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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대통령들의 경제교사, 최용식 소장의 경제학 혁명
최용식 지음 / 알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경제(經濟)는 참 어렵다.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쏟아져 나오는 경제 관련 통계나 경제 분석 기사들을 보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 4년 학부과정에 불과하고 그것도 졸업한지 오래되어 교과 과정에 뭐가 있는지도 가물가물해졌지만 - 했던 나로서도 십분의 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눈길을 돌리고 말게 된다. 이런 무지함 탓도 있겠지만 경제에 대한 각종 진단이나 전망에 대해서도 신뢰보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특히 2008년 전 세계에 몰아닥친 금융 위기에 대해서도 전세계 내노라 하는 경제 석학(碩學)들의 진단이 하나같이 제각각이라 과연 위기는 끝났는지 아니면 아직도 현재진행형(ing)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아닌 그저 자기들이 신봉하는 학파적 귄위에 입각해 떠들어대기만 하는 “말”의 성찬(盛饌)에 불과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게 되고, 연말마다 경쟁 하듯 발표하는 유수의 경제기관들과 공공기관의 내년도 경제전망들은 어차피 맞지도 않는 건데 하며 자조 섞인 웃음 - 실제로 이제 2011년이 채 6개월도 지나지 않는데 수정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이 먼저 나오게 되며,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외치며 쏟아내는 정부의 각종 공공사업이나 경제 대책들은 그 결과에 대한 예측보다도 선거일이 얼마나 남았길래 저러나, 또는 누구 배를 불리려고 저러나 하며 색안경부터 끼고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런 경제에 대한 불신(不信)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닌,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不確實性)이 커진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 일 테다. 그렇다면 이런 경제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할 만한 진정한 “경제학”은 없는 것일까? 노스트라다무스도 불가능하다는 경제 예측을 제대로 해내는 그런 “경제학”은 앞으로도 요원(遼遠)한 것일까? ‘국민의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정책 멘토로서,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활약하며 ‘재야의 경제교사’로 이름을 떨쳤다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은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알키/2011년 4월)>에서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냉소적이고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지금까지 오류투성이의 경제학을 접해왔기 때문이며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제학은 전혀 쓸모가 없다면서 그런 경제학은 버리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현 경제학의 대안으로써 그가 40여 년에 걸친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해냈다는 “미래경제학”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현 경제학은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고 소득은 저축과투자의 균형점에서 형성된다는, 즉 가격이론이든 소득이론이든 모두 일원론 구조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러한 일원론 구조로는 아무리 많은 변수들을 포함시키더라도 변곡점을 제대로 읽고 예측해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운동 원리는 하나의 벡터만 생성하고, 그 벡터는 운동 뱡항과 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고, 경기가 나쁠 때는 앞으로도 계속 나쁠 것이라고 예측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현 경제학의 근원적인 한계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다. 반면 그가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미래경제학”은 모든 경제현상을 하나의 운동원리가 만들어낸 단순현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운동 원리들이 만들어낸 각각의 현상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합성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경제의 변곡점을 포착해낼 수 있는 이론구조를 갖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작가는 이런 미래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변곡점들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책이 천동설이 지동설로 진화함으로써 신의 세계가 비로소 과학의 세계로 편입되었듯이 미래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역시 신의 세계로 여겨졌던 경제예측을 부분적으로나마 과학의 세계로 편입시켜주는, 경제학의 진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한다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그렇다면 작가가 체계화했다고 하는 “미래경제학”이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경제체는 4개의 주체 즉, 가계(소비), 기업(생산), 정부(재정정책), 무역과 3개의 시장, 즉 재화시장(교환, 유통), 생산요소시장(분배). 금융시장(통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주체와 시장이 어우러져 일으키는 시장경제현상은 운동에너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제현상은 합성현상이고 그 합성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격현상, 소득현상, 체제현상 등의 3원 현상이며 이 3원 현상에는 결정원리와 변동원리 그리고 카오스 원리라는 각각의 운동 원리에 의해 구현되며, 그렇다면 경제학의 이론체계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경제체를 온전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운동에너지 개념을 도입해야 함은 물론 각각 가격, 소득, 체제의 운동 원리로 구분하여 경제학의 이론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이처럼 각 운동 원리별 이론들을 전체 책의 3분의 2 가까이를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마지막장(5장 예측하는 경제학, 미래경제학의 탄생편)에서는 이런 이론들을 근거로 한 단계적인 경제예측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는 또한 “경제 병리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써 자리 잡은 생물학에서의 “병리학”처럼 생물체보다 경제에서 병리적 현상이 훨씬 더 자주 나타나는 경제학에서도 병리학은 이미 발전단계에 이르렀어야 하는데, 병리학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경제위기 혹은 경제 파국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다양하게 이뤄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여전히 과학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한 가운데 오로지 대중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제하며, 그런 까닭에 환율급변, 외화부채, 국가 신용등급 추락, 교역조건 악화, 통화량 급증, 예금 인츨 등을 포함한 금융시장 불안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들이 왜, 어떻게 경제 위기의 경보지표로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기반은 여전히 마련되지 못함에 따라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 경제학 이론 체계에서는 경제 질병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데, 그 이유가 일반 균형이론에 입각해 경제가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며, 설령 외부 충격이 가해져 일시적으로 균형에서 이탈하더라도 '항상 완벽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는다'는 전제에 따른 경제주체의 합리적 행동이 균형의 이탈을 신속하게 회복시키곤 한다고 주류 경제학은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시장에서는 이 가설이 쉽게 무너진다고 말한다. 즉 실제 시장에서는 신속하고 완벽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추구한다는 것 또한 언제든지 합리적인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제는 일반균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경제가 일반균형에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는, 즉 언제든지 경제적 불균형현상 혹은 병리적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경제 병리 현상을 연구하는 “경제 병리학” 개념이 이제는 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경제 질병의 임상사례로 경제정책의 실패로 장기화된 1930년대 세계 대공황, 국제수지 흑자와 경기 부양을 위한 대대적인 재정지출의 증가가 오히려 초장기 침체를 가져온 일본의 장기침체, 외환위기 직전 지속된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인한 외환 보유고의 고갈, 이를 막기 위한 외채 도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속화된 우리의 외환위기를 예로 들어 분석한다.
작가는 맺음말에서 무엇보다 우리나라 젊은 경제학자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세계적인 경제학 전문지에 글을 기고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 경제병리학의 개념, 신용창조의 역과정인 신용수렴, 수요의 시간이동의 도입을 통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의 경기순환 및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과 전개과정, 한계 개념의 소득이론에로의 확장, 우리나라 외환위기의 성공적인 극복과정에 대한 논문 작성 등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6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빽빽한 줄 간과 작은 글씨 등 분량만 보면 대학교 경제학 교재와 맞먹지만 각종 학설이나 생소한 경제용어만 나열한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씌여진 경제 교양서로서 충분히 가치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세계 대공황과 같은 역사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병리학적인 명쾌한 해석은 기존의 중구난방격인 경제 해설서와는 충분히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알량한 내 경제상식으로는 감히 이 책 이론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것이다. 다만 궁금한 점 몇가지를 들어본다면, 먼저 경제 주체들과 시장들, 그리고 3원 현상이라는 가격, 소득, 체제라는 세 가지 현상이 이뤄내는 융합(합성)적인 접근과 해석이 새로워 보이기는 하는데, 이러한 분석과 시도가 과연 이 책이 처음인지 여부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통론(通論)이라 할 수 있는 미시(微視), 거시(巨視)경제학을 배우고 나면, 각론(各論)이라 할 수 있는 “화폐금융론”, “재정학”, “국제경제학” 등을 배우는 이유가 개별 주체와 시장 분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개별 주체들의 상호작용 - 상호간의 작용이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합성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 을 분석하여 거대한 경제체를 해석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최근 또한 이론적 준거로서 수리적 모델과 해석이 필 수 일 텐데 미래경제학에 대한 수리적 모델 구성과 해석은 가능한 지, 그리고 미래경제학으로써 예측 가능한 경제 전망의 신뢰성을 검증받은 사례가 있었는지, 또한 작가가 미래경제학 예측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망하는 2011년과 중장기 경제 변화는 어떤 방향인지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책 속에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다 담겨있었을 텐데, 책을 꼼꼼히 읽어내지 못한 내 서툰 독서를 탓해야 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이 그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양서로 끝날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와 경제 전문가들의 비판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래 경제학”과 “경제 병리학”의 개념이 경제학의 신조류(新潮流)로서 진정 가치가 있는지 활발한 검증과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이상 경제 예측이 믿거나 말거나 식의 “예언(豫言)”과 같은 무책임한 예측이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는 희망(希望)의 예측이 되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