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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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인 이원복 교수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것은 어릴 적 소년 잡지인 <새소년>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었다. 당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나로서는 꿈이 뭐냐고 묻는 어른들과 선생님들에게 이 만화의 주인공들인 “시관이와 병호처럼 비행기 타고 세계 일주하는 것” - 결국 이 소원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처음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신혼여행 가면서 풀게 되었다. 물론 세계 일주는 아니었지만^^ - 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내 어린 시절을 사로잡았던 그런 만화였으며, 지금도 “나폴레옹”의 별명이었던 “나풀대용”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원복 교수의 작품은 1,5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다는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와 <가로세로 세계사>,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 등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꾸준히 읽는 <만화> - 원래 만화를 좋아해서 직장 다니면서도 동네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을 꾸준히 드나들며 만화 읽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발길을 끊고 유일하게 보는 만화가 강풀의 연재만화와 허영만 화백의 <색객>, 이원복 교수의 작품들만 찾아 읽는다 - 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아직도 좋아하는 만화가인 “허영만”과 “이현세”보다 훨씬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온 만화작가인 이원복 교수를 이번에는 만화책이 아닌 인터뷰글로 만났다. 바로 만화이론가인 박세현 교수의 <만화로 교양하라(알마/2011년 2월 28일)>가 바로 그 책이다. 

 이원복 교수는 들어가는 말인 <만화같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에서 이 책은 자산과 자신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으며 자신이 썼다면 자신의 자랑이나 늘어놓거나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남의 넋두리’로 끝났겠지만 '남이 쓰는 내이야기‘ 였기 때문에 출간에 동의했다고 밝히며, 또한 늘 독자들과 작품으로만 만나다 보니 진솔하게 자신의 견해와 성향을 드러내 보일 기회가 많지 않아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오해 - 수구꼴통, 학벌주의자, 엘리트 주의자 등 - 들에 대한 변명의 기회가 없었으며, 지난 7개월간 틈틈이 인터뷰어(박세현)의 질문에 답하고, 편집자들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소통”을 통해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속내를 이야기한다. 즉 어쩌면 자신에 대한 오해를 이런 인터뷰글로 해명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결코 오해만은 아니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지라 과연 이 책이 그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본론에 들어가면 먼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다룬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 즉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인터뷰글(<1부 다시 보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이 실려 있다. 즉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를 텍스트(글)로 풀어낸 글이라 볼 수 있겠다.  

네덜란드 편에서는 네덜란드처럼 마약과 매매춘을 허락하는 게 한편으로는 사회에 악영항을 주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나라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금지하는 게 오히려 부작용을 더 크게 낳는다며 네덜란드라고 해서 무조건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틀안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개인의 문제로 혹은 개인의 몫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편에서는 자신의 유럽풍 만화체를 갖게 된 것이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Asterix>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며, 혁명의 나라였던 프랑스였지만 여전히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의 나라이며 온전한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혁명은 서서히 일어나야만 부작용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고, 프랑스도 머지않아 새로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일 편에서는 우리의 눈으로는 게으르게 까지 보이는 그들 생활 그 자체의 느긋함이나 느림의 “게으름”을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며 이탈리아편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역감정과는 차원이 틀린 이탈리아의 남북갈등은 경제적 불균형에서 온 것이며 그러한 이달리아 국민을 한데 묶어주는 관심사과 바로 “빵”과 “축구”이고 차라리 따로 독립하는 게 나을 수 도 있겠지만 둘로 나뉘면 남부는 자금 부족으로 북부는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중국편과 일본편에서는 중국의 위기를 묻는 질문에 예전에는 유럽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아시아가 중심이 될 것이며, 특히 중국과 한국이 그렇게 될 거라면서 두 나라는 국가 시스템이 서구화되어도 그 바탕에 깔린 문화적 정체성은 수정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세계화는 물질과 무력으로 남의 것을 약탈했다면 앞으로는 물질의 힘이 아니라 멘탈의 힘으로 동일과 상생을 통해서 글로벌화의 승자가 되겠지만, 중국의 중화사상과 비슷한 일본 “탈아입구(脫亞入歐)”는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이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일본의 발목을 잡을 수 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미국편에서는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빗대는 바람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제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 대하여 미국 정치에 깊숙이 뿌리박힌 엘리트 주의를 타파하고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인물로 대중민주주의의 기반을 마련한 반면, 패거리 정치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기도 했으며 화합과 소통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다는 점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며, 한국편에서는 대통령을 맹장, 지장, 덕장 스타일로 분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국민의 감성을 움직인 태통령으로 국익을 위해 일을 하다 보니 측근들로부터 외면도 당하고 국민에게 비판도 들었던, 대통령 자리가 그만큼 힘든 자리였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2부 먼 이원복 VS 이웃 이원복>에서는 만화가 밥이자 놀이라는 이원복 교수의 만화 인생 역정과 히스토리 텔러(History Teller)로서의 그의 만화들의 특징과 만화철학, 한 때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던 시사만화가로서 자유주의자로서의 이원복 교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준다. 그와의 긴 인터뷰는 세가지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의 만화를 독자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냐는 질문에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겠지만 그림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일 뿐 콘텐츠를 봐달라고 당부하며, 깊이가 없다는 평가에는 만화의 기본은 재미있어야 하고, 교양 만화의 기본은 재미있게 역사의 지식을 얻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깊이를 원하면 제대로 된 역사서를 읽으라고 웃으며 말한다. 마지막 교양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후배 만화가들에 대하 조언으로는 현재 학습만화의 문제점으로 원색의 거친 그림과 콘텐츠의 빈약함이 가장 큰 문제이며 지식과 재미를 함께 담아야 하는 교양만화는 시사만화보다 더 까다로운 지식과 스토리텔링을 요구하므로 풍부한 경험과 창작자의 관점이 잘 녹아있는, 창작자의 책임이 따르는 만화가 바로 교양만화임을 명심하라고 충고한다. 

 처음 이 책 소개글을 읽고는 이원복 교수의 또 다른 만화 작품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하고 보니 순전히 글- 그 흔한 삽화 하나 없는 - 로만 이뤄진, 그것도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후배에게 털어놓는 인터뷰 글이라 당황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의 작품으로만 독자와 소통해온 작가가 자신의 견해와 성향을 드러내 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머리말에서처럼 이원복 교수의 생각을 인터뷰 글이라는 텍스트로 접해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책이어서 그를 좀 더 이해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에 대한 여러 오해들에 대하여 그가 들려주는 해명 - 물론 충분하진 않았지만 - 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은 참 귀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만으로 그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완벽히 풀리기를 그 또한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는 “교양만화”의 선구자라는 긍정적인 면과 수구 꼴통이자 자유주의자, 엘리트 주의자, 학벌주의자라는 부정적인 이름이 함께 붙어 다닐 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에 대한 불신(不信)이 깊은 사람들은 이 책이 지극히 자기변명의 책이며 혹시 앞으로 정치무대에 나오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 아닐까 하는 삐딱한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오해와 시선의 옳고 그름은 각자에게 맡기기로 하자. 적어도 이 책을 찬찬히 뜯어본다면 이원복 교수의 만화 사랑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만큼은 분명히 공감하게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우리나라에서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양만화가로서의 그분의 작품들이 그간의 정치적 오해나 편견을 벗어버리고 어린 시절 나에게 세계 여행이라는 꿈을 심어 줬던 것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온전히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작품으로 계속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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