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
조 피츠제럴드 카터 지음, 정경옥 옮김 / 뜰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방송인 겸 카피라이터이자 “행복전도사”로 널리 알려졌던 분께서 갑작스레 자살을 해서 크게 이슈화가 된 적이 있었다. ‘행복’에 대한 많은 강연을 하고 다니며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줬던 분이어서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분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분의 자살 소식은 많은 분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일부는 “배신감”을 느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루푸스’라는 자가(自家)면역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병이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 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라는 유언장에 남긴 말과 같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지옥(地獄)”과 같다는 극심한 고통의 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다. 나또한 그 분의 자살을 보면서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었고 냉소적인 생각도 들었었지만 그분의 병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진보 논객으로 유명한 “김규항”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행복전도사를 자처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걸 두고 냉소하진 말자. 그로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병고 속에서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니. 지지하진 않더라도 존중하는 게 옳다. - GYUHANG.NET 2010.10.08.  

말대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지지할 수 는 없지만 존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조 피치제럴드 카터의 <엄마 엄마 엄마 ;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원제 Imperfect Endings / 뜰 / 2011년 3월)>도 앞에서 언급한 행복 전도사처럼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려온 엄마가 자살을 결심하고 그런 그녀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세 딸의 이야기였다.  

울형성 심부전증, 천식, 만성 폐질환, 골다공증, 관절염, 저혈압, 그리고 이십 년 넘도록 시달려온 파킨슨 병, 일흔다섯의 마거릿은 이런 병마에 지쳐 죽음을 결심하고 세 딸에게 자신의 결심을 통보한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 어느 누가 자살하겠다는 엄마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딸들은 오랜 병으로 심약해진 엄마가 자신의 품을 떠난 장성한 자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일종의 어리광으로 여기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막내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카터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린 시절 언니들과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그런 엄마가 영 안쓰러워 그저 투정으로만 여기며 아내의 잦은 부재(不在)를 못마땅하는 남편과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딸들이 눈에 밟혀도 멀리 떨어진 엄마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녀의 결심을 꺾어보려고 하지만 엄마는 이미 치사량이 될 만큼의 수면제 60알과 모르핀을 준비해놓고 자신의 자살을 도울 자원봉사단체인 “햄록협회” -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한 채로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하는 단체로 오리건 주에서 안락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 사람까지 집으로 불러들이는 등 그 결심이 확고하다. 몇 번이나 사망일 결정과 연기가 반복되면서 가족들은 지쳐만 가는데 드디어 엄마는 자살을 실행에 옮긴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단식과 고통을 없애기 위한 모르핀의 처방이었고 결국 엄마는 12일 후에 소원대로 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해서 몇 번을 책을 놓았다가 다시 들었는지 모르겠다. 죽음을 결심하는 엄마, 그런 그녀를 강하게 말리지 못하고 지켜보는 딸들 - 물론 책에서 엄마를 수없이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 이 못내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수십년간 병마에 시달려온 엄마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아파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들의 심적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컸겠지만 그렇다고 과연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엄마의 결정을 왜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을까? 막내딸인 작가가 그런 엄마의 결정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과정을 감정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그려내 감동을 자아냈으며, 이 책이 출간된 미국에서는 반스앤노블 올해의 작가상, 샌프란시스코 작가협회상, 내셔널협회 논픽션 부문, 노스웨스트 작가협회상 등을 수상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을 읽어가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슬픔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와 딸들의 선택만큼은 지지할 수 없어서 그런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슬픔과 함께 불편함이 영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작가는 어머니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살듯이 죽는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대단한 몸짓은 절대 엄마의 방식이 아니다. 일상적인 오후에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엄마의 방식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잘못된 시작과 온갖 실패를 겪은 나의 자랑스럽고 용감한 엄마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품위와 자존심을 온전히 지키며 하늘로 떠났다.” - P.323 

결국 작가도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엄마의 선택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존중했기에 자살을 막지 못하고 그저 엄마 곁에서 고통스런 작별을 감내해 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마음은 알겠지만 못내 인정할 수 없었음을 밝혀둬야겠다. 

이 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겠지만 언젠가 TV에서 암에 걸린 남편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은 물론 집까지 처분해서 병원 치료에 매달렸지만 결국 남편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남은 건 빚과 어린 자식 뿐이었다는 사연을 보면서 아내와 우리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아내는 남은 사람을 위해 조용히 떠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러고 나는 그 결과가 빤히 보이더라도 저 방송의 아내처럼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내는 그런 최선이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일 뿐이며 혹시 그런 최선이 먼저 떠난 남편(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그저 심적 위안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야박한 소리를 해왔고 나는 순간 말문을 막혔었다. 정색을 하고 당신도 그럼 병들어 죽어가는 나를 버릴 수 있겠냐고 물으니 머리로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는 절대 그럴 수 없겠지 라는 멋진 말로 감동을 느끼게 해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느 것이 최선일지 금세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마도 방송에서 본 아내도 남편의 죽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으면 결코 저렇게까지 집을 팔아가면서 병 수발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남는 자의 고통은 언제고 치유될 수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감만큼은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아픔이었기에 그렇게 남편에게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에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심적 위안을 얻고자 그런 것이 아니었냐는 물음은 지극히 불필요한 그런 오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도 엄마의 죽음을 눈과 머리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바라봤기에 엄마를 떠나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결국 서평이랍시고 책에 대한 감상보다는 쓸데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이야기 때문에 책에 대해 오해가 있을까봐 말해두지만 이 책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책이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가슴 깊이 사무치는 슬픔과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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