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 역사스페셜 우리 역사, 세계와 通하다 KBS 新역사스페셜 1
KBS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 이야기를 참 좋아해서 역사를 소재로 한 책과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다. 특히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방영했던 “KBS 역사 스페셜” - 이번 정권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던 모씨가 진행을 맡았던. 방송 보면서 참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쩝 - 은 꼬박 꼬박 챙겨보던 프로그램으로 본방시간을 혹시나 놓치면 인터넷 다시 보기나 다운로드를 해서라도 빠짐없이 챙겨봤고, 효형출판사에서 출간했던 책인 <역사스페셜 1~7권>도 세트로 구입해서 읽었을 정도로 애청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역사스페셜>에 열광했던 것일까? 아마도 박물관이나 책 속 삽화로나 볼 수 있는 유물과 유적들을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함께 영상으로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즉 언제나 가볼 수 있을지 전혀 기약할 수 없는 양만춘의 안시성(安市城)터나 지금은 유리벽에 갖혀 있다는 광개토대왕릉비도, 통일이 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을 평양성과 단군릉, 묘향산 보현사와 동명왕릉도 바로 이 방송을 통해서는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KBS 신 역사스페셜 01 - 우리역사, 세계와 통하다(KBS역사스페셜 제작팀/가디언/2011년 4월)>은 최근 방송 시간을 목요일 밤 10시로 옮겨 새롭게 방송하는 <역사스페셜> 방송분을 활자와 삽화로 엮어낸 책으로 시간대가 평일로 변경되면서 자주 챙겨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작가라 할 수 있는 역사스페셜 책임프로듀서는 <프롤로그>에서 먼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역사를 이용해서 얻은 해악으로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이나 이스라엘의 영토분쟁, 유고슬라비아 내전, 그리고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 우기는 일본이나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 말하는 중국, 그리고 잃어버린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자는 일부 민족주의자들을 예로 들면서 역사의 용도는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즉 거울처럼 비춰보고 자신을 경계하는 “감계(鑑戒)” 기능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역사 스페셜의 방송 역사를 소개하면서 역사는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고 엄청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스토리텔링의 보고이자 공동체가 함께 공유해야 할 기억이기도 하며 집단의 정체성을 공급해주는 원천이라고 역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번 책에서는 이민족들과의 대립과 투쟁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사건, 즉 “소통”이 주제이며 소통만이 문화를 충성하게 만들고 공동체의 다양성을 유지하게 하는 비법이자 아(我)와 비아(非我)가 투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공존의 기술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면 <섞임과 교류가 역사를 만든다>, <동북아 문화의 용광로, 한반도>, <패자의 또 다른 행보, 메신저가 되다> 등 3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총 11가지의 소통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방송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신라 왕족은 흉노의 후예인가(2009.7.18.방송> 편을 간략히 소개해보자.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했던 대표적인 유목 민족이자 중국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흉노(匈奴)족이 신라 왕족의 조상이었다? 아마도 발끈하는 사람들이 여럿일 수 밖에 없는 이 가설을 책에서는 문무왕릉 비문(卑門)에 투후(秺侯) 김일제(金日磾)가 신라 김씨 왕조의 조상이었다는 기록에서부터 시작한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문제가 부산외대 권덕영 교수가 중국 탁본을 조사하던 중 김일제가 김씨의 조상이라는 사실과 그가 신라 사람이었다는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대당 고 김씨 부인 묘명(大唐故金氏婦人墓銘)’을 발견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렇다면 김일제란 누구일까? 김일제는 흉노의 번왕(藩王)이었던 휴도왕의 아들로 휴도왕이 한나라에 투항하려다 살해되자 그만 말 기르는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곧 한무제의 눈에 띄어 한나라를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투후”라는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이 김일제의 후손들이 많이 살았던 낙랑군(樂浪郡)이 고구려에 의해 313년 멸망하자 그 유민들이 남쪽으로 쫓겨 내려와 신라에 정착했고 그의 후손 중의 하나인 내물왕(奈勿王)이 356년 즉위하면서 본격적으로 김일제의 후손들이 신라 왕위를 계승하였다고 추측한다. 이처럼 신라 왕족이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했던 흉노족의 후예라는 가능성이 분명한 만큼 야만족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아왔던 이들(흉노족)의 자취를 복원하는 일은 중국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우리의 뿌리를 되찾는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금나라 황족의 성(姓) 애신각라(愛新覺羅)는 신라에서 유래되었나(2009.9.5.방송)> 편에서는 신라 왕족이 흉노족의 후예라는 것과는 반대인, 즉 중국에 이민족 국가인 “금(金)”과 “청(淸)”을 세웠던 여진족이 바로 신라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1100년 경 만주는 거란이 세운 “요(遼)” 나라가 자리잡고 있었고 만주 북부에는 여진족(女眞族)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송화강 동쪽에 거주하면서 거란의 간접 통치를 받던 “생여진(生女眞)”이 세를 일으켜 결국 요를 멸망시키고 “금(金)”나라를 건국했다고 한다. 이 “금”의 태조가 바로 ‘완안 아골타’인데 완안씨의 한자 표기를 “金”으로 한다고 하는데 <금사(金史)>에 보면 ‘금나라 시조의 이름은 함보이며 고려에서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완안 아골타의 8대 선조인 ”김함보“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지는 확실치 않으나 여러 사료들을 들어 그는 김씨 성의 신라 광복군으로 추정되며 그가 여진에 들어가 금나라의 선조가 되었다고 추측한다. 청 황실의 성인 “아이쉰줘러”는 한자로 “애신각라(愛新覺羅)”로 쓰는데 <만주실록>에는 “애신(愛新)”의 원래 뜻은 “금(金)”이라 하며, 각라는 만주어 줘러를 차음 표기한 것인데 성, 씨족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아이쉰줘러”는 번역하면 “금부족, 김씨족”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때 재야사학자들이 이 “애신각라”를 신라[新羅]를 사랑(愛新)하고, 신라를 생각(覺羅)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물론 이 책(방송) 목적이 금과 청이 우리 조상의 국가였으니 고토(故土)를 회복하자와 같은 국수적인 시각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한때 악비(岳飛)를 민족적 영웅이라고 여겼다가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 악비가 민족의 영웅이 아니라고 발표한 중국 역사 정책의 허구를 꼬집는 게 목적이라고 하지만 아직 역사학계에서는 정설(定說)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론으로 좀 더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최근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면서 단일민족신화(單一民族神話)는 이제 무색해졌지만 책에서는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타민족을 수용해왔던 나라이며 그 예로 우리 역사 최초의 국제결혼이라 할 수 있는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비인 “허황옥(許黃玉)”, 베트남의 사라진 왕조인 “리 왕조”가 고려로 망명해 와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 일화, 임진왜란 당시 귀순한 일본 장수로 사성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된 “김충선(金忠善)” 등을 예로 들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에 중국 허난성 판(潘)씨 집성촌이 기쁨의 도가니였던 이유도 반기문 총장의 본관인 “거제 반씨”가 바로 중국에서 유래된 성씨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의 말처럼 “순수 단일민족은 없다”은 없으며 우리 역사는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더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피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단일민족이란 혈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정신적 요소에서의 단일화, 일체화와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굴된 로마식 황금보검의 비밀, 동인도회사에서 코리아 호를 건조한 이유, 일본의 신(神)이 된 연오랑과 세오녀, 일본으로 도피한 고구려 보장왕의 아들 약광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기마전투술 등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몇 몇 편들은 직접 방송을 시청했지만 못 챙겨본 내용들이 더 많아 책으로라도 이렇게 접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책읽기였다. 아쉽다면 전편인 <역사스페셜>과 마찬가지로 방송화면을 캡춰한 삽화들인데, 유물 유적 사진들은 비교적 선명하지만 역사 지도 부분은 사진이 작고 선명하지가 않아 글씨를 알아보기가 힘들어 책을 위한 도판을 새로 구성해서 삽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각종 역사 이야기들이 역사학계에서는 실제로 인정받는 학설에 바탕을 둔 것인 지는 역사 비전공자로서는 알 수 가 없지만 적어도 이 방송의 취지인 “역사 대중화”의 기치를 되살리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 방송과 책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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