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 SHAKESPERE SHAKES PERE
오순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이자 극작가로 영국 비평가 겸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단언 -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했다는 설도 있다 - 했을 정도로 영국에서는 국보(國寶)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운 그런 인물이라고 한다. 그의 4대 비극이라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 <멕베스>, 그리고 서양 문학에서 가장 비극적인 로맨스라 일컬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이름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역사상 최고의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수많은 억측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심지어 오늘날 수많은 셰익스피어 ‘전기’가 “5퍼센트의 사실과 95퍼센트의 억측”으로 이루어졌다는 평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삶이 “미스터리” 바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셰익스피어 미스터리”, 즉 셰익스피어의 실존 여부와 그가 남겼다는 마지막 원고와 유언장, 그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수수께끼의 경고문 - '선량한 벗들이여 제발 부탁하노니 여기 묻힌 흙을 파내지 말지어다. 이 돌을 그대로 두는 자에게는 축복이, 내 뼈를 옮기는 자에게는 저주가 내려질 것이니.'- 들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내가 읽어봤거나 제목을 들어본 책 만 해도 여러 권에 이를 정도로 이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오순정의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매직하우스/2011년 1월)>도 처음에는 그런 셰익스피어 미스터리를 다룬 팩션(faction) 소설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고 시작하였는데, 페이지를 거듭할 수 록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참 당혹스러웠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기가 참 힘들었던 그런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을 흔들다”를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영어 스펠링이 "창(Speare)을 흔드는(shake) 자"로 알려진 "Shakespeare"가 아니라 옥스퍼드 사전에는 '신(pere)을 흔드는(shake) 자', 즉 "Shakespere"로 나온다며 그 이름에서 따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신(神)”으로 해석하는 “Pere"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영어로는 성(姓)에 붙여 동명(同名)의 부자(父子)를 구별할 때 사용하는 말로 주로 쓰이고 (예를 들어 Jones pere 는 ”아버지 존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 네이버 영어사전), 기독교 절대자(神)를 의미하는 “하느님, 성부(聖父)”라는 뜻은 엉뚱하게도 프랑스어 사전(père: 아버지, 조상, 하느님)에 나온다. 물론 프랑스어가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공식적인 외교어로 사용되었으니 셰익스피어가 살았다는 16세기 중세 영어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과연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해석인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영문학 전공자가 아닌 내가 확인해볼 길은 없지만.
본문에 들어서면 셰익스피어 문학 작품 속에 숨어있는 숨은 뜻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그저 남녀 간의 사랑이나 가족애를 다룬 순수문학이 아니라 그 당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일종의 비평 의도된 작품이라고 해석한다. 그 예로 셰익스피어를 종종 악마숭배자나 비밀 결사 회원으로까지 여기게 만드는 앞에서 언급한 수수께끼의 묘비명 - 을 작가는
예수를 따르는 순진한 친구들이여
여기(교회)를 둘러싼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이 계명을 지키는 자는 축복받을 것이되
내 말을 왜곡하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니.
라고 의역한다. 즉 기독교 본원의 가르침을 져버린 채 세속적인 욕심(우상)에만 탐닉하고 있는 당시의 교회, 특히 로마 교회를 자신의 묘비명을 통해서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해 놓고 보니 그동안 뭔가 거창한 수수께끼가 담겨 있을 거라 기대했던 묘비명이 일순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작품들인 <베니스의 상인>, <리어왕>, <햄릿>, <오셀로>, <멕베스> 들이 그저 서정성이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라 각각 그 당시의 시대적 모순들이라 할 수 있는 <돈>, <땅>, <섹스>, <명예>, <권력>의 우상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작품이며, 각각 근대 기업과 근대 국가, 근대 인간을 상징한다고 역설한다. 여기에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의 “4대 우상론” - 학창시절 국민윤리나 세계사 시험에 꼭 나오던 문제로 “종족의 우상(맹목적인 습관, 감정, 신앙에서 오는 편견)”, “시장의 우상(인간의 접촉, 언어에 의하여 나타나는 편견)”, “동굴의 우상(개인적인 취미, 성격, 환경에서 오는 편견)”, “극장의 우상 (전통, 역사,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믿는 편견)”을 말한다.- 과 비교하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우상의 현실을 베이컨보다 더 적나라하게 비판한다고 본다면 셰익스피어야말로 진정한 우상의 정복자라고 치켜세운다. 이러한 해석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흥미로운 점은 셰익스피어의 미스터리 중에 ‘프랜시스 베이컨 가설’, 즉 프랜시스 베이컨이 ‘진짜’ 셰익스피어였다는 꽤나 유명한 가설이 실제로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책에서 작가는 셰익스피어 작품 전반에 흐르는 우상비판이 동시대의 철학자 베이컨의 4대 우상론보다 더 적나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베이컨과 비교를 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와 베이컨의 이름을 함께 만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든다. 물론 작가가 미스터리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쓰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내가 이 책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 딱 여기까지다. 책 안에는 작품들의 각종 인용구와 작가의 해석이 잔뜩 담겨져 있는데, 사실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 중 <리어왕>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과연 그러한 해석이 맞는지, 너무 비약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해볼 능력이 없는지라 그저 글자 위주로 읽었을 뿐 작가의 해석을 올곧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관심이 많아 원작 뿐만 아니라 각종 비평서들을 섭렵했다는 아내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아내 또한 “셰익스피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신선한데 사실 억지스러운 주장이 많은 것 같다”라고 평하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소수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비문학 전공자 - 작가의 직업이 문학과는 전혀 관계없을 “회계사”이다 - 로서 3년여의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시각으로 셰익스피어를 해석해낸 점 - 동의 여부를 떠나서 - 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작가의 노력의 산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줍잖은 서평을 써서 올리는 내가 더 죄스러운 마음마저 느껴진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보고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과연 다시 읽게 될 지 기약할 수 없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