과거의 살인사건을 밝혀내는 정통 추리소설에 가까웠다면, 2,3부는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과거사와 스웨덴 근현대사가 얽히고 설킨 마치 예전 시드니 셀던 소설처럼 음모, 서스펜스, 액션류의 복합적 장르소설의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2부에서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에게 처절한 복수를 했던 리스베트가 3부에서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병원에 잡혀 있어 그리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이 없지 않은데, 마지막에 이르러 1부에 잠깐 등장했던 그녀의 해커 동료들과 함께 섹션의 음모를 멋지게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스릴과 재미 뿐만 아니라 통쾌함마저 맛볼 수 있어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3부작 하나 하나가 여느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능가하는 멋진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 시리즈를 평가해본다면 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가장 낫고,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입에 잘 붙지 않는 스웨덴식 이름, 지명, 정치, 사회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 그런 낯섬과 어색함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리고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한마디로 마약(魔藥)의 중독성에 견줄만한 그런 소설로 평가하고 싶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나의 호들갑스러운 이 서평이나 날밤을 샐 것이니 밤에 읽지 말고, 치질이 생길 것이니 화장실에 들고 가서 읽지 말라는 지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는 소설가 “백영옥”의 평, 흥분에 휩싸여 이 책을 읽었던 일이 생생하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의 평들이 요란스럽고 호들갑스럽게 들리겠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저 평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판형과 멋진 표지로 재출간된 것은 참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계속될 "밀레니엄" 시리즈가 없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 나에게 "밀레니엄" 시리즈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 끝으로 헐리우드에서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 중이라고 하는데, 원작의 재미를 다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원작의 재미를 훼손시키는 그런 졸작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