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지성이라는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배운 서양 철학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자 들 중에 하나라는, 그리고 1923년에 저술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을 통해 종교의 극단주의와 해악을 철저히 비판한 덕분에 니체 이후 가장 확고한 무신론자로 명성을 날렸으며, 기독교 반대론자들이 그의 저술이나 어록을 즐겨 인용한다는 정도였다. 어쩌면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삶과 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로지 코믹스;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원제 Logicomix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 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2월)> 덕분이었다. 러셀의 삶과 사상을 만화 형식으로 풀어 쓴 이 책 덕분에 그저 철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그가 사실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로 더 유명한 사람이었으며, 그가 저술했다는 <수학원리>가 수리 철학 및 기호 논리학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탄생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책 안에 담겨 있는 수학과 논리학, 철학적 텍스트 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들이었지만 말이다.

책의 첫 장면은 저자인 아포스 톨로스와 크리스토스가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나치의 폴란드 침공 3일 후인 1939년 9월 4일 버트런드 러셀이 미국의 어느 대학교에서 ‘인간사에서 논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러셀의 강연장 앞에는 미국이 유렵에서의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고립주의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고, 그들은 강연장에 들어서는 러셀에게 강연을 관두고 시위에 동참하라고 강요한다. 러셀은 그들을 강연장으로 이끌고 들어가 자신이 걸어온 삶과 철학적 여정에 대해 설명하며 이 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완고한 할머니 밑에서 자란 러셀은 수학 가정교사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게 되면서 그가 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마법과도 같은 “수학”의 길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유클리드와의 첫 만남에 견줄 만한 일은 내 평생에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신앙에서 헛되이 찾으려던 것을 유클리드의 작품에서 발견했지요! 기하학은 실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성을 말입니다. 나는 논리학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완전히 확실하게 아는 즐거움을 경험했어요. 그리하여 내게 증명은 진리에 이르는 왕도가 되었습니다.-P.61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도서관의 책들과 연극, 여행을 통해 자신의 유년시절을 옭죄어 온 정신적인 어두운 유산들을 말끔히 털어내는 계기를 얻게 되지만, 온통 싸구려 계산 기술에 불과하게 느껴지는 수학 강의 때문에 몹시 실망하게 된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대학의 팰로우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길을 추구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바로 “철학”이었다. 과학의 여왕이라는 수학의 기반이 사실은 거북이 위에 있는 코끼리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는인도 신화의 우주론과 결코 다를 바 없다는, 즉 그 기반이 무척 위태롭다는 것을 자각한 러셀가 그의 스승인 “엘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교수와 만나게 되면서 수학, 논리학, 철학으로의 “마법여행”이 시작된다. 그는 그당시 유명했던 수학자, 논리학자들인 “프레게(Gottlob Frege, 1848~1925)”, “칸토어(Georg Cantor, 1845~1918)”을 차례로 만난 그는 1900년 파리 세계 박람회이자 세계 최대의 수학자 모임인 국제 수학자 대회 - 작년에 읽었던 소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이 바로 이 모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서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의 “수학은 의심할 수 없는 체계로 만들기 위해 산술을 철두철미하게 확실한 기반 위에 올려야 한다”는 강의를 듣고서 자신이 추구해야 할 원대하고 소중한 목표를 발견한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화이트헤드 교수와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고 그가 발표한 “러셀의 역설” 덕분에 하루아침에 국제 수학계의 유명인 된다. 수학자, 논리학자, 철학자로서 반전운동가로서 그의 여정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0세기 대표적인 지성들인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ph Johann Wittgenstein, 1889~1951),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 괴델(Kurt Gödel, 1906~ 1978),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 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의 철학을 완성해 나간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참 어렵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라고 작가들이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음에도, 딱딱한 텍스트가 아닌 총천연색의 만화 - 사실 글로만 구성된 책이었다면 더 지루하고 난해했을 것이다 - 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이다. 중반까지는 생소한 용어들과 인물들 때문에 수차례 인터넷 검색하면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러셀의 철학적 여정이 본격화되는 중반 이후, 특히 “1+1=2”라는, 꼬마들도 다 아는 것을 증명하는 데 362 쪽이 걸렸다는 대목에서 “정말 확실하게 증명하려면 그렇게 많이 필요하단다”라는 러셀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더 이상 이해를 포기하고 이야기 중심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올곧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실패했지만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러셀이라는 인물의 삶과 지적 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20세기 대표적 철학자들의 치열한 지적 탐구욕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셀이 그렇게 온 평생을 바쳐서 수학과 논리학에 정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책 말미 그의 강연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 이 교훈을 곱씹으십시오. 확실성의 모범인 논리학과 수학에서도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할 수 없다면, 하물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에서는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막론하고 인간사에서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하기는 정녕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그의 삶은 논리학과 수학에서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을 구축하기 위한 여정이었으며 그가 말년에 앞장섰다는 반전운동도, 기독교의 비이성적 행태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그런 이성적 확실성을 인간사에까지 확대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그가 실패한 책이라고 규정하는 그의 명저 <수학 원리>처럼 첫 결혼의 실패, 계속되는 결혼과 이혼의 반복이라는 삶 자체는 완벽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철학과 수학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지만 20세기 지성사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큰 가치가 있는 책이라 평가하고 싶다. 진리를 향한 러셀과 수많은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열정만큼은 세상과 타협하면서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이 갈수록 줄어드는 나에게 아직 열정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자극이 되어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20세기 철학 사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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